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의 장르는 액션이지만 <루시>가 다루는 내용은 액션이 아니다. <루시>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서사는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된다.
그 중 하나는 우연한 계기에 뇌 활용도가 100%에 이른 루시(스칼렛 요한슨)와 미스터 장(최민식)의 대립이고
다른 하나는 뇌 활용도가 올라갈수록 루시가 느끼는 질문들이다. 첫 번째 플롯인 대립이 관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다른 플롯은 루시를 통해 영화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관객 스스로 고민하게 한다.
나는 루시를 빌어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들이 보여지는 영화보다 더 흥미로웠다. (이제부터 스포일러 있음)
1. 왜 보통의 인간은 뇌 용량의 10%남짓만 사용할수 있나.
-> 영화에서 뇌 과학자로 출연하는 모건 프리먼은 하나의 세포가 두 개의 세포로 나뉘면서 움직임과
진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분열된 세포의 진화를 시작으로 인간은 고대 인류에서 지금의 인류로
진화의 과정을 겪어왔다. 인류 진화의 과정은 두뇌 활용도의 증가를 의미하는데, 진화의 단계에서
인간의 두뇌활용률은 10%남짓에서 고착되었다. 모건 프리먼은 세포가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자급자족(영생)을 택하고 좋은 환경에서는 번식을 택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세포의
진화가 번식이 가능한 상황까지 진행되고 번식이 가능한 시점에서 멈췄음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진화과정은 전승(傳承)이라는 대안을 찾게 되자 세포 스스로 유한성(有限性)을 받아들였음을
뜻한다.
-> 또 세포의 유한성(有限性)으로 인해 인간은 현재의 모습에 고착(固着)될 수 있었다. 뇌 활용도의
한계로 인해 인간은 제각각 다른 형태가 아닌 인류라는 공통성을 갖게 되었다. 휴머니티나 인류애는
어쩌면 뇌활용률의 고착이 가져온 또 다른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2. 전달자로서의 루시?
-> 영화에서 루시는 처음에는 남자친구인 제임스의 요구로 미스터 장에게 가방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 가방을 미스터 장에게 전달한 루시는 다시 미스터 장으로부터 신종마약을 운반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 마지막으로 루시는 자신이 가진 모든 정보를 박사에게 넘긴다.
이렇듯 무언가를 전달하는 역할을 받은 루시가 마지막으로 인류 기원의 비밀이 담긴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3. 뇌 활용도가 100%가 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 영화에서 루시는 박사에게 묻는다. 뇌 활용도가 100%가 되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를...
박사는 루시가 100%에 이르러 알게된 모든 것들을 후대로 전승(傳承)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루시가
100%에 이르는 과정 중에 깨닫는 모든 인식은 우주의 시작과 별의 탄생, 그리고 생명의 시작에 대한
태초의 어떤 의도와 목적에 닿아있다. 영화에서는 루시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지만 어쩐지 나는 막연하게나마 원자나 전자, 세포, 에너지일지라도 모든 존재에는 의미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4. 과연 루시가 전해준 모든 지식을 박사는 어떻게 사용했을까?
-> 영화속에서 박사는 강의 도중 청중에게서 인간의 뇌 활용도 증가에 따른 가설을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그런 자료는 없다. 다만 가설일 뿐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연구가 진화(evolution)를
혁명(revolution)으로 바꾸는데 역할을 하리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진화와 혁명은 영어 철자도 비슷하다. 이 둘은 인류에게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그건 바로 변화다.
루시는 인류의 삶과 미래에 큰 변화를 예고하는 지식을 박사에게 넘겼다. 이제 선택은 박사의 몫이다.
박사는 이 지식이 인류에게 큰 혼란을 불어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선택을 앞둔 박사의 고민은 성서에
나오는 태초의 인류 아담이 하와가 건네주는 사과를 받아들고 했던 고민과 같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대량살상 무기의 진화를 불러왔듯이 루시의 지식은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수도
있기에 박사는 루시에게 지식을 전해달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4. 결론: 인간의 현존(現存)을 결정짓는 것은 시간이다.
-> 존재의 본질을 묻는 박사의 질문에 루시는 달리는 자동차를 비유로 든다.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가 계속해서
증가한다면 결국 자동차는 사라지고만다. 이 비유는 인간의 뇌 활용도 증가가 결국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루시가 뇌 활용도가 증가함에 비례해서 인간적인 요소를 잃어가는 모습은
인간은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에 인간으로 머무를 수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내게 <루시>는 화려한 영화적 요소보다는 루시라는 한 인간을 통해 인간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한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삶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루시>를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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