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열두번째 만남: 74th로맨틱파티(퀸라이브홀, 20161231)

묭롶 2017. 1. 2. 15:16

  * 제 졸작인 영상은 유튜브에 있으니 혹 관심 있으신 분은 참고하세요.  https://youtu.be/1w-Y0s9cerQ


  언제부턴가 내 나이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을때부터 나이를 헤아리지 않기로 했어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할뿐이라며 매번 돌아오는 연말과 연시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죠.  그런 제가 2016년 9월 4일 광주 난장 공연에서

로맨틱펀치를 만나 입덕을 한 후 제 삶의 궤도는 기존 항로를 이탈해서 새로운 세계로 진입했어요.


  생전 처음 인스타에 트위터를 시작하게 되고 사랑하는 밴드를 담기 위해 핸드폰을 최신 기종으로 바꾸고, 결국은

다뤄보지도 않았던 캠코더까지 구입하게 되었죠.  로펀 공연은 봐도 봐도 허기가 져서 못 보면 못 살것 같아서 서울을

매주 올라가게 됐어요.  그 짧은 시간동안 일년 동안 만난 가족들보다 로펀을 더 많이 만난거죠.

  그럼 나를 이토록이나 미치게 만드는 로맨틱펀치라는 밴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여러번 생각해봤는데

첫번째로 꼽히는 건 공연의 랜덤성이에요.  예측불가능하고 변수가 많은 로펀의 공연이기에 같은 곡을 불러도 매번

전혀 다른 공연이지요.  연남동덤앤더머 라이브펍에서의 공연은 가족같은 분위기의 편안함이 좋았고 정해진 셋리스트

보다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공연곡들과 그들의 일상을 들려주는 담담한 멘트를 듣는 게 큰 즐거움이죠.

  로맨틱펀치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공연은 내 밴드의 출연을 기다리면서 느껴지는 설램과 흥분, 그리고 그들이 나와서

관객들과 호응할때 나 스스로 공연의 한 부분이 된 듯한 일체감과 보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이 커요.  그래서 멀어도

비행기를 타고라도 가고 싶지요.  (실제로 12월 11일 공연은 도저히 시간이 안맞아서 비행기 탔어요)

  로맨틱파티는 축제 같아요.  진수성찬이 차려놓아진 즐거운 댄스파티같죠.  로파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공연시간동안 공연에 흠뻑 빠져들고 하나로 묶여있다는 끈끈한 친밀감이 느껴져요.  지금까지 74번의 로맨틱파티가

있었고 그중 저는 이제 겨우 두번을 갔을 뿐이지만 같은 공연을 반복해서 진행하는 다른 여타의 공연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전국투어를 하는 다른 공연팀들이 서울,대구,부산,광주 를 돌며 같은 멘트에 같은 퍼포먼스, 같은 곡을

노래할 때 로펀은 항상 새롭다는 느낌의 공연을 만들어내죠.  지난번 연덤 공연때 배보컬이 일식집에 가면

오마카세(주방장 마음대로)를 시키면 제일 맛있다고 말했던 것처럼 우린 로펀에 모든 걸 맡긴 채 신나게 즐길 준비만

하면되요.

  74th로파는 퀸라이브홀에서 2016.12.31 밤 11시에 있었죠.  2016년의 마지막과 2017년의 시작을 로펀과 함께한다는

흥분감과 기쁨이 컸던 공연이었어요.  첫 등장부터 강렬했어요.  뒷모습으로 배보컬의 짧은 머리가 보이는데 제 눈에

아이돌로 보이더군요.  글램스램 인트로부터 전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그런데 공연 시작부터 배보컬의 목이 잔뜩 잠겨

있어서 걱정이 됐어요. 

지독한 감기몸살로 목이 잠겨 있었으니까요.  보컬 마이크 볼륨보다 관객 보이스가 더 크게 들렸던 부분도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보였어요.  사람이 힘들고 아프면 짜증이 먼저 나고 그만두고 드러눕고 싶을 텐데

이날 로펀 공연중 가장 많은 25곡을 소화해냈어요.

74th로파 셋리스트

1. 글램슬램

2. 미드나잇 신데렐라
3. 몽유병
4. 파이트클럽
5. 드라이브 미스티
6. 쌩
7. silent night
8. 너의 밤(신곡)
9. 아직은 아냐
10. 안녕 잘가
11. 내일로
12. 레디메리고
13. Dr. 스캔들
14.이밤이 지나면
15. 굿모닝블루
16. 눈치채 줄래요
17. 사랑에 빠진 날
18. STILL ALIVE
19. 마멀레이드
20. 밤이 깊었네
21. 좋은날이 올거야
22. APPOINTMENT
23. 키스
24. 토요일 밤이 좋아
25. 어메이징

  평소처럼 붕붕 날아다니는 배보컬의 멋진 퍼포먼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어린 왕자를 연상시키는 소년 같은

앳된 헤어스타일과 왕자풍 재킷은 눈을 즐겁게 했지요.  말하는 것도 힘들었을텐데 같은 날 동시에 한살을 먹는

것에 대한 분노를 37세 결사반대를 외치며 표현할때의 귀여움은..그리고 어차피 만나면 헤어지는 거랴며 그럴

바에는 결혼을 안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팬들이 듣고 싶은 멘트도 했죠.  예전에 연말 공연에서 카운트다운 행사를

