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한쪽 가슴으로 수유하기:유축기와 출근, 유축기와 퇴근

묭롶 2011. 9. 23. 23:00

 

<< 열심히 먹인 보람이 느껴진다.  제목하여 곰 다섯마리!!!>>

  처음 모유수유를 결심했을때, 출산휴가 기간동안이라도 먹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램은  완모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육개월까지 먹이겠다로 바뀌었다.  복직해서 모유를 먹이기 위해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메델라 락티나 유축기 한달에 육만원, 모유저장가방세트 95,000, 수유패드 3만원, 저장팩2만원, 유축기깔대기외 9만원)했다.  그리고 복직하고 사무실에서 몇시, 몇시에 유축를 해야할지를 궁리하고 사무실에서 유축하는 시간에 맞추려면 집에 있는 시간에는 언제 유축을 해야할지 머리를 쥐어짜서 계획하고 실제로 두주정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막상 출산휴가 가 끝나고 복귀를 할 즈음이 되자 참 맘이 심란해졌다.  그동안은 나랑 같이 아가를 봤는데 앞으로 혼자 하루종일 애를 봐야할 엄마의 건강도 걱정이었고, 사무실 출근해서 유축할 일도 걱정이었다.  직장내에서 유축을 한 여직원도 없었고 유축을 위한 환경도 마땅찮았다.  가장 큰 문제는 40살이 넘은 남직원들이 대다수인 직장에서 과연 나의 모유수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유난떤다며, 유축시 자리를 비운 나를 찾고 불편함을 토로한다면)가 고민이었다.  또 하나의 복병은 복귀하는 시점이 내 업무까지 도맡아하던 동료여직원의 휴가기간이란 점이었다.  출근하자마자 정신도 못차린 상태에서 둘이 하는 일을 혼자서 내가 그것도 유축 때문에 자리를 비워가며 해야 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무겁게 했다.   드디어 출근할 날이 되어 아침 5시50분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며 유축을 하고 설겆이와 젖병, 유축기구를 씻어놓고 한쪽 어깨에는 유축기를 메고 다른 어깨에는 모유저장가방을 메고 7시에 집을 나섰다.  

<<딸아!!! 너 없는 세상을 그동안 어찌 살았을까?>>

  ㅎㅎㅎ 오랜만에 출근해서 어리버리한 정신에 동료직원까지 휴가를 가고나자 난 완전 혼수상태였다.  유축은 9시 30분, 1시, 4시10분 이렇게 세번을 해야 하는데, 당장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아줄 사람도 없고 별 수없이 쉰이 넘으신 부장님을 붙잡고 대신 전화 좀 받아주시라고 부탁드리고 일하다가 미친듯이 튀어들어가서 손도 못 씻고 유축을 했다.  유축을 할 장소도 마땅찮아서 종이서류를과 잡동사니를 보관한 창고(ㅎㅎㅎ 밀폐되어 있어서 숨도 못 쉬게 덥고 오래된 종이냄새 작렬!!!-심지어 어떤 직원은 다용도실에서 썩은 내가 난다고 했다.-  이 장소에서 하루세번 유축하는 난??? )안에서 문을 잠그고 유축을 하노라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가뜩이나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공간에 내가 뿜어대는 이산화탄소로 정신이 몽롱해졌다(실제로 유축하면서 졸기도 했다). 

<< 머리카락이 많이 길지 않아서 모자를 써야 너의 정체성(여자)이

지켜지는구나!>>

  그렇게 하루종일 개업집 앞에 설치한 풍선처럼 이리저리 광풍에 흩날리던 하루가 끝나면, 두둥! 험난한 퇴근길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3월에 이전한 지점이 새로 조성된 지구여서 한번에 집에 가는 버스가 없고 그나마도 배차간격이 삼십분이어서, 집에 가는데 무려 한시간 사십분에서 한시간 오십분이 걸렸다.

<<ㅎㅎㅎ 포동포동한 저 살!! 흐미 오진그!!!>>

  집에 오분이라도 빨리가고 싶어서 버스를 여러가지 방법(세번까지 환승 ㅡ.ㅡ)으로 시도해봤지만, 그래도 한시간 사십분에서 더는 줄어들지 않았고 유축가방과 모유저장가방을 양 어깨에 메고 험난한 퇴근길 버스 속에 몸을 싣노라면, 좌초위기에 놓인 조각배의 깃발처럼 몸은 이리저리 휘청였다.  버스에서 내릴 때면 몸은 만신창이에 양쪽 어깨는 가방끈에 쓸려서 벌겋고 무릎은 온통 시큰거려서 후들거려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친구들은 다 중고차라도 뽑지 무슨 청승이냐고 난리였지만, 출산이후 매달 날아오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카드대금을 보면 대책이 안섰다.  

 

  결국 대여한 유축기는 출퇴근 한달만에 애처로운 소리를 내며(쉭쉭 소리가 아니라 끼익~끽~끼릭) 작동불능이 되었고,  교체한 유축기를 들고 퇴근때마다 유축기와 모유가방을 사수하기 위해 난 또 몸부림 댄스중이다.  (유축기 대여회사에서는 설마 무게가 나가는 이 유축기를 들고 출퇴근을 할거라고는 상상을 못할것이다.  아~~ 고장이 잘 안나는 제품인데 이러면서 바꿔주는데, 많이 미안하더라)

<<110일경에 뒤집기에 성공한 우리딸! 틈만 나면 뒤집느라 몸부림쳐서

옷이 다 말려올라갔다>>

 어쩌다 버스에서 빈자리라도 생기면 소중한 유축기와 유축한 모유 보퉁이를 끌어안고 숙면에 빠져들었는데, 머리가 내 의지와는 달리 얼마나 큰 회전반경을 그리며 풍차돌리기를 하는지, 눈을 뜨면 항상 버스안 승객들의 시선이 내게 머물러 있었다.  (아~~ 나도 정말 이러고 싶지 않다고요.  -승객들의 눈빛이: 도대체 저 여자는 무슨 험한 일을 하고 다니길래 버스에서 저렇게 자나``)  그래도 버스에서 숙면을 한 날은 다시 힘이 불끈불끈 솟았다.  그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을 엄마라는 이름하에 해내는 나를 보면서, '엄마'라는 존재의 힘을 몸소 느끼게 된다.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을까라는 철든 생각을 자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