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파울로 코엘료>

브리다

묭롶 2010. 12. 15. 22:01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 세계로 들어와 있는 나를 자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분명 나의 육체는 집, 혹은 다른 장소에 실존하지만 머릿속으로 내가 인식하는 세계는 전혀 다른 곳이어서 왠지 해리포터시리즈에 나오는 투명망토를 둘러 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때 내 정신이 인식하는 세계는 소설을 기초로 세워진 마법의 성과 같아서 기틀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자신의 기억 속 내용으로 채워넣게 되는데(영화:인셉션처럼) 바로 소설 속 세계와 자신의 상상력이 결합하는 이 지점에서 몰입감이 형성된다.  어쩌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갖는 독특한 미덕이 바로 이런 개인적 상상력과 결합한 자신만의 고유한 체험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책들이 부여하는 상상력의 세계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독보적이다.  세상의 고정관념이나 시선에 얽매이지 않은 그의 자유로운 영혼만큼이나 그의 책을 읽는 순간 내 어깨 위에서 솟아나는 커다란 날개는 우주만큼이나 넓고 먼 상상력의 세계를 여행할 힘을 부여한다.  

 

  이 책은 사회적 성공을 이뤘던 파울로 코엘료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났던 순례길에서 만났던 한 여인의 이야기이며 현재를 살아가며 우리가 궁금해하지 않게 된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작인 (승자는 혼자다)에서 그는 한 사람은 그 사람 자체만으로 하나의 우주를 의미한다고 말한바 있다.  

 

  (브리다)는 마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21살의 여자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며 학비를 벌어 야간에 대학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가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세상을 움직이는 숨은 힘에 호기심을 느끼며 이를 알기 위해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느날 그녀는 숲속에 은거하고 있는 태양전승 마스터의 소재를 알게되고, 무작정 그를 찾아가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마법사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이 어둠으로 둘러쌓여 있지만 그 어둠을 견디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잃지 않는 자에게 내일이라는 새벽이 찾아온다는 지혜를 배운 그녀는 이후 달의 전승 마스터인 위카의 가르침 속에서 나뉘어진 자신의 영혼의 조각인 소울메이트의 존재를 각성하게 된다.  

 

  "답을 찾는것이 아니야.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삶은 훨씬 강렬해지고 환희로

가득차게 돼.  삶의 매 순간순간에, 우리가 내디디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우리 개인을

넘어서는 훨씬 커다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지. 

 우리는 시간과 공간 어딘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여기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것으로 족해.p232

 결국 작중인물 브리다가 찾고자하는 마법의 비의는 자신이라는 우주를 유지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지혜를 상징하는 중층적 의미를 갖는다.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는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우리는 어느날 문득 씨앗에서 싹이 터서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과정이 얼마나 마법과도 같은 일인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동안에도 작용하고 있는 마법의 기적들이 우리 주변을 온통 채우고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이것이 파울로 코엘료가 자신의 책을 통해 펼쳐보이는 연금술의 세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