할때 스트리밍 서비스가 로드가 있어 실시간이 아닌데, 관객 중에 자기만의 시계로 카운트다운을 먼저해서 초를

치는 경우가 있어서 카운트다운을 다시 안하려고 하다가 하는거라는 얘기도 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연때 멤버들의 멘트를 듣는게 참 좋아요.  콘치님이 배보컬을 장난스럽게 디스하면 과장된

반응을 보이다가 끝내 본인이 먼저 빵터져서 제일 크게 웃는 밴혁님 모습도 너무 좋구요.  자주는 아니지만

레이지님과 트리키님이 자신들 이야기를 들려주면 그들과의 거리가 한결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기뻤지요.


  74th로파에서도 공연 중 배보컬이 자신이 얼마전 아는 뮤지션 공연을 갔는데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재미가 더럽게

없었다며 토크콘서트인줄 알았다고 자신은 멘트를 자제하려고 한다는 말을 했지요.  이날 본인의 컨디션이 안 좋아

목소리가 안나와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래도 절대 환불은 안해줄거라며, 자기 아는 뮤지션도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서

물론 그래도 자기보단 못불렀을거라며 공연 마음에 안들면 환불하라고 했는데 사람들이 정말 환불 요청을 했다고

정 없는거 아니냔 얘기도 했어요.

  덧붙여서  퀸엔터에서 주관한 공연에서 공연 조형물에 관객이 다쳐서 머리가 찢겨 피가 나는데도 피아의 공연을

봐야한다며 피가 철철 나는데도 끝끝내 피아공연이 끝나고 응급실에 갔다는 일화도 들려줬죠.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목소리가 안나와서 공연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가봐요.ㅜ.ㅡ


 눈치채 줄래요를 부를때는 관객들 손 한 명이라도 더 잡아주려고 애쓰고 너무 힘들었을텐데 아픈티 내지도 않고

밝게 웃는 모습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영상을 자세히 보니 입술 윗 부분도 쥐었더라구요.  ㅜ.ㅡ

  로펀 멤버들은 워낙 서로간에 끈끈하지만 이날은 컨디션이 안 좋은 배보컬을 배려하는 멤버들의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했어요.  평소에도 공연때 제일 열심히 코러스 넣고 연주하며 든든하게 지원하던 콘치였지만

이날은 특히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연주하고 공연 퍼포먼스 지원하며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흘러도

손으로 닦아내지 못하고 눈이 따가워 연신 깜빡이면서도 함빡 웃음 짓는 콘치님 정말 감동이었지요.

  평소 보여주던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관객분들도 로펀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더 큰 목소리로

떼창을 하셔서 보컬 마이크 출력보다 더 큰 음성을 들려줬어요.  제가 항상 로펀멤버는 다섯명이 아니라 여섯명이라

말하는 여섯번째 멤버인 관객들인거죠.  하지만 로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했던 앵콜 요청이 가슴 아플 정도로

애를 쓰는 배보컬의 모습에 안쓰러웠어요.  정말 투혼의 무대라고 할 밖에요.  이날 투혼의 결과로 득음의 경지에

오르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이날 콘치 못지 않게 혼신을 다해 기타 연주를 했던 레이지님도 기타솔로 너무 좋았어요. 지난번 로펀 오피셜에서

기타사진과 레이지 사진을 같이 배치해놓고 둘이 똑같다고 올렸었는데 정말 레이지님은 기타와 한 몸 같아요. 

물론 트리키님은 두말하면 입 아프구요.

   항상 트리키님 사진을 찍고 싶지만 배보컬에 가려 찍기가 어려워요.  뒤에 있는 유재인님도 찍기가 어렵구요. 

하지만 영상이나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아도 언제나 뒤에서 웃으며 응원하는 트리키님의 웃는 모습과 무거운 베이스를

허벅지로 받치고 나와서 멋진 퍼포먼스 보여주는 재인님은 항상 감동입니다. 

  이번 74th 로파는 멤버간의 끈끈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 훈훈한 공연이었어요.  한해를 보내고 다시 한해를 시작하는

출발선에서 로펀이 보내는 가슴 따뜻한 응원의 메세지와도 같았죠.  2016년은 로펀을 만난 행운의 해에요.  2017년은

또 이분들 덕분에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이 나이에도 뭔가에 설레고 기다릴

무언가가 있다는게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로펀 너무 고마워요.

로맨틱펀치도 2017년 올 한해 더 대박나고 더 건강해지고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

  ps.  로파 끝나고 첫차 시간까지 뒷풀이로 노래방을 갔어요.  태진미디어 노래방 기계에는 로펀 노래가 무려 일곱곡이나

있답니다.  로펀 팬들은 열정만 넘치는게 아니라 노래도 너무 잘하더군요.  저만 빼구요.  로펀이 멋져서인지 팬들도

매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우주최강마력밴드, 로펀의 팬 다워요.


 ps2.  동행한 친구를 빠뜨렸어요.  KTX에서 옆자리 아저씨가 입냄새가 너무 지독한데 본인은 모르시는지 탈때부터

내릴때까지 전화통화를 하셔서 독서가 너무 힘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