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도정일교수

<글쓰기의 최소원칙>

묭롶 2011. 2. 15. 22:04

 

  김훈작가는 『남한산성』의 첫 문장을 '꽃 피었다'로 할지 '꽃 피었다'로 할지를 놓고 두달 동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와 '은'이라는 한글자의 조사로도 문맥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모국어의 한계를 절감했기에 그는 단 한 문장을 쓰더라도 문장속에 진실을 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글쓰기'가 쉽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을 '생각'이 '발화(글쓰기)'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에서 찾을 수 있겠다.  우리는 자주 내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 원래의 내 의도나 생각과는 다르게 나오는 경우를 겪게 된다.  분명 머릿속에서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바로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엇나가게 된다.  '말하기'의 다른 형태인 '글쓰기'의 경우에는 '왜곡'이 더 심해져서 자신의 의도대로 전달력있게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글을 써가며 애초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산으로 가는 '글'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 마련이다.   갈수록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지는 지금의 미디어환경 속에서는 '글쓰기'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글쓰기의 최소원칙』안에는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도 '글'을 잘 쓰는 저명인사들의 글쓰기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첫 문장이 중요하며, 쓰고자 하는 열의가 있어야 한다, '글쓰기'는 '말하기'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사회 발전에 따른 매체변화가 있더라도 '발화'로서의 '글쓰기'의 중요성은 약화되지 않는다 등 이 책이 전하는 가르침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와 '나에게 글을 쓰려는 욕망이 있는가'라는 자문과 '나 자신만의 문체'를 찾아야겠다는 필요성, 그리고 '나의 발화가 올바른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만의 원칙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이 판옵티콘식의 자기검열 속에 갇힌 채, 언제나 '~같은' 이나 '~것'의 형태를 띤 글만 써온 건 아닌지 되돌이켜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작품활동은 '새로움(창작)'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의 작품'에 던지는 질문과 대답이라는  김영하의 글이 조금은 위안이 된다.  최소한 아직까지 난 『노인과 바다』이후 이렇다 할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던 헤밍웨이보다는 기회가 있는 셈이니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주눅들지 않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생각)'이 무엇이었는지부터 천천히 찾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