작가로 성공하기 전 파울로 코엘료는 혼란스러운 삶을 살았다. 세 차례의 정신병원
입원과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으로 인한 두 차례의 수감생활, 그리고
히피문화에 심취한 그는 록밴드를 결성하여 브라질 록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그는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자리를 잡는 듯 했으나 서른 여덟 살이 되던 해 홀연히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 순례의 경험이 그의 첫 작품 『순례자』를 낳았고,
이듬해 그는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렇듯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그에게 취미가 있었으니 바로 활쏘기이다. 그는 활쏘기를
통해 몰아(沒我)의 경지를 경험한 듯 하다. 그 경지에 이르게 되면 활과 나와 과녁은 하나가
되므로 활쏘기는 곧 나의 의지를 과녁에 쏘아보내는 것과 같다. 이 상태에서 활쏘기 그 자체는
의미가 없어진다. 처음에는 화살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주변 상황으로 인한 변수에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꾸준한 반복을 통한 활쏘기로 자신을 연마한 자에게 과녁을 맞추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우주 안에 오로지 혼자임을 경험하는 순간, 아니 혼자가 아니라
온 우주와 합치되는 바로 그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는 활쏘기라는 책임을 완수한 것이다.
삶은 또 어떠한가... 살아도 살아도 어려운 일 투성이지 않는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이번에는
안 넘어질 것 같은데 또 넘어지고 멀쩡하게 있다가 뺨 맞는 것 같은 날벼락이 번쩍 번쩍치는 것이
삶 아니던가! 활쏘기처럼 활대가 너무 팽팽해서 난 당길 수가 없다며 하다가 던져버리는 사람,
그런가 하면 활쏘기를 속성으로 배울 수 없겠냐며 속성만을 찾는 사람, 활이 안 좋아서 활쏘기가
안된다며 신경질만 내는 사람.....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만큼의 치열함과 끈기를 요구한다.
일정 정도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러우며 또 성과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어떠한 삶이든 정답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책임을 완수하고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했을때, 궁수는 어떠한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과녁을 빚맞혔더라도 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다. 그는 비겁하지 않았으므로.}p28
그렇다. 우리가 활을 던져버리거나 비겁하게 핑계대지 않고 맞선다면 우리에게 기회는 다시
주어질 것이다. 시간이라는 화살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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