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10.09.02~4:일본여행>

9월3일:지옥온천->유노하나->벳부스기노이호텔

묭롶 2010. 9. 5. 11:14

 오후 3시 30분: 지옥온천 도착


  유휴인에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려 버스를 타고 지옥온천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이동중에 가이드가 일본아줌마들에게 욘사마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물으셨다.  그야, 잘생기고 멋있어서 그런게 아니냐고 묻는 우리에게 가이드는 "다정하고 따뜻해보여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일본은 부부간에도 침대를 따로 쓰고 이불도 각자 쓰는데, 우린 부부싸움을 해도 한 이불 덮고 자면서 그냥저냥 해소되는 일이 많은 반면, 일본에서는 그런 풀지못한 감정들을 그대로 쌓아둔 채 황혼이혼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아줌마들이 한류스타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런 묵은 감정을 해소하지 못해서 왠지 따뜻해보이는 한류스타를 이상향 삼아 견디기 때문일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일본사람들은 국민성이 절약이 몸에 배어서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욕조에서 몸을 씻은 후 물을 걸러서 그 다음 사람이 목욕을 하고 또 걸러서 씻고 이후에 그 물이 세탁기로 연결되서 세탁을 하게 되어 있다니....개인적으론 좀 비호감) 특히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서 아무리 일본 정부에서 공익광고를 하고 캠페인을 해도 외제에 대한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 외제차를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이유로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가업을 잇는 오래된 사업장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개성이 다양해서 예전처럼 부모가 시킨다고 해서 가업을 무조건 잇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그야말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여러개의 온천들이 모여 있었는데, 온천물에 포함된 성분에 따라 어떤 것은 푸른색, 어떤 것은 붉은 색(철이 많이 포함), 또 어떤 것은 걸죽한 진흙탕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현재 활동하지 않는 온천으로, 그전까지만 해도 온천수가 콸콸 흘러내렸다고 한다.

지옥온천에 상주하는 가이드가 온천수 가까이에 대고 담배연기를 불어넣자  갑자기 연기가 그 주변에서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우리가 너무 신기해하자 가이드 아저씨는 이곳 저곳에 담배연기를 훅~훅 불었고, 그럴 때마다 꼭 금도끼, 은도끼에 나오는 산신령이 나올때처럼 온천수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무성하게도 피어올랐다.

  진흙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오글보글 끓고 있는 엄청나게 뜨거운 온천수다.

이곳도 역시 가이드 아저씨가 담배연기를 불자 연기가 모락모락 나왔다.  우린 연신 감탄, 신기!

지옥온천 옆에는 족탕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이곳 온천수 온도가 얼마나 뜨겁던지 잠시만 담궈도 발이 아주 빨갛게 익은 족발이 되었다.  이곳에서 가이드님이 온천수에 삶은 계란과 온천수를 사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유후인에서 먹은 고로께가 꺼지지도 않았는데 계란을 두개나 맛있게 먹었다.  온천수에 삶은 계란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에 혹해서...ㅋㅋㅋㅋ)

 

 오후: 4시 40분: 지옥온천에서 벳부로 이동하는 도중에 전통방식으로 유황을 채집하는 '유노하나(유황꽃)'를 보기 위해 재배지에 들렀다.


전통방식으로 추출되는 유황이 추출되는 과정에서 보이는 저 노란색 결정체를 일본인들은 '유노하나(유황꽃)'이라고 부르는데, 우리눈에는 그냥 곰팡이(누런 막걸리 발효시키는 누룩이나, 푸른 곰팡이)로 보였다. 

장기간에 걸친 여러 공정 속에서 추출된 유황은 여러가지 가공을 통해 각종 약재나 건강용품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고 했다.

유황을 추출하는 전통방식의 재배 공정과 효능을 읽어본 후 우리는 숙소인 벳부 스기노이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로 이동하는 중 가이드는 일본에서 손님을 초대했는데, 그 손님이 눈치없이 오래 앉아서 돌아갈 생각을 않하면 안주인이 손님에게 다가가서 "오차즈케 드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도 돌아갈 생각을 안하면 안주인이 다시와서 또 "오차즈케 드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단다.  이때 속 없이 "네"라고 대답하면 손님이 돌아가고 나서 엄청 흉을 본다고 한다.  여기선 '오차즈케 드시겠냐는 물음'이 '이제 그만 돌아가 주세요'의 완곡한 표현이란다.  ㅎㅎㅎㅎㅎ  또 한가지 얘길해주셨는데, 유가타나 기모노를 입을때 옷깃이 왼쪽이 위로 올라오게 입어야 한다고 했다.  오른쪽 옷깃이 위로 올라오는 경우는 '초상'을 당했거나 집안에 큰 우환이 있거나 사업이 망했을때여서 멋모르고 오른쪽 옷깃을 위로 해서 입으면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고 했다. 

