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펀치에 빠지다>

로맨틱펀치와의 열번째 만남(12.03 상상마당 라이브홀)

묭롶 2016. 12. 4. 12:54

 

  11월 27일 73rd 로맨틱파티가 끝나고 12월 단독공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로 남은 시간을 또 어떻게 기다려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12월 3일 내귀에 도청장치 단독공연에 로펀(로맨틱펀치 줄여서) 출연 소식을 들었어요. 

 

 

  공연소식이 반갑긴 했지만 사실 걱정이 되서요.  로펀이 게스트 출연이어서가 아니라 내가 한번도 접하지 못한

팀의 공연을 끝까지 자리지켜줘야한다는 사실이요.  물론 로펀 게스트 공연만 끝나고 쏙 빠져나올수도 있지만

차마 그건 공연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요.  내 밴드가 중요하면 다른 밴드도 존중을 해줘야 맞지

싶었죠.

  저의 고민은 짧았고 어느새 내귀(내귀의 도청장치 줄여서) 티켓팅과 왕복 KTX를 예매하고 있더군요. 

나의 사랑하는 밴드 로펀을 보기 위해서라면 그들이 단 한곡을 공연하더라도 이 세상 어디든 못 갈곳이 어디겠어요.

진도 씻김굿의 게스트로 나온다고 해도 갈 수 있어요. 

 

  천살 먹은 구미호는 인간 남자와 백일을 지내면 사람이 된다는데 저는 로펀과 백번을 만나면 뭐가 될지 지금쯤에선

궁금하기도 해요. 이제 열번이니 앞으로 구십번 더 만나면 답이 나올지도 모르죠.  아무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대로

복을 받는다면 로펀은 엄청난 대박복을 받아야할거에요.  그들의 공연을 기다리며 행복하고 또 공연을 보면서 행복하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다음 공연을 기다리며 설래서 행복하니까요.  이렇게 멋진 밴드를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전 더 많이

행복해졌겠죠.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이 행복 움켜쥘래요.

 

  이날 공연은 홍대 상상마당라이브홀 지하 2층에서 진행됐구요.  내귀의 도청장치팀의 올해 공식 마지막 단독공연이었죠.

로펀은 내귀팀의 1부 공연이 끝난 브레이크 타임에 출연했어요.  파이트클럽, 치명적 치료, 몽유병 불렀죠.  단 세곡이었지만

듣는 귀와 보는 눈이 호강한 은혜로운 공연( 왜 자꾸 우리 배보컬이 로펀교 교주님처럼 보일까요)이었어요.  특히 치명적 치료를

부를때의 그 아찔한 고음은......... 제 심장을 들었다가 어딘가로 패대기치는 듯한 아픔까지 느껴질 정도로 현기증이 났어요.

치명적 치료를 듣고 로펀앓이가 더 심해지는 부작용(제 보기에 이 병은 불치병이에요)이 생기는거죠.

   눈 깜짝할 사이, 세 곡이 끝나고 앵콜을 연호했지만 올 마지막 단공인 내귀팀에 대한 배려인지 앵콜은 진행하지 않고 로펀은

퇴장했어요.  이날 배보컬은 멘트로 내귀가 십년이상 모시고 있는 형님들이라고 얘기했어요. 내귀 보컬인 이혁님도 속칭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더군요. 어쩜 그리 남자들이 피부가 하얗고 예쁜지, 같은 소속사 사장님이 이렇게 예쁜 분들만

보컬로 캐스팅한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날 제가 특히 감동받았던 건, 콘치님의 혼신을 다하는 코러스였어요.  마이크로 본인의 음성이 나가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열정적인 연주를 하면서 계속 노래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밴드는 한 사람만의 역량만으로 되는게 아니란 생각을

다시금 했어요.  (콘치님을 두개의 심장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데요.  그 말 정말인 것 같아요.  어쩌면 그렇게 에너지를

몽땅 쏟아붔고도 금새 해맑을 수 있을까요?  그게 동안의 비결일까요?)

 나이로는 배보컬이 가장 연장자이지만 누구에게도 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당당한 콘치님이 로펀이라는

밴드의 무게추임을 확인하게 됐죠.  항상 멋진 연주와 센스있는 멘트, 그리고 강직한 소신까지 작지만 큰 남자 콘치님이에요.

