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알베르 카뮈

<행복한 죽음>

묭롶 2010. 6. 15. 22:42

 

 『행복한 죽음은 카뮈의 미발표 작품이자 실질적인 그의 처녀작 소설이다.  이 작품은 카뮈가 자동차 사고로 죽고 난 후, 그가 보관중이던 원고와 그의 미망인이 타이핑했던 수정본, 그리고 『작가수첩』의 조각글들을 모아서 1971년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비록 발표되지 못했지만 1937년에 발표된『이방인』의 주요 텍스트들을 담고 있는 과도기적성격을 지닌다.   또한 이후 출간된 『이방인』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이 창작되는 과정을 추측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갖는 작품이다.

 

「'뜀박질 땅딸보' 에마뉘엘이었다.  그는 양철 깨지는 소리로 덜거덩거리며 자기네 쪽으로 다가오는 트럭을 손가락질해 보였다.  "집어 탈까?"  파트리스는 뛰었다.  트럭이 그들을 지나쳐 달렸다.  순간 그들은 뒤쫓아 몸을 날렸다.  」p42

->「바로 그때 화물 자동차 한 대가 쇠사슬 소리와 폭발음을 요란스럽게 내면서 달려왔다.  에마뉘엘이 나에게, "집어탈까?"하고 묻기에 나는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우리를 지나쳐 버렸고, 우리는 뒤를 쫓아 몸을 날렸다. 」『이방인 p48』

 

이 작품에서 『페스트』의 의사 리유의 어머니의 모습을 찾을수도 있다.

「저녁에 다시 만나 석유 램프 아래서 말없이 저녁을 먹을 때면 ~메르소는 피로한 듯한 어머니의 입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역시 미소를 지었다.」 p49

->「리유의 어머니는 이따금 자기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시선과 마주치면 그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페스트 p386』

「그는 이제 따뜻해진 바닷물 속으로 몸을 던져 자신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고, 과거의 잔재가 완전히 입을 다물고 행복의 심오한 노래가 살아나도록 달빛과 따뜻한 물 속에  헤엄을 쳐야만 했다.  ~해안으로 돌아오자 그는 하늘과 바다 앞에서 이를 덜덜 떨면서도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옷을 입었다. 」p192~193

->「손바닥 밑에 바윗돌의 울퉁불퉁한 감촉을 느끼는 리유의 마음속에 이상한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다.  ~몇 분동안 그들은 같은 리듬, 같은 힘으로 세상을 멀리 떠나 단둘이서 마침내 도시와 페스트에서 해방이 되어서 전진했다.  」『페스트 p343~344

 

  또한 이후 그의 작품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기존 작품의 삽입형태를 이 작품에서 발견하게 된다. 

「침대 머리맡의 탁자 서랍이 열려 있어서 보니 그 속은 영자(英字)신문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는 거기에 찍힌 기사 하나를 전부 다 읽었다.」p113

->「밀짚을 넣은 매트와 침대 판자 사이에서, 사실 나는 한 조각의 옛신문을 발견했던 것이다.  ~첫 대목은 떨어져 나가고 없었으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듯한 잡보 기사가 실려 있었다.」『이방인 p109』

->「그랑은 그 담배가게 여주인 있는 데서 기이한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 여자가 알제에서 한창 떠들썩하던 그 당시의 어떤 체포사건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어떤 상사의 젊은 사무원이 바닷가에서 아랍인을 한사람 죽인 사건이었다.」『페스트 p85』

 

  카뮈는 '죽음'에 대한 사유를 통해 '죽음'(부조리)에 맞선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평생에 걸쳐 탐구해왔다.  실질적으로 그의 작품들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죽음은 『행복한 죽음』에서는 살인->살인장면의 목격->자연사, 『이방인』에서는 자연사->살인->사형, 『페스트』는 속수무책의 대량적 죽음의 형식으로 표현되었다.  그는 대립된 죽음과 주인공 사이의 간극을 '사막(부조리)'라고 명명하며 그 사막의 끝에 이르러 얻어지는 결과물이 무엇인지를 주목한다.  

 

  습관적이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던 파트리스가 자신의 삶에서 열정, 욕망, 자유를 느끼고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어머니의 죽음-> 마르트와의 연애-> 자그뢰스와의 만남-> 자그뢰스를 살해-> 열병에 걸린채로 여행-> 낯선 도시에서의 시체목격-> 세계 앞의 집에서의 동거-> 뤼시엔과의 결혼-> 죽음까지의 과정 속에서 파트리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와 자신이 추구했던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죽음에 맞서 끝까지 대등한 위치에 서려했던 인간의 모습을 증거한다. 

 

   운명에 굴복한 어머니의 죽음과는 달리 끝까지 자신이 욕망하는 형태의 삶을 살아가려 했던 자그뢰스의 죽음(자살을 원치 않던 자그뢰스의 죽음을 타살로 종결시킨)이후 메르소에게 죽음은 타자의 고통이 아닌 실질적인 현재가 된다.(살인사건 후 발병한 열병)  즉 '행복한' '죽음'이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뜻하는 바처럼 '삶'='행복'이 아니라 '인식하는 자의 고통'마저도 속으로 담아내야하는 '자유의지'가 곧 '행복(고통을 포함한 행복)'임을 깨닫는 과정이 카뮈가 메르소와 함께 걸어간 사막의 발자취일 것이다.

 

「인간은 결코 태어날 때부터 강하거나 약하거나 의지력이 강한 것이 아니다. 

서서히 강해지고 명철해지는 것이다.  운명은 인간의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변에 있는 것이다.  」p195

「이제는 행복에 대한 자신의 의지가 선도해야 할 차례라는 것을 그는 알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스스로의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가장 멋지고도 위험한 체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126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내가 만일 행복하다면 그건 내 양심의 거리낌 덕분이야. 

나는 멀리 떠나서 이 고독을 획득할 필요가 있었어.  고독 속에서 나는 내 내부에 있는 서로 대결시켜야 할 것을, 태양이었던 것과 눈물이었던 것을 서로 대결시킬 수 있었던 거야...... 정말 나는 인간적인 의미에서 행복해."」p179

의식한다는 것, 그것은 기만하거나 비겁해지지 않은 채-자신과 일 대 일로

자기 육체와 대면하여-두눈을 똑바로 뜨고 죽음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사랑도 장식도 없이, 오직 행복과 고독의 끝없는 사막이 있을 뿐이었다.  」p203

「'1분 후에, 1초 후에.' 하고 그는 생각했다.  올라오던 것이 멈췄다. 

그리고 그는 수많은 돌들 가운데 섞여 있는 돌이 되어 가슴 가득한 희열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세계의 진실로 돌아갔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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