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어요

<이끼> 인간의 탐욕이 그리는 큰 그림을 엿보다.

묭롶 2010. 7. 15. 23:30

  

<'투투'와 '가재들'>

 흐르는 맑은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끼가 낀다는 것은 물 속에 부유물질이 섞여들어와 수질이 나빠짐을 의미한다.  일급수의 생태계를 이루는 생물들이 다르듯이, 수질이 나빠지고 이끼가 끼기 시작하면 생태계는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전 두환이 외래종인 배쓰와 블루길의 치어를 하천에 방류한 결과 기존 생태계를 이뤘던 토종어류의 씨가 말라버린 것처럼 바위와 돌틈에 낀 이끼를 매개체로 하여 새로운 포식자와 새로운 공생관계, 또 새로운 적자생존의 법칙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장(정재영)이 만들어놓은 마을을 하나의 연못으로 놓고 봤을때, 여기에서 이장은 개구리 왕눈이의 '투투'와 맞먹는 인물이다.  '투투'의 옆에서 잔인하게 연못 속 생물들을 착취하는 나쁜 가재와 같은 역할은 이장의 주변인물 4인방(김덕천(유해진) 등)이 맡고 있다.  어느 날 다른 연못에서 온 외래종 물고기(유해국)가 이장의 연못에 합류되면서부터 벌어지는 대립의 긴장이 이 영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사람은 대부분 가슴 깊숙한 곳에 타인 위에 군림하고 싶은 욕망을 간직하고 있다.  타인에게 선의를 베풀고 미소를 지을때조차도 그러한 욕망은 가슴 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른다.  가슴에 용광로를 품고도 사람들은 자신이 품은 '불'을 타인에게 감추려고 노력한다.  그 불씨를 드러내는 순간, 누군가 발로 밟아 불씨를 꺼뜨려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적자생존은 인간세계에도 적용되는 것이지만, 인간들은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포식자 옆에서 부류하는 하이에나를 자청하거나 포식자 앞에 먼저 굴복해버린다.  굴복한 자나 포식자의 주변부를 차지한 그들은 모두 하나의 군집을 이루는데, 그들 모두는 언젠가는 자신도 타인 위에 군림하고야 말겠다는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포식자들도 자신의 속내를 모두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들은 겉으로 유목형(허준호)과 같은 포장을 위장막으로 사용하며 음지에서 활동한다.  양지에서 자신들의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 먹이들이 위협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아 자멸하거나 피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그들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위험이 없다고 느끼게끔 물을 혼탁하게 흐려놓고 어두운 곳에서 '가재(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들이 낚아오는 먹이를 입을 크게 벌리고 기다릴 뿐이다. 

(아~ 이즈음에서 국민들이 그렇게 4대강 반대를 외치는데 혼자 수질개선 사업입네, 뭐네 말을 바꿔가며 국민들을 기만하는 쥐새끼가 떠오른다.  그 떡하게 벌린 입으로 국민 세금이 얼마나 쏠려 들어갈지.......ㅜ.ㅡ)

   이 영화에서 '이장(정재영)'이 그리는 큰 그림은 인간의 가슴 속 깊이 도사리고 있는 탐욕을 물감삼아 그려지는 작품이다.  이장은 박민욱(유준상)검사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순사밥 좀 먹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여기에서 '순사밥을 좀 먹었다'는 말은 곧 사람들의 공포와 항복을 이끌어내는 힘을 자신이 갖고 있노라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장에게 '순사밥'은 곧 힘과 동의어가 된다.  형사생활을 하며 조금씩 타인을 짓밟고 군림하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이장은 더 많은 것들을 자신의 발 아래 두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의 연못을 넓히기 위해 다른 동네 연못에도 부유물질(폭력과 금력)을 마구 살포한다.  (또 다시 그 망할 어종을 우리 강토에 무차별적으로 방류했던 전氏가 생각난다. BYE KOREA를 외치며 알토란같은 기업들과 국영기업을 전부 외국기업에 넘겨준 YS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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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의 탐욕은 우리나라 집권층을 떠올리게 한다.  금력과 권력으로 치장한 그들, 국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그들의 실제 저의가 어떤 것인지를 '이장'을 보며 깨닫게 된다.  그들은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이장'의 분신들이다.  또 그 '이장(집권층)'의 밑에는 이장의 4인방처럼 권력의 단맛에 빠져 진딧물의 똥꾸멍을 빨아대는 개미들이 들끓고 있다.  누구나 다 타인을 발 밑에 두려고 하는 이전투구 속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축소판과도 같은 이장의 마을을 보고 돌을 가슴에 얹은듯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만화 <이끼>와 영화 <이끼>>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직원이 지나가다 말고 "혹시 <이끼(만화)>보셨어요?"라고 물었다.  난 제목도 처음 들어본다고 했지만 재밌다고 꼭 읽어보라는 직원의 말에 다음 웹툰을 찾게 되었다.  결과는 완전 빠져들어서 연재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더랬다.  연재가 되던 중 만화가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배역은 누가 맡을 것이며 만화 속 이야기를 어떻게 시나리오화할 것인지가 너무 궁금해서 개봉되자마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고 처음부터 난 깜짝 놀랐다.  박해일은 완전 만화속 유해국과 똑같았다.  유해국의 눈빛, 표정, 옷차림 등등... 그는 완전 '유해국' 이었다.  그리고 영지역의 '유선'-머리핀, 머리모양, 옷차림 등 만화 속 캐릭터를 디테일한 부분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그녀를 보며 난 이 영화가 시작부터 맘에 들었다.  ㅎㅎㅎㅎ 이장 역의 정재영은 물론이고 4인방(죄송합니다.  유해진, 김상호씨 말고는 성함을 몰라서요)의 연기도 긴 런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기전 유해국의 캐릭터 만큼이나 박민욱검사로 누가 나오는지가 궁금했는데, 유준상이 나와서 처음에는 의외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와 동일(난 좀 더 꽉 막히고 냉철한 이미지)하진 않았지만 만화속 인물과 완전빙의를 이룬 박해일과 다르게 캐릭터에 다른 색채(표정 하나로 장면을 관객에게 납득시키는)로 건져올린 유준상의 연기도 너무나 좋았다.  혹시 다른 분들도 <이끼>를 보시게 된다면 유준상의 연기를 주목해보시길, 그렇다면 만화와는 또다른 재미를 찾게 될 것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그전에도 있었지만(강풀 원작의 <순정만화>, <아파트>, 일본만화<시간을 달리는 소녀>)만화가 가진 상상력의 틀(독자의 상상력이 가미된)을 영화 속에서 성공적으로 표현해낸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번 영화 <이끼>는 어쩌면 그런 의미에서 만화스토리텔링의 시나리오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고도 보여진다.  그건 바로 만화스토리텔링 영화화의 상업적 성공의 가능성이다.  영화 <이끼>가 상업적 면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향후 만화시나리오의 창작과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키고 그와 동반해서 영화시나리오도 탄탄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보게 된다.  소설시나리오와 다르게 상상력이라는 무궁무진한 표현가능성을 가진 만화시나리오가 어떤 모습으로 영화화될지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강풀 원작의 <어게인>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대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