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어요

<내 이름은 칸>

묭롶 2010. 12. 25. 16:47

 

   크리스마스가 오기 일주일전 막둥이 남동생이 <내 이름은 칸>을 꼭 보라고 추천해 주었다.  평소 영화 취향이 고어, 호러, 에로였던 나로서는 휴머니즘 인도영화에 2시간 30분의 런닝타임 등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신랑과 별다르게 할 일도 없었던터라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제목도 촌스럽게 '내 이름은 칸'이 뭐야? 췟! 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야 자신의 이름이 '칸'임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를 알게 되었다. 

   살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여러가지 잣대를 들어 재단하고 평가한다.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간다는 건 보호색으로 자신을 둘러싼 채, 타인에게 공격받을 수 있는 자신의 모든 성향을 감춘다는 것을 포함한다. 

 

 예전 광고의 카피문구처럼 모두가 '네'라고 할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이를 바라보는 관용은 말 그대로 광고에서나 통용되는 문구이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모두가 '예'를 외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꼴통' 내지는 '똘아이', '고문관'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회를 살면서 '아니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용기있게 밝힐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자신감, 내지는 무모하게 보이는 용기를 갖추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 인도 무슬림 출신으로 미국 시민으로 살아가는 리즈반 칸이 있다.  그는 무슬림으로서의 신념을 지키며 미국사회에서 선량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9.11이 일어난 후, 미국사회의 범이슬람을 향한 적개심은 무작위적인 공격성향으로 표출되었다.  그 와중에 '칸'의 아들 '사미르 칸'이 이름 뒤에 무슬림을 상징하는 성인 '칸'이 붙었단 이유로 학교에서 몰매를 맞고 죽게 된다.  사미르의 어머니 만디라는 아들의 죽음이 '칸'이라는 성 때문이라며 리즈반에게 떠나라고 하면서, 이 미국사회의 모든 사람, 그중 대통령에게 무슬림인 '칸'이 테러리스트가 아님을 얘기하고 오라고 퍼붓는다.  리즈반은 이후 대통령을 만나 아내가 한 말을 전하기 위해 미국전역을 대통령을 찾아 떠돌게 된다.

  이 영화는 리즈반 칸의 고통스런 여정 속에 과거 행복했던 시절을 오버랩시키며, 과연 종교적 신념이나 인종 등의 이유로 어느 누구라도 그들의 행복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제 3세계에 대한 근거없는 혐오와 비하의 권리를 어느 누구도 우리게게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적으로 은연중에 퍼져있는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외국노동자를 또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끊임없이 혐오한다. 

 

  자폐(아스퍼스 증후군)에 걸린 아들 리즈반에게 그의 어머니는 사람은 '좋은사람'과 '나쁜사람'이 있지만 모두다 '같은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또 그녀는 '코란'의 근본적인 가르침이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되게 해석하는 사람들 때문에 폭력과 파괴가 일어난다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분명 아기 예수는 소수의 이스라엘 민족이나 기독교도만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기예수가 태어난 크리스마스 이브 리즈반 엄마의 가르침처럼 모든 사람이 모두 '사람'이라는 사실을 머릿 속에 새긴다면 이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s:  조금은 작위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영화속에서 엄마제니가 사는 마을의 교회에서 열린 이라크전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예배에서 종교가 다른 리즈반이 자신의 아들 사미르의 사진을 들어보이며 아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슬퍼할 때, 꼬마 제니가 그를 위로해주기 위해 부른 노래가 정말 아름다웠다.  또 꼬마 제니의 선창을 따라 함께 노래하며 리즈반을 위로하는 교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종교적 관용과 사랑이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싶게 가슴 뭉클했다.

 

ps2: 리즈반의 자폐로 인해 그의 아내 만디라는 아들을 잃을 슬픔을 리즈반은 자신만큼 느끼지 못한다고 단정한 채 그를 향해 적개심을 표출했는데, 리즈반도 그의 세계(자폐) 속에서 그 자신의 모습으로 아들을 사랑했고 또 자신을 사랑한다는 깨달음을 그녀가 느꼈던 순간을 보면서, 누군가의 감정을 자의적인 잣대를 들어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ps3: 이 영화 안보신 분들 꼭 보세요!  강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