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엄마와 마수리들과의 일본여행>

<일본 유후인 료칸여행:셋째날>

묭롶 2015. 10. 23. 22:00

   <마수리 2의 아스바리 사건>

 

  두둥!!!! 드디어 여행의 마지막 날인 셋째날, 유후인에서 지인에게 줄 선물을 사려던

마수리1은 생각보다 조잡한 상품들 때문에 구입을 만류한 나로 인해 선물을 못사서

골이 났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카타 역 인근에 있는 돈키호테를 갈 방법을 궁리했다.

  문제는 유후인에서 버스로 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하카타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일단은 체크 아웃을 하고 유후인 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시간을 앞당겨서 하카타로

직행을 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유후인과 공항 이동을 위해 발권한 산큐패스>

<겟토안에서 선물용으로 구입한 어린이용 게다>

<겟토안에서 특별실 투숙객들이 식사를 하는 별채동, 괘종시계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셋째날이 되니 고춧가루가 너무 그립다. 마수리1은 후레쉬한 계란이란 말에 삶은 계란인줄

알고 탁 쳤는데, 정말 후레쉬한 날 계란이었다>

<후식은 민트를 올린 파인애플>

 

  아침을 먹고 겟토안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픽업차량으로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전석

만석이라 시간 변경이 안된다고 한다.  ㅜ.ㅡ 별 수 없이 캐리어는 터미널 보관실에 집어넣고

전날 편의점을 가면서 봐뒀던 시내 면세점을 들리기로 했다.  결론은 시내 면세점에는 돈키호테에

파는 물건들이 대부분 비치되어 있었다.  동전파스와 작은 사케 종류를 구입해서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돌아오니 버스 탑승 시간이 다 되었다.  우리가 출발하는 날이 일요일

휴일이어서인지 유후인으로 들어오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하카타 행을 포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전날 오랜시간 걸어다닌 탓에 마수리2는  발이 너무 아파서 슬리퍼를 신었고

여행 출발 전에 허리를 다친 마수리1은 짐을 들 수가 없어서 마수리 2가 1의 짐을 거의 들고 갔다.

여행 전 영혼 없는 눈동자로 찍힌 마수리2의 여권사진 탓에 약물검사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마수리2가 대신 들어준 마수리1의 짐 때문에 공항 검색대에서 마수리2는

따로 끌려가서 검색당한 후 모두 압수당해야 했다.

 

 

 <공항 푸드코너에 와서야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초밥이 나온다>

공항 푸드코너에서 초밥과 돈까스로 점저를 먹은 우리는 짐을 부친 후 공항 검색대로 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마수리2가 나오질 않는다.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이 않아서 한산했던 공항

검색대 너머로 아무리 고개를 디밀고 기웃거려도 마수리2는 흔적도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영혼이 없어져 초췌한 몰골로 마수리2가 검색대를 지나서 나왔다. 

 

마수리2:  "대체 나한테 왜 그랬어?"

나        :  "왜 이렇게 늦게 나온겨?"

마수리2:  "아따 언니 짐 때메 나 끌고가서 양씬 훑어불던디"

나        :  "짐이 왜?"

마수리2:  "검색기에 가방 올리랑께 올렸제,

               직원이 가방을 가져가서 지퍼를 끌를라고 해서 "MY(내꺼), MY(내꺼)" 이랬지

               그래서 내 생각엔 젓가락이 뾰족해서 걸린지 알고 교정기 낀 이빨 다 보이게

               환하게 웃음스로 "아스바리"(동생은 아루바시를 아스바리로 알고 있었다)하면서

               손가락으로 젓가락질하는 포즈를 취해줬지"

               "근디.... 그렇게 항께 가방 열어갖고 거기서 푸딩이랑 사케랑 다 빼더니

                나 끌고 가서 양씬 훑어불데"

 

<마수리2가 '아스바리'라고 말했을때 일본공항직원들은 '와스바리'를 떠올렸을까?>

  마수리2는 심각했지만, 엄마랑 우리는 그 장면을 생각하자 너무 웃겼다.  교정기를 낀데다가

슬리퍼는 신었지 짐은 양씬 들고 자기꺼라고 교정기 낀 이빨 보여주며 해맑게 웃으며 '아스바리'라고

말하는 마수리2를 일본 공항직원들이 어떻게 봤을지 생각하니 웃음을 참을 수없었다.  공항에서

우리는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나왔다.  마수리1이 시내 면세점에서 사케를 액체포장해주니 공항

면세점처럼 포장이 되서 검색대에서 문제가 안될줄 알고 가방에 넣어뒀고, 나는 푸딩은 고체니

안걸릴 거라 생각해서 마수리1 가방에 넣었는데, 둘 다 걸려서 압수당했다. 

 

 <안녕!  후쿠오카!!!>

 여행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변수가 다수 발생한다.  틀에 박힌 일상에서 겪지 못할 다양한

상황들은 삶에서 강한 기억으로 남는다.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이러한 기억에 있다.  엄마와 두 동생

들과의 첫 여행, 힘들었지만 그마저도 되돌려보면 재미있었던 일들, 동생들은 다시 떠날 날을

고대한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젊으실 때, 더 많이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

 

<딸램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 공항에서 산 키티 쿠키는 정말 맛있었다. 몇개 더 사올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