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알베르 카뮈

<적지와 왕국>

묭롶 2011. 2. 21. 21:26

 

카뮈 작품에 드러난 성찰의 과정을 크게  부조리->반항>사랑의 단계로 분류한다.

 『적지와 왕국』은 그 중 두 번째 단계인 '반항'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작품이며, 카뮈의 작품 중 단편소설로는 마지막 작품에 해당한다. 

카뮈가 계획했던 '사랑'의 단계인 『최초의 인간』은 집필도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났기에,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을 통해 그가 계획하고 나아가고자 했던 성찰의 단계를 막연히 짐작해 볼 뿐이다.

 

 이 작품집에서 내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은 「요나 혹은 작업중의 예술가」이다.  이 작품 속에서 '요나'는 카뮈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로 보여진다.  '요나'는 사방으로 뚫린 수직의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빛(세상사람들의 관심과 비평에 노출된 파리에서의 카뮈:이방인에서 뫼르소에게 방아쇠를 당기게 했던 작렬하는 태양)에 무작위로 노출됨과 동시에 그 창을 통해 바깥의 시선에도 이중으로 노출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별'을 믿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려고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은 왜곡되어지고 실패자 취급을 당하게 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적지'가 되어버린 자신의 집에서 요나는 자신의 머물곳을 궁리하다 세상의 이목과 무차별적으로 쏟아져들어오는 빛에 차단된 자신만의 다락방에 은신하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하얀백지 위에 '요나'가 쓴 '고독'인지 '연대'인지 알아볼 수 없이 조그맣게 쓰인 글씨는 의미심장한 것이다. 

 

  카뮈의 의도를 추측해보건데, 그 단어는 '고독'과 '연대'를 동시에 의미하는 단어로 받아들여진다.  '적지'에 놓인 '고독'한 존재로서의 본원적 자신을 만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희망이 바로 '연대'에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을 '반항'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작품으로 평가하는 근거가 바로 이 단편집에 있지 않나 추측해본다.

 

   「자라나는 돌」에는 다라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요나 혹은 작업중의 예술가에서 요나가 적었던 '연대'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다라스트라는 인물을 들어 미래를 위한 사람들의 염원과 희망이 신성을 향한 무조건적인 봉신이 아닌 인간을 향한 연대(흑인 요리사 대신 돌은 짊어지고 그 돌을 교회가 아닌 흙집의 불 위에 던져넣는 다라스트의 모습)에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그 다음단계인 '사랑'의 성찰이 어떠한 방식으로 추론되어질지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전생애를 거쳐 멈추지 않았던 그의 작품활동의 출발이 실은 '부조리'이전에 '사랑(사랑->부조리->반항->사랑)'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인간(자신을 포함)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생애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해(함수)로 삼아 다음 단계로의 추론으로 나아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두가 짐작일 뿐 카뮈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와 같은 과정과 분량의 성찰과 귀결을 이끌어낸 작가가 아직까진 없기에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읽고 또 읽을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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