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복동이가 왔어요! (9월8일)

묭롶 2010. 12. 10. 14:10

 

 결혼 직후부터 애는 빨리 갖고 싶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나도 정상적인 가정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몸에 식은땀이 나도록 애타는 마음이랄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겐 미안했지만 아이는 내인생에서 찾아 해맨 파랑새와 같았다.

 

 

(사진 화질이 너무 구리다...켁!)

 너무 욕심을 부린 탓이었을까...작년 12월 배란일을 잡기 위해 들린 집근처 산부인과의 불친절한 의사는  "애는 하늘에서 주시는 건데 유난을 떤다는 식"으로 말하며 배란일은 안잡아주고 내 자궁에 탁구공만한 근종이 있다는 말만 했다.  그날 어찌나 실망을 하고 인생이 원망스럽던지,,,,

 

  올해 1월부터 광천동에 있는 불임전문병원을 다녔다.  배란일을 맞춰서 자연임신시도를 4번하고 두번은 과배란 유도를 하고 7월에는 인공수정까지 했지만 실패....(클로미펜을 처방받아 과배란을 하고 거기에 과배란 주사액을 타와서 직접 내 배에 찌르면서 이런일은 TV에서만 있는 줄 알았다.  물론 TV에서만 있을 것 같은 일을 여러번 겪고도 또 이런 일이라니,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달마다 임신이 성공했을것 같은 생각에 각종 증상이란 증상은 다 겪으며 이번에는 된것 같다고 테스트를 해보면 꽝!  (첫소변으로 테스트를 하기 위해 밤잠 못자고 설쳐가며 기다려서 새벽에 테스트를 해보고 테스트기를 손에 부여잡고 얼마나 초조하게 기다렸는지 모른다)

 

  술도 끊고 다니던 운동도 끊으며 배란유도 호르몬제를 먹고 주사 맞고 했거니 우울증과 체중증가가 동시에 찾아왔다.  한달내내 술을 참다가 실패하면 미친듯이 술마시고 울고 몸무게는 계속 늘고 또 우울하고 세상이 다 원망스럽고...... 직장생활을 하며 병원을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지껏 사는게 쉬웠던적이 단한순간도 없었는데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가 불임의 원인이라고 했지만 실패가 거듭될수록 맘은 간절해졌다.  7월에 인공수정이 실패하고  대박 슬퍼한 후에 먹던 한약을 한재 더 먹고 술도 신경쓰지 않고 맘대로 마셨다.

 

  8월초 가족과 지리산 여행도 다녀오고 8월중순에는 뒷차가 들이받아서 차량이 폐차됐고 8월말에는 서울에 올라가서 연극공연도 보고 신랑친구랑 술도 많이 먹고 숙소에서 막걸리로 3차하다고 신랑한테 땡깡도 놓고 그 다음날은 폭염주의보 속에 서울을 갈고 다녔다( 한 6시간쯤 걸어다녔나?).

  9월초에는 부산에서 배를 타고 일본 큐슈 온천여행을 다녀오는 등, 7월말 인공실패후부터 근 한달을 파란만장하게 보냈다.  

 

  그동안 증상놀이를 하도 많이해서 일본여행기간 내내 몸이 으슬으슬하게 춥고 열이 났지만 일부러 기대안할려고 술을 더 마시고 했는데 일본을 다녀오고 본격적으로 다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전날 테스트가 해보고 싶어졌다.  임신초기에는 호르몬수치가 약해서 아침 첫소변으로 테스트를 해야하는데, 그것도 무시하고 퇴근길에 약국에서 사온 테스트기로 6시30분경에 테스트를 하자마자 첫번째 칸에 진한 붉은줄이 나왔다.  멍해서는 ,음, 이 선이 시약선인데 한줄이니까 아니군!,하고 멍때리고 있는데 잠시후 바로 옆 칸에도 붉은줄이 나타났다.  또 멍해서는 이건 뭐지?하고 있다가 생각해보니 첫번째 줄이 임신을 나타내는 선이고 두번째가 대조선이었다.  그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기대감에 다시 집근처 다른 약국에 가서 다른 회사테스트기를 사와서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는 같았다.

두개의 양성반응 테스트기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며 절친에게 전화를 걸어서 테스트기가 두개나 오작동일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친구는 엄청 흥분하며 그거 99퍼센트 확실하다며 축하한다고 했다.  난 그제서야 이 믿기지 않는 사실을 어리둥절해하다가 퇴근해서 들어오는 신랑을 보자마자 그냥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말도 안하고 히죽거리는 나를 보며 의아해하던 신랑이 거실탁자위에 놓인 테스트기를 보며 ,진짜!냐며 자꾸 물었다.  난 혹시 모르니까 병원 다녀오고나서 양쪽 집에 알리자고 얘길하는데 한달내내 마신 술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날은 둘다 실감도 안나고 빨리 하루가 지나 병원을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