  73rd 로파때 배보컬도 이야기한 것처럼 밴드 멤버 중 누구든 단 한 명이라도 빠진 로펀은 상상이 되질 않으니까요.

  아쉬운 로펀의 공연이 끝나고 내귀의 2부 공연이 시작됐죠.  내귀의 도청장치라는 밴드 음악은 이날 처음 들었는데,

제 걱정과는 달리 신나고 유쾌한 공연이었어요.  사실 로펀공연은 너무 예쁘고 멋있어서 담고 싶은 욕심 반, 놀고 싶은

욕심 반이라 항상 갈등이 앞서서 매번 사진과 영상이 망작이지만, 내귀 단공(단독공연)은 그냥 편하게 놀면 되서 그 점이

좋았어요. 

  내귀 공연은 오후 8시 20여분경 끝이 났어요.  다른 로펀팬분들(독수리오자매 외)은 연남동 덤앤더머로 이차를 간다고 하는데

저는 그놈의 KTX 막차 시간에 쫓겨서 이번에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네요.  어쩜 12시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도

아니고 KTX 시간에 쫓겨야하는지.........그래도 현실세계로 돌아가야하는 마법이 풀린 후라도 로펀이라는 유리구두는 항상

제 맘 깊숙히 간직하고 있다가 다음 공연때 나머지 한짝 유리구두를 신고 왕자님과 춤 출래요^^ 

 

 <이번 로펀 만남길에도 동행해준 제 친구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이에요.>

 

 이제 제 개인적인 기록입니다.^^  이날 공연을 보기 위해 아줌마는 3일 아침 눈 뜨자마자부터 바빴어요.  아줌마가 집을 비울려면

밀린 집안일을 몽땅 다 해치워야 하는 미션이 선행되야하죠.  평일 직장일로 바빠서 휴일에 밀린 집안일을 하는데, 그런 휴일에

비워야하니 짧은 시간안에 많은 일을 해치워야해요.  그래도 좋다고 실실 웃어가며 제 몸의 게이지를 슈퍼파워급까지 올려서

집안일을 하고 제 몸은 여전히 겨우 씻고 KTX에 올랐죠.  반가운 로펀팬(독수리오자매 외)과 저녁이라도 먹고 공연보려고

용산역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탔어요.  로펀 입덕 후의 두달여동안의 서울 방문 횟수가 제가 태어나서부터 입덕 전까지

방문했던 횟수를 상회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곧 KTX 마일리지로 공짜 한 번은 탈 수 있겠죠.  (열번 먹으면 한번 공짜인

치킨 같네요.)  독수리 오자매와 예쁜 동생과 공연장에서 만나 인근 중국집에서 짱개에 반주 한잔 하고 공연을 봤어요.

(저만 얼굴 발그레, 발그레) 

  이날 내귀의 도정장치 분들 처음 뵙는데요.  사진의 이분, 연남동 덤앤더머 보컬이자 YMC(연남동 메탈시티) 보컬이기도

하고 또 내귀 베이스연주도 하시더군요. 정말 뵐때마다 깜짝 놀래요. 밀양 로펀 공연때 처음 뵜을때는 비주얼 쇼크(안에

늘어진 런닝을 입고, 겉옷을 빙빙 돌리며 '너랑 섹스하고 싶다'란 노래를 부르시는데 너무 웃어서 울었어요.)였죠.

그런데 내귀 컨셉에서는 너무 얌전하신거에요.  말을 걸게 하고 공연 퍼포먼스(YMC 공연때 무대 소품 치킨 물어뜯는거

보고 진심 쓰러짐요)가 충격적인 분이 침묵을 유지한 채 베이스 연주만 하시니 이건 또 적응이 안되더군요.

암튼 로펀 게스트 공연 끝나고도 이분 보느라 내귀 공연 시간도 빨리 지나갔어요.

 

  원래는 12월 공연장 대관이 힘들어서 로펀 공연 일정이 불투명하다고 했는데, 어쩌면 12월 말일 공연이 될 수도

있겠다는 얘기를 이날 들어서 기뻐요.^^  사랑하는 나의 밴드 로펀!!!!   다시 보는 그날까지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흥해라~~~로펀!!! 대박나라~~~로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