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

한쪽 가슴으로 수유하기: 생후 1일-15일(출산부터 조리원생활)

묭롶 2011. 7. 13. 14:26

  난 2005년에 왼쪽유방에 양성농양 제거수술을 받았다. 수술후 현대병원 유방외과 최원장님은 농양이 너무 커서 유룬 아랫쪽이 전부 잘려서 모유수유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난 모유수유를 꼭 하고 싶어서 모유수유에 적극적인 엔젤산부인과를 선택했다. 5월8일 새벽 1시20분경 출산직후 신생아를 내 가슴위에 올려놓고 간호사가 유두에 입을 대주었다. 물론 빨거나 입을 벌리지는 못했지만 그렇게하면 아가가 엄마채취를 맡아서 모유수유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88kg으로 태어난 우리딸

 

  왼쪽은 수유가 불가능하지만 오른쪽 가슴으로라도 먹여보자고 수유를 어떡할건지를 묻는 간호사에게 모유를 먹일거라고 했다(헉, 난 그저 모유를 먹이고 아가가 배고프다고 하면 신생아실에서 분유보충을 해주는줄 알았는데, 완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 울 민채가 하루종일 굶었다).

 

  출산후 새벽 5시경에 병실로 올라온 후 아이를 아침 8시에 데려와서 열심히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친척들과 친구들이 계속해서 방문하는 와중에 난 진땀을 뻘뻘 흘리며 수유를 계속 시도했다) 물론 한방울도 안나왔고, 배가 고픈 울 딸은 저녁7시쯤이 되자 숨이 넘어가게 자지러졌다. 기겁을 해서 안고 신생아실로 내려가서 분유를 보충해달라고 했고 그렇게 하루는 지나갔다.

 

  이튿날 역시 모유는 안나오고 각도 안나오는 자세로 아가가 보챌때마다 거의 삼십분에 한번씩 젖을 물렸다. 양쪽 어머니들은 그래서는 조리 못한다고 성화시고 난 땀이 비오듯 뚝뚝 떨어지고(얼굴을 비롯한 온몸에 땀띠가 났다) 절개한 회음부도 아프고 온몸 구석구석이 다 아팠다.

 

  이튿날 저녁부터 유두를 짜면 모유가 맺히기 시작했다. 삼일째부터는 한 삼십분 쥐어짜면 젖병 바닥에 10ml정도가 깔렸다. 병실로 수시로 간호과장님이 드나들며 풋볼자세를 알려주셨지만 익숙치 못해서 수유때마다 아이얼굴로 쏟아지는 땀방울을 닦기 바빴다. 열심히 한쪽으로만 물렸는데(결국 허리가 틀어져서 지금도 바른 자세로 누워서 못잔다) 이미 분유보충으로 양이 늘어버린 아가는 사일만에 40ml를 두시간에 한번씩 먹어야했고, 젖을 물렸다가 바로 스푼으로 분유보충을 해줘야했다. 스푼수유는 정말 먹이는거보다 흘리는게 더 많을 정도로 힘들었다. 스푼으로 먹지 않으려는 아가의 입에 5ml씩 40ml를 먹이고나면 온몸에 진이 다 빠졌다.

그나마 스푼수유를 비교적 덜 흘리고 먹이시는 엄마가 얼마되지 않는(한방울도 흘리면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모유를 먹이고 계신다.

나?  시도했다가 금쪽같은 초유를 다 흘렸다.  나- 피눈물이 났다.

(이 시기의 나는 거의 인간이 아니라 새끼난 어미짐승처럼  예민하고 몰골이 엉망이었다.)

흘리면 미워... 입에 넣어주세요.  배고파요!

 

  한달 이내에 젖병을 물리면 유두혼동이 온다고 젖병도 못물리고 가뜩이나 부족한데 한쪽 가슴으로 먹이려니 답답하기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문제있는 유방은 유관동이 짤린 상태에서 유선이 불어서 젖몸살이 왔다. 한쪽 가슴은 불타오르는 돌덩이가 되고 다른 한쪽으로 하루종일 끼고 먹이느라 난 얼굴까지 온통 땀띠투성이가 되었다. 밤엔 옆에 엄마도 안계시고 혼자 볼 자신이 없어 아가를 밤 11시에는 신생아실에 내려보냈다.

가뜩이나 작게 태어난 아가가 수유를 제대로 못해서 안클까봐 컵수유 전문가들이 있는 신생아실로 보낸 까닭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최대한 모유를 먹이고 싶어서 젖몸살이 온 왼쪽 유방문제 해결을 위해 경혈마사지를 신청(결국 왼쪽은 수유불가판정, 켁 돈만 날렸다)하고 오른쪽 젖을 두시간에 한번씩 한시간씩 밤새 짜기 시작했다. 밤새 두시간에 한번씩 일어나기 위해 생수 작은걸로 6개씩 마시고 과일주스 두병에 미역국 보충 두번까지 소변이 마려워서라도 두시간에 한번씩 일어나졌다.(하루 두시간 정도를 삼십분씩 쪽잠을 잤더니 잠이 들어도 계속 꿈만 꾸고, 꿈이 험해서 벽을 발로 차서 엄지발톱이 꺾여서 피가 철철났다) 

 

   그렇게 두시간에 한번씩 먹는 수유시간을 맞추기 위해 한시간씩 가슴을 쥐어짰더니 한방울씩 한방울씩 모아진 양이 30~40ml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이미 아가는 두시간에 한번씩 60은 먹었으니 4시간은 모아야 한번 먹을 양 밖에 되질 않았다.  어떻게 양쪽으로만 다 나와도 아가 먹을 양을 맞출 수 있겠는데 싶은 맘에 불량인 한쪽 가슴이 원망스러웠다.  조리원에 두주 있으면서 십일이 넘어가자 두시간에 한번 50~60ml가 나왔지만 우리 아가는 또 80으로 양이 늘어있었고, 젖양을 늘리기 위해 받은 경혈 마사지는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든 더 짜내려고 얼마나 쥐어짰는지 오른쪽 유방 피부가죽이 벌겋게 벗겨지고 피멍이 여기저기 나서 엄마는 모유수유를 포기하라고 성화셨다.  그래도 절반이라도 먹여보겠다는 맘으로 계속 수분위주로 엄청나게 먹어대며(내 살되서 안빠진다) 혼합수유로 절반은 먹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