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마흔 넘어 어느날 갑자기 정말 느닷없이 락밴드에 입덕하다보니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어이없음이지요. 기존 생활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저의 변화로 인해 마찰이라면 마찰이고
적응을 위한 과도기라면 과도기인 시기에요.
이 나이에도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고 기다려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러한 마음도 소중하단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론 인디로 십년넘게 활동을 한다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요.
그 오랜 시간동안을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이 무엇일지 저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건
로맨틱펀치라는 밴드는 인디로 머물기에는 너무 안타깝다는 점이죠. 단 한번의 공연만으로 저같은
사람을 입덕시킨 마력의 밴드인데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극도로 부족한 것 같아요.
지난달 1월 13일 서울 창동에서 있었던 난장 in 서울 공연때도 그렇고 이번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도
마찬가지로 로맨틱펀치는 무대가 크면 클수록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힘과 더 큰 매력을 뿜어내죠.
팽창해서 분출해야할 응축된 에너지를 큰 무대에서 폭발적으로 뿜어내지 못하고 힘들게 잡히는 공연도
협소한 펍에서 진행되다보니 활화산의 활동이 내부폭발로 그치고 마는데 대한 아쉬움이 커요.
지난 2월 5일 연덤펍 공연때 배인혁보컬이 앰프소리 들은지가 오래라며 자신들의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는 멘트를 해서 걱정을 했는데 이번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을 기획해주신 이승환님이 그런 이유로도
정말 너무 고마워요. 우리 밴드를 큰 무대에 세워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뵙고 큰절이라도 하고 싶었죠.
다른 큰 밴드 공연 포스터볼 때마다 저기에 게스트로 우리밴드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 자주 했거든요.
아무튼 이날 로펀은 그동안 목말랐던 무대에 대한 허기를 제대로 풀었어요. 멤버들이 어찌나 밝고 신나게
공연을 하는지 멤버들 몸에서 에너지의 빛무리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죠. 배인혁보컬은 관객들 나눠주라고
놔둔 초콜렛을 멋진 투구폼으로 무려 2층까지 날리는 시속 100킬로의 초콜릿 투구를 시전해서 관객들을 놀래켰죠.
노래를 안했으면 야구를 해도 됐을 것 같아요.
이날 공연은 모두 '참 잘했어요' 도장 천만개쯤 찍어주고 싶을 정도로 멋졌지만 단 한가지 아쉬웠던 건
보컬 위주로 조명이 셋팅이 되어 있고 세션들간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특히 드럼은 구석 큐브안에
자리한 탓에 멤버들 모습을 한눈에 담기가 힘들었던 점이에요.
요즘은 좋은 공연장을 보면 여기서 우리 밴드가 공연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만 들어요. 그 어떤 공연을
봐도 이 자리에 로펀이 서면 정말 멋질텐데 라는 생각이 들구요. 공연장 대관의 어려움이나 앨범에 관련된
어려움을 같이 공유해서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머리라도 맞대고 싶은 맘에 마음이 답답한 요즘이네요.
그냥 공연만 보고 나 혼자 즐겁기에는 힘들게 활동하는 밴드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해서인 것 같아요.
상황은 힘들지만 일당백으로 로펀을 사랑하는 팬들이 있고 로펀을 사랑하고 애쓰는 멤버들이 있는 한 올해는
더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래봅니다.
우주최강마력밴드 로펀!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ps: 2월 11일 서울 공연 전에 2월 8일~9일 서울에서 컨퍼런스가 있어서 수요일 서울 올라갔다 목요일 광주 내려와서
다시 2월 11일 토요일 서울을 올라갔네요. 로펀 보러 갈때는 신나는 서울행인데 회사일로 왕복하려니 너무 피곤했어요.
ps2. 저와 동행했던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의지와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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