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자동차 완전자율주행이 삼년이내 시행이
가능하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과 운전 뿐 아니라 과거 인간에
의해서만 작업이 가능했던 영역은 갈수록 기계로 대체되고 있으며, 알파고 바둑 대국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사고(思考)의 영역마저도 기계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학교교육을 통해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사고(思考)는 인간만의
특징이라고 교육 받아왔다. 하지만 알파고로 대표되는
슈퍼컴퓨터의 등장으로 지구의 생물군 중 인간만의 비교우위를
점치기가 더이상 힘들어졌다. 사실 슈퍼컴 앞에서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는 도토리 키재기 만큼이지 않을까?
이쯤에서 나는 생각해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무엇일까? 앞으로의 기술발전을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
비춰볼때 아직까지 인간의 상상력의 산물, 즉 글쓰기는 당분간은 인간만의 영역에 머무를거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케르베로스〉
머리가 세 개인 이 개는 모든 사물을 받아들이고 집어삼키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타낸다.
그런데 그것이 헤라클레스에게 굴복했다는 것은,
영웅적인 행동은 시간을 초월한 승리라는 것과
그것은 후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남을 것임을 의미한다.」p83
인간에 의한 모든 창작물 중 특히 글쓰기(문학)는 상상력을 글로 구체화시킴으로서 인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데 영향력을(예:1968년 제작된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 펼친다. 현재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만들어내는데 인간의 상상력이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과거 중세 봉건기를 살던
사람들이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들어갈 수 있을거라고 예측할 수
있었을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건 바로 인간의 상상력이다.
<분신> <운명의 세 자매: 파르카스>
그런 인간의 상상력을 살찌우는 것이 바로 문학(글쓰기)이다. 그 힘을 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기원전부터 1900년도 초반까지 인류의 문헌과 기록에
남아있는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카프카의 상상동물>
~가끔 나는 이 동물이 나를 길들이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만일 그럴 의도가 없었다면 왜 내가 꼬리를
잡으려고 하면 잡히지 않으려고 방향을 싹 틀었다가는
조용히 앉아서 내가 다시 꼬리를 잡고 싶은 유혹을
느낄때까지 기다려 또 방향을 틀곤 했겠는가.
프란츠 카프카
『시골에서의 결혼 준비』1953. 」 p24
우리가 흔히 접해온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케르베로스나 메두사, 미노타우르스, 스핑크스
부터 일각수 유니콘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 담긴 동물의 종류와 수는 엄청나다.
그리고 각각의 동물들이 기록된 문헌(기원전부터 1900년초)이 수록됨으로써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인간의 상상력이 구체적인 형태로 기록되고 구현(글, 그림, 노래, 설화, 민담)되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이 책에 등장하는 『상상동물』들은 지금도 각종 매체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로 확장됨으로써
인간의 상상력이 지닌 확장의 힘은 그걸 접한 사람의 상상력을 증폭하는 기폭제이자 촉매로 작용한다.
내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 중 판타지 장르에 해당하는 책들 속에서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에 나오는
동물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채 백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지만 인간은 상상함으로써 과거로부터
이어져내려온 커다란 상상력의 영역을 확장해나가며, 또 그러한 상상력의 흐름이 인류의 미래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 설계해 나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브라우니는 인간의 시중을 드는 갈색 난쟁이들을 지칭하는데,
바로 그 색깔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유명한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브라우니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주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이 꿈을 꿀 때면 브라우니가 그에게 환상적인 테마를 건네주곤
했다는 것이다.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