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장 그르니에

<카뮈를 추억하며>

묭롶 2010. 5. 3. 15:33

 

  '작가'='작품'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작가연구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연구하는 방식과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 속에 작품을 놓고 인과관계를 살피는 방법들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물로  한 작가의 사상과 철학, 문체적 특징을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그 결과물들이 인간으로서의 '작가'와 완벽하게 치환'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에 대해서도 이미 역사적, 철학적, 문학적, 사회적 등 다방면에 걸친 연구가 이뤄졌고, 지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그러한 연구물 들 속에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카뮈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카뮈가 그런 결과물들을 본다면 자신에 대해 단정적으로 이름 붙여진 꼬리표들을 다 떼어버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카뮈를 추억하며>는 그러한 이유로 씌어진 책인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누군가를 글로써 되살려내는 일, 자신이 알았던 '인간 카뮈'를 복원하는 일을 장 그르니에는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고, 1960년 카뮈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되자, 사람들은 그에게 많은 것을 물어왔을 것이다.  그 물음에 대한 7년 동안의 숙고가 <카뮈를 추억하며>에 담겨있다.

 

   그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문학적, 정치적, 사회적관점에서 인물에 접근하며 분석하는 방식이 아닌, 카뮈와 자신간에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한사람의 인간 '카뮈'를 되살려내고 있다.   카뮈가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기 위해 소설을 쓰고, 논평을 내고 희곡을 쓰고, 또 각색하고 연출, 출연까지 했다면, 그르니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 즉 글쓰기를 통해 카뮈라는 인물에 대한 총체적 서평을 써내려갔다.  그는 아마 카뮈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이후부터 그가 노벨상을 수상하고 사망한 후까지도 자신과 카뮈를 연관짓는 사람들의 호기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장 그르니에의 제자였다.  알제리에 있는 학교의 철학교사로 부임받은 그르니에는 그곳에서 17살의 학생인 카뮈를 만나게 되었다. 인상깊었던 그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15살의 나이차이에 개의치않고 평생동안 카뮈와 교류해 왔다.  하지만 그는 카뮈의 작품들 속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카뮈는 영원한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페스트』를 통해 인간의 차원에 영원한 가치가 실재한다는 것을 단언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가치를 긍정한다고 해서 가치 자체가 확립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p65~66

 

~병 덕분에 그는 또한, 기성의 견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 사람, 세네카의 말에 의하면 스스로 자제하고 자기 자신에게

책임지우는 사람,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사상이 솟아나도록 하는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칩거의 기회를 얻었다.  p149

 

~나는 알베르 카뮈의 목소리가 왜 <폐부를 찌르는지> 잘 알고 있다. 

그는 숨김도 암시도 없다.  ~그는 말해야 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다음으로 그는 자기 자신의 전부를 걸고 말을 한다. 

~그는 그들의 가장 깊은 욕구, 그들의 가장 온전한 욕망을 표현한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말미암아

그는 모든 이가 경청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p155

 

그의 눈에 비춰진 카뮈는 '언행일치'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하고 실천하는 바를 그대로 글로 담아내려 했던 인물이었다.  평생을 교류하며 서로의 글에 서평을 써주고, 자신이 구상하는 바를 의논했을 정도였으면서도 각자 서로의 신념과 가치체계를 존중했던 그들의 관계가 부러워진다. 

 

  ps: 아무리 봐도 장 그르니에는 대인배다.  나 같으면 내 주변에 누군가가 유명해졌다면, 동네방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손도 잡아보고 밥도 같이 먹었다고 자랑해댔을건데, 이 노친네한테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공산당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카뮈의 의견에 지지를 보냈고, 그가 공산당에서 축출당했을때도 그런 그의 신념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인 그르니에는 철학자로서의 카뮈도, 작가로서의 카뮈도 배우로서의 카뮈도 모두 대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에 카뮈가 서평을 써주는 일에 고마워하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카뮈를 보내고 이 노친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이 책을 내기까지 무려 7년이 넘게 걸린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