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사진을 못 찍은 제게 귀한 사진을 공유해주신 S.H.RPFAN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날 공연은 공연중 영상 촬영이 금지되 있어서 사운드체킹 중의 허락된 사진만 업로드합니다.)
거두절미 본론부터 들어갈게요. 1월 13일 난장 콘셉은 안녕바다와 로맨틱펀치의 대결구도였지만 미안하게도
로펀의 단공분위기였죠. 문제는 음악적 역량이 아니에요. 제가 느끼기엔 음악이 지닌 에너지의 차이인것 같아요.
음악은 힘이 있어요. 사람을 치유하기도 하고 사람을 UP시키기도하죠. 물론 DOWN시키는 효과도 있구요.
음악은 결집력 있는 에너지에요. 그런데 양성자와 중성자의 반응으로 일어나는 핵반응처럼 1월 13일 난장공연에서
로펀의 공연과 이에 호응하는 관객의 반응은 핵융합 반응같았어요. 1월 13일 난장 in 서울에 출연한 로맨틱펀치의
공연은 핵폭발 같았죠.
자성을 띤 에너지가 주변 에너지를 흡수해서 일으키는 폭발반응처럼 관객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스텝들까지 펑 하고 터지는 신나는 공연이었지요.
저는 TV는 거의 보질 않아요. 한참 복면가왕에서 음악대장이 화재일때 호기심에 몇번보긴 했죠.
방송을 볼때마다 방청석에 앉아서 오래 걸리는 녹화 시간 동안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방청객들을
볼때면 사서 고생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란 생각이 들었죠.
그 긴 시간동안 같은 자리에 앉아서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박수치고 한다는 것 자체가 가식이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에요.
그런데 로맨틱펀치의 공연은 그런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요. 제 자신이 일부러 감동받은 가식을
취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74회 로맨틱파티때 배인혁보컬은 자신의 컨디션에 따라 공연을 객관적으로
보는 경우도 생길거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는 과연 로맨틱펀치라는 어매이징한 밴드를 객관적으로 보는것이
가능할거란 생각이 안들어요. 여기까진 사심이구요.
복면가왕 방청석과 난장 방청석의 차이점을 얘기하자면 그건 연출과 LIVE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거에요.
연출은 이미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있는 선입견 있는 무대를 말해요. 복면가왕의 방청석은 이미 CP나 PD에 의해
검증된 무대에 대한 선입견이 은연중에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지요.
그런데 로맨틱펀치의 무대는 회쳐져서 셋팅된 요리가 아닌 그대로 살아있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활어에요.
이미 정해진대로 회쳐져서 고정된 요리가 아닌 싱싱한 살아 움직이는 활어의 펄떡임이 로맨틱펀치의 무대죠.
이날 로펀은 몽유병. 파이트클럽. 미드나잇신데렐라(정말 미씬 단체 군무는 너무 신나요. 안되요~되요~
되요.되요.되요.되요를 단체로 부를때면 흥분이 절정이지요. 전 미씬 노래 중 너의 여자 친굴 내방에 데려갈거야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 굿모닝블루. 마멀레이드(잔잔한 노래지만 관객들 떼창에 배보컬이 감동받았데요)
, 눈치채 줄래요(내게 손내밀어 줄 수 있나요~부분에서 관객들 전부 무대 앞으로 손내밀때 보컬이 관객석을
향해 손을 뻗을때면 그 손을 덥썩 잡고만 싶어요). 사랑에 빠진 날(연덤 공연때 알려준 단체 군무하며 손가락 하트
날릴때가 이날 공연의 최고점이었죠.), 토요일 밤이 좋아(토밤 분무쇼할때 뿜은 물이 카메라에 튈 뻔해서
카메라 감독님이 깜짝 놀라 피했지만 짖궂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흔들었어요)을 불렀어요.
이미 늦은 시간이고 입술이 말라서 갈라질 정도로 건조한 실내였지만 로펀이 시작한 핵융합에 반응하는
관객들이 어우러져 보여주는 환상의 콜라보가 이번 난장무대의 총평이에요. 워낙 로펀 단공 분위기였던
공연이라 안녕바다의 기타리스트는 자신들이 로펀 게스트로 온것 같다는 멘트를 하면서 로켓트펀치라고
투정부리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로펀의 전신인 워디시 시절부터 몽니 연습실을 같이 빌려썼을 정도로
오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로펀과 안녕바다였기에 서로 장난스럽게 디스하기도 했지만 두 밴드 모두
같은 공간에서 같이 공연한다는 사실을 기꺼이 즐긴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 여기까지는 총평이구요. 아래는 개인적 기록입니다.