 

 오후 5시 50분: 벳부 스기노이 호텔 도착


가이드는 스기노이 호텔 지하에 있는 부페식당 (SEED) 음식이 맛있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이 스기노이 호텔에는 지하에 온천장이 있고 셔틀로 이동해서 가는 별관 노천탕이 있는데, 우린 별관 노천탕에 가기 위해 숙소에 비치된 유가타를 입고 식사 후에 1층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원래 여행사 상품에 배정된 숙소는 '벳부 로얄'이었는데, 중간에 숙소가 변경됐다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원래 숙소보다 좋은 곳이라고 한다.  별관 전체가 노천탕 한동으로 되어 있어서 숙소건물에서 셔틀을 타고 별관으로 이동을 해야했다.(온천욕용 유가타와 슬리퍼 차림이라 별관까지 걸어가는데 무리가 있다)  별관 입구에서 노천탕까지의 길이 미로처럼 되어 있어서 안경을 안 쓰고 나온 나는 온천욕을 마치고 입구로 나오는데 한참을 애먹었다. 

노천탕은 실내온천장외에 넓은 야외 온천장으로 되어 있어서 야외 노천탕에서 벳부만이 바라다 보였다.  온천욕을 하는 시간이 밤 9시가 넘은 상황이라 하늘에는 별이 빽빽하게 빛나고 있었고 벳부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별빛이 빛나는 노천탕에서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이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천탕에는 관광객보다는 가족단위로 온천을 찾은 일본인들이 더 많았는데, 신기한 것은 한 일곱 살 쯤도 넘어보이는 남자애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다.  난 그래서 좀 민망하기도 했다.  노천탕 옆으로는 원형의 나무로된 커다란 욕조 통이 있었는데 그곳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어떤 젊은 여자분이 '스미마셍'하길래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더니(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무조건 미안하다는데) 내가 있던 욕조통에 같이 입수를 하는 것이었다.  '아하,, 그런 의미의 '스미마셍'이었구나'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침실이 정말 넓었다.  트윈 베드에, 다실이 별도로 있고, 그 옆에 창 문 옆으로 화장대까지 지금까지 다녀본 여행 중에 가장 넓은 객실이었다.

별도로 준비된 다다미로 된 다실이다.  다실로 꾸며져 있는데 우린 여기서 술을 마셨다...우케케케케  벽장에는 이불도 별도로 여러 채가 준비되어 있어서 한 5명은 끄덕없이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실 옆에 창가에 비치된 화장대와 응접테이블... 창가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창가에서 바라본 벳부 정경, 해가 저물어서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하에 있는 온천탕, 이곳도 날마다 여탕과 남탕의 위치가 달라진다.  이곳은 4일 아침에 일찍 들려서 온천욕을 했다. 

부페식당 SEED에서의 저녁식사, 연한 스테이크와, 접시에 세 점씩 놓여있는 초밥접시(참치회 두툼하니 정말 맛있었다, 계란초밥은 먹고 싶었는데 계속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결국 못 먹었다), 일본에서는 메론이 굉장히 비싸다는데 그 비싼 메론을 엄청나게 쌓아뒀다며 가이드는 역시 비싼 부페는 다르다고 말했다.  식사를 하면서 경남에서 단체로 여행오신 분 중 한분이 소주를 나눠주셔서 초밥에 맛있게 먹었다.  물론 이곳에서도 소식이 아닌 대식을 하는 일본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SEED에 진열되 있는 일본 술들.. 언젠가 다 한번씩 맛보고 싶어진다. 

온천욕이 끝나고 침대 옆에 비치된 다실에서 맥주를 한잔? 은 아니고 꽤 많이 마셨다.  안주는 다실에 있던 매실과자(헐... 너무 달다)와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감자튀김(너무 비싸다 5,500 정도 ,자판기 내에 영하 15도 가량 진공포장되어 보관되고 있다가 돈을 넣으면 3분 안에 급해동되서 나오는게 되게 신기했고, 이곳 호텔로비에 있는 매점이 일찍 문을 닫아서 별 수 없이 술하고 안주를 전부 자판기로 뽑아 먹었다ㅜ.ㅡ 내돈!)

ㅎㅎㅎ 이날도 아침, 저녁 온천욕 잘하고 밤엔 맥주로 뱃속과 머릿속을 샤워하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