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로맹 가리>

<유럽의 교육> 로맹가리, 인간을 노래하다!(2)

묭롶 2014. 7. 23. 12:57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인간의 삶은

애초의 의도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이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때 흔히 '운명의 이끌림'

이라고 표현한다. 어떨 땐 과거를 되돌이켜보고, 과거 특정 시점의 특정 행동이

지금의 위치로 나를 이끈 출발점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 비행장교로 참전한 로맹가리는 참전기간 동안 『유럽의 교육』을

썼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유럽의 교육』이 작가 로맹가리의 출발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절대성에 반항을 꿈꿨던 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을 통해

작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던 경우처럼 로맹가리는 자신의 신념과 이상을 한 권의 책으로

표현해냄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또한  로맹가리의 첫 작품『유럽의 교육』이 그의 마지막 작품 『솔로몬 왕의 고뇌』와

원형의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럽의 교육』이라는 책 속에서

자신이 쓰는 소설(유럽의 교육)을 통해 인간에 대한 희망을 표현해내고자 했던

도블란스키의 모습은  '인생의 장미를 꺾으라고' 말하는  『솔로몬 왕의 고뇌』의

솔로몬과 닮은 꼴이다. 

 

「하지만 나는, 나는 도전에 응하겠어.  자유, 존엄성, 인간으로서의 명예,

그 모두가 결국은 사람들로 하여금 목숨을 내놓게 하는

한 편의 동화일 뿐이라고 얼마든지 말해도 좋아.

~그런 때에는 인간이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모든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모든 것이 은신처를, 피난처를 필요로 하지. 

~나는 내 책이 그런 피난처 중 하나가 되기를 바라.」p88

 

  작중 인물 도블란스키는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나치 치하의 절망적 현실에서도 인간에게는 희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2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인간의 삶은 존엄을 존중받지 못하는 강제성의 세계(운명, 죽음, 제도 등)

에 귀속되었다.  로맹가리는 전쟁이 끝나면(원인) 인간이 그 각각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존중받을 수 있을거란 희망 속에서

『유럽의 교육』을 썼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만 바뀌었을 뿐 인간은 언제나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내일을 결정

지을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한 엉덩이나 발에 머물렀다.  아마도 로맹가리는 이런 이유로 『하늘의 뿌리』의 모렐을 통해

옳은 일을 알리고 또 실현시키기 위해 끝내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을 그려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작중인물 도블란스키가 작중에서 쓰는 『유럽의 교육』은 로맹가리가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써낸 수십권의 저서와도

같다.  로맹가리는 첫 작품부터 마지막 작품까지 자신의 온 생애를 걸고 지켜온 신념인 인간에 대한 존엄을 회복해야 함을

주장한다.  결국 그의 작품들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써낸 원곡의 변주곡들이며 원형의 고리를 이룬 작품들의 화음 속에서

로맹가리라는 한 인간의 총체성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글로써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로맹가리의 유서는 그가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을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의 합창 속에서 언제나 영원한 불멸의 '나데이다'가 된 것이다.  작중에서 빨치산들이 '나데이다'의

실존 유무가 아닌 그 이름만으로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처럼 로맹가리는 그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인간을 노래함으로써

그 음악에 귀 기울이는 독자에게 인간이 어떠한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