로맨틱펀치가 1월 13일 난장 공연(창동 플랫폼 61)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왕복 기차표부터 예매했어요. 지방민에게 서울 공연은 언제나 차표와의 전쟁이죠. 최우선 과제는
티켓팅이 아니라 차표확보가 먼저에요. 이번에도 방청 신청하기 전부터 차표를 확보하고 MBC난장
홈페이지에서 공연관람 신청사연(꼭 뽑아주십사는 구걸의 사연)을 올렸죠.
다녀와서 기사를 보니 난장 방청권 당첨률이 25%였더군요. 운이 좋았나봐요. 다행히 뽑혀서
올 겨울들어 가장 춥다는 1월 13일 따뜻한 남쪽에서 시베리아 서울로 일찍 출발했어요.
도착하니 도착 순서대로 티켓을 수령할 수 있는 대기번호를 기록하더군요. 저는 11번이었어요.
실제 티겟 수령이 오후 다섯시 부터여서 그때부터 열심히 기다렸죠. 커피숍에서 같은 팬분들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준비해오신 굿즈도 나눔하면서 대기하다가 다섯시에 티겟을 수령하고 다섯시 사십분
부터 입장 대기 줄을 섰다가 여섯시에 입장했어요. 그 잠깐 바깥에서 기다리는데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난장 1부인 힐링페스티벌은 전남뮤직창작소와 광주MBC난장팀이 전남 세곳에서 80개의 팀 중
최종 다섯팀을 선발해서 그들이 꾸미는 공연무대였죠. 사실 신인뮤지션이라고 하지만 음악적인 완성도로
봤을때 신인은 아니었어요. 2부 로펀 출연까지 대기시간을 걱정했었는데, 즐겁게 공연 감상하다보니
1부가 금방 끝났더라구요. 1부 공연이 9시 조금 넘어 끝났고 십분 쉰 다음 곧바로 사운드 체킹후에
안녕바다 공연이 시작됐어요. 안녕바다 보컬 나무는 볼때마다 다정다감하고 착한 청년이란 생각이
들어요. 공연 대기중에 바깥에 잠깐씩 나왔을때도 자기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반갑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정말 감동받았어요. 이날 안녕바다 공연곡중 라이어라는 곡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어요. 안녕바다는 항상 잔잔한 곡만 부르는 줄 알았는데 시국에 대한 고민이 담긴 가사의
곡들 불러주니 이 밴드는 개념까지 올바르단 생각에 흐뭇하더군요.
로펀 공연은 거의 밤 열시가 다 되어서 시작됐어요. 사운드 체킹때 화면에 로펀 난장공연영상이
나왔는데 배보컬이 영상을 정말 재밌게 지켜봤어요. 난장 공연 출연은 많이 했는데 실제로 보지는
못했데요. 16년 9월 4일 난장 공연은 폭우속에서 진행됐는데 그때 정말 불쌍해보였다며 자신이
머리를 짧게 자르게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15일 연덤공연때 배보컬이 얘길했죠.
로펀 공연은 계속된 앵콜속에 11시가 훌쩍 넘어 끝났어요. 분위기는 날을 샐것 같았지요.
배보컬은 공연 관계자분들 퇴근하시라고 우리는 남아서 공연을 하고 가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대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공연은 마무리가 됐어요.
저는 생각보다 공연이 늦게 끝나서 중간에 예매한 버스를 취소했다가 다시 예매하고 창동에서
나라시 택시를 타고 센트럴 호남선터미널로 날아가서 집에 도착하니 새벽 다섯시더군요.
막차 시간 때문에 차를 가져갈까 했는데 이날 가져갔음 큰일날 뻔 했어요. 눈이 펑펑 내렸거든요.
다섯시에 집에 도착하니 정말 지난밤의 공연이 꿈결만 같아요. 봐도 봐도 또 보고싶은 이 현실감
없게 어매이징한 밴드를 올해는 더 많이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2017년에도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서울 길을 동행했던 저의 동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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