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었던 명민좌를 일이 바빠서 개봉일에 보지 못하고 29일에 보게 되었다. 조선조 중종 재위시절 탐정으로 돌아온 그가 어떤 모습일지 스틸컷을 볼때부터 궁금했었고, 영화 <방자전>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오달수가 출연한다고 해서 또 기다려
졌던 영화였다.
영화를 본 소감을 한 마디로 한다면 "재밌다."
<조선명탐정>은 탐정물의 구도를 따른다. 하지만 셜록홈즈나 명탐정 코난류의 탐정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원맨쇼의 전형을 따르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명민좌가 연기하는 탐정은 2% 부족한 인물이다. 그 2%의 여백이 있어 그의 콤비로 출연하는 '오달수'의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오는 지도 모른다.
오달수는 과거 탐정물에 출연했던 조수들의 전형성(들러리나 자문역)을 벗어나 사건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탐정물의 전형성을 비껴간 인물들의 의외성에서 오는 재미와 두 인물간의 상호작용이 빚어내는 좌충우돌 상황들이 영화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킨다.
또한, <조선명탐정>은 과거 탐정물에서 관객의 위치를 그저 바라보는(극 말미에 탐정의 설명에 의해서 풀이되는 미궁의 사건을 보며 '아!'라는 감탄사만 외치는)역할에 국한 시키지 않고 관객에게 퍼즐의 한 조각을 쥐어주며 그 풀이과정에 동참하게 만든다.
흡사 남편이 쥐고 있는 패를 함께 보며 부부가 합심해서 치는 고스톱처럼, 관객은 극중 탐정이 가진 패를 함께 공유하며 이후 상황에서 판에 내려놓여지는 상대편 패를 보며 이후 상황을 추리해나가게 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장치가 애초에 의도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진행되는 사건의 판은 치밀하고 복잡한 형태를 택하지 않는다. 그 탓에 관객이 패를 여러패 먼저 앞서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그런 부분까지도 커버하는 명민, 달수콤비의 연기력이 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명민좌 힘을 뺀 연기와 오달수의 재발견!
명민좌의 연기를 볼때면 언제나 감탄하는 나지만, 그래도 그의 치열한 연기투혼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 한구석이 무거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의 연기에 감동받으면서도 그의 노력을 생각하면 안쓰러움이 앞섰다. 문제는 그의 노력에 호응하기 위해서라도 감동받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생각탓인지, 그와 같이 출연하는 상대배역이나 조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언제나 다른 톱니바퀴들과는 맞물려 돌아갈 수 없는 너무 큰 사이즈의 바퀴로 보여서 영화라는 시계를 돌리기 위해 그가 돌려야하는 톱니의 거리가 너무 멀고 길게만 여겨졌다. 그런데, <조선명탐정>을 보며 의도적으로 표정과 목소리와 몸에서 힘을 뺀 그의 연기를 보며 영화를 보는 내내 편안했다. (재밌는 점은 그가 자신의 전작들에 출연했던 자신의 캐릭터를 계속하고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적송현감과의 대화씬이었다.) 아마도 이 영화가 탐정의 전형성을 따른 인물을 고집했다면, 명민좌는 이번에도 전작들의 캐릭터가 지닌 '카리스마'를 또 다시 변형된 형태로 보여줘야 했겠지만, 다행히도 2%부족한 캐릭터의 특성 탓에 이 영화는 콤비물의 매력을 십분 살릴 수 있었다.
명민, 달수 콤비,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
영화의 엔딩크래딧이 올라가고 주변을 둘어보는데,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지 아쉬움에 자리를 쉽게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두 콤비의 좌충우돌 합작품을 또 보고 싶다는 여운의 반증이기도 했다. 물론, 영화의 말미에 2탄을 예고 하는 듯한 여지를 남겨놓아 기대감을 갖게 해서인지 두콤비의 조합을 조만간에 또 보고 싶다는 여론이 꽤 있을 듯 싶다. 개성강한 캐릭터와 출중한 연기력 탓에 주변 연기자의 빛을 바래게 만들던 명민좌의 곁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200% 발휘했던 오달수의 연기가 갖게한 기대감도<조선명탐정>의 2탄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 두 콤비는 <덤앤더머>식의 모자란 바보커플도 <명탐정코난>의 뛰어난 탐정 옆에 들러리 형사커플도 아닌,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을 통해 '양반,탐정'은 우월한 캐릭터이고 '조수,하인'은 열등한 인물이라는 우리의 고정된 사고를 깨뜨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대방에게서 배울점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깨우치게 해주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유기체임을 동시에 깨닫게 해준다.
ps: 오달수의 재발견
나는 <올드보이>에서 그를 처음 보았다. 극중에서 최민식에게 이빨을 몽땅 뽑히고 금니로 해넣은 앞니를 반짝이게 드러내며 웃는 그의 기괴했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의 이름 석자가(이름도 참 흔치 않다)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이후 그는 <구타유발자들>, <해결사>, <방자전>, <페스티벌> 등에서 인상적인 조연으로 출연하며 드디어 <조선명탐정>에서는 투톱을 바라보기에 이르렀다.
내가 오달수란 배우에게서 느끼는 특이성은 그의 연기변신 과정에 있다. 명민좌가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하고 준비하는 배우라면, 오달수에게서는 그러한 캐릭터 구축을 위한 과정이 전혀 짐작되어지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그냥, <방자전>에서의 '마노인'처럼 오달수가 연기하는 인물은 그냥 처음부터 그가 '오달수'가 아니라 '마노인'이었던 것처럼 관객에게 다가온다는 특이성을 갖는다.
명민좌가 살을 빼고, 찌우고, 목소리의 어투와 눈빛을 달리하고 디테일에 신경쓰며, 외모와 내면을 달리보이기 위한 각고의 과정을 거친 후 완성된 캐릭터로 돌아온다면, 오달수는 그냥 얼굴도 그대로, 목소리도 그대로, 표정도 별로 변화없이 그냥 그대로인 상태에서 복장과 약간의 분장만 더해진 인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마치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줬던 요정할머니라도 만난듯한 그의 연기변신은 마법같아서 신기하기까지 하다. 작년부터 <조선명탐정>까지만 해도 벌써 4개의 작품에서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를 제각각 소화해낸 그의 저력으로 보더라도 올 한해 그의 활약에 거는 기대감이 커진다.
(사진펌:네이버 '오달수'필모그라피 내 포토)
<올드보이> <음란서생>
<구타유발자들> <우아한 세계>
<방자전>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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