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알베르 카뮈

<여행일기>

묭롶 2010. 12. 25. 15:34

 

  카뮈의 (여행일기)는 1946년 3~5월간의 미국일정과 1949년 6월에서 8월까지의 남미일정에 관한 기록이다.  카뮈는 이 기록을 신문기사에 쓰이는 취재수첩의 형태로 기록했는데(미국일정 중 만나 마음을 빼앗긴 여대생 퍼트리샤에 대한 부분은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 『여행일기』라는 책 제목이 무색할 정도로 이 일정들은 카뮈의 건강을 악화시킨 고행의 일정이었다.  

 

  실제로 그는 1949년의 남미일정이후 몇년간을 건강악화로 인해 『반항하는 인간』을 집필하는 것 외의 다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그런 힘든 일정 속에서도 카뮈는 일정을 통해 받았던 인상을 토대로 「자라나는 돌」과 「가장 가까운 바다」를 쓰게 된다.  

 

나는 여러 시간 동안 다시 한번 이 단조로운 자연과 이 광막한 공간을 바라본다.  

아름답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보는 이의 정신에 질기게 달랍붙어 떨어지지 않는 그런 경치다.  이 고장에서는 계절들이 서로서로 뒤섞여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뒤엉킨 식물들은 형체를 규정할 수 없게 되고 피들이 어찌나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지 영혼이 그 한계를 잃게 된다.  무겁게 철썩대는 소리, 숲의 푸르스름한 빛 모든 것을 뒤덮고 있는 붉은 먼지의 바니시, 시간의 용해, 시골 생활의 완만함, 대도시들의 짧고 정신 나간 흥분 -이곳은 무관심과 급변하는 피로 이루어진 나라다.p132

 

=>>『반항하는 인간』中제5장 정오의 사상

각자가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신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여기서 낭만주의는 끝난다.  우리 각자가 다시금 스스로의 진가를 발휘하기 위하여, 역사 속에서 그리고 역사에 반하여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 즉 자신의 밭에서 얻는 보잘것 없는 수확과 저 대지에 대한 짧은 사랑을 획득하기 위하여 팽팽하게 활을 당겨야 하는 이 시간, 마침내 한 인간이 탄생하는 이 시간, 시대와 시대의 풋풋한 열광을 그냥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  p498

  「티파사에서의 결혼」에서 이미 핏빛으로 얼룩진 인간의 문명을 무화시키는 자연의 치유력과 그 속에서의 화해가능성을 꿈꿨던 그의 이상은 광활한 남미의 원시림과 삼바춤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과 더해져서 전후 미소양국으로 분활된 세계의 구도를 불식시킬 ,정오의 사상'(『반항하는 인간』)의 기초가 되었다.  

 

뉴욕의 냄새-강철과 시멘트의 냄새-쇠붙이가 재배하고 있다.  p31

 

성스러운 것에 대한 반항인 그리스적인 사고를 다시 해보고 재창조하르것.  그러나 낭만주의자들의 성스러운 것에 대한 반항이 아니라-반항 자체가 성스러움의 한 형식이다-성스러운 것을 제자리에 갖다놓는 것으로서의 반항-'반항하는 인간의 주제' p47 

 

실제로 남미일정 이후, 악화된 건강탓에 칩거하는 동안 그는 그동안 집필한 자신의 작품을 되돌아보고 오랫동안 정체되었던 『반항하는 인간』의 완성도를 높여 출판하게 되었으니, 카뮈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웠으나 문학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여행일기』를 기록하며 카뮈는 감정을 배제한채 그날그날의 일상을 적겠다고 했지만, 실상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 카뮈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다.  

 

 두번에 걸쳐 자살생각.  두번째에도 여전히 바다를 바라보다가, 양쪽 관자놀이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이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살하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다는 표면만 겨우 빛을 받고 있지만 바다의 깊은 어둠이 느껴진다.  바다는 그런것이다.  그래서 나느 바다를 사랑한다!  삶의 부름인 동시에 죽음에의 초대.  p60~61

 

우리가 타인들을 바라보는 순간부터 우리가 그 타인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이제 나는 더 이상 그걸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어느 면에서는 고통을 주는 것 보다는 숫제 죽이는 편이 더 낫다.  어제ㅡ명백히 머리에 떠오른 것은, 그것은 결국, 내가 죽기를 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p118

 

  그가 밀실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과 바다를 표현한 글들 속에서 보여지는 그의 양가감정과 불안감, 그리고 타문화에 대해 이질감과 선입견없이 다가서는 그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드러나지 않은 그의 새로운 모습 등, 이 작품을 읽고 그의 작품 『결혼,여름』을 다시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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