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엄마와 마수리들과의 일본여행>

2015.10.09~11 일본 유후인 료칸 여행

묭롶 2015. 10. 17. 17:13

 ※ 개인적인 기록물이므로 사적인 사진과 글이 많습니다.

 

 과거 2013년에 엄마의 회갑기념으로 홍콩을 다녀왔다.  케세이퍼시픽 항공 비지니스 석 좌석 승급으로

출발은 좋았지만 홍콩 도착 직후부터 거의 달려다녀야 할 정도로 힘들없던 일정 탓에 엄마는 물론 나도

힘들었고 홍콩여행을 추진했던 나는 엄마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홍콩여행의 실패가 뼈저렸던 나는 다음에 엄마를 모시고 가는 여행은 무조건 자유여행, 그것도

휴양을 최우선으로 하기로 결심했다. 

 

  10월 9일 한글날 연휴를 앞 두고 6월부터 여행지를 물색하던 나는 일본 온천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두 여동생(마수리1, 마수리2)도 동행하여 여자 4명이 유후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항공 시간

때문에 갈때는 티웨이(오전 10시 5분), 올때는 제주항공(오후 5시 35분)으로 항공을 티켓팅하고

숙소는 겟토안 특별실(2일 4명 숙박 240만원)을 온센 닷컴에서 예약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까지 (두시간 가량) 이동을 위해 인터파크에서 미리 산큐패스 3일권(인당 6만원)을 예매했다.

( 출발 전 미리 산큐패스에 나와 있는 고속버스 예매에 전화해서 도착당일 유후인 이동편과

11일 유후인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의 좌석을 예매했다.  미리 예매를 한게 다행이었다.  11일

버스 탑승을 위해 유후인 버스 매표소에 갔는데 그날이 휴일이라 전 시간대 전 좌석이 매진이었다.)

 

 

10월 9일 새벽 3시 50분 인천공항 행 직행버스에 올랐다.  원래는 차량을 교대로 운전하고 가자고

했지만 여행 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 엑셀을 디립다 밟아 앞 범퍼를 완전히 해먹은

나로 인해 안전 상 버스를 타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버스에서 푹 잔다였는데, 출발부터 꼬였다.

  검표를 하는 과정에서 두 좌석이 승차권을 내지 않아서 버스는 출발도 못하고 기사

아자씨는 화가 몽땅 나고 우리는 짜증이 났다.  검표를 다시 한 승무원이 와서 07,08번 좌석 표가

없다며 앉아있는 중년부부에게 표를 달라고 하자 그제서야 아주머니가 주머니에서 표를 꺼낸다. 

십분 늦게 출발하게 된 버스는 설상가상으로 올라가는 도중에 저속 주행하는 경차가 버스를 가로

막고 버텨서 기사 아저씨는 폭발 직전이었는데, 이번엔 누군가 알람음을 (여자가 우는 것 같은 노래)

삼십분째 끄질 않아서 기사아저씨가 계속 누구냐고 끄라고 화를 냈다.  엄마가 계속 소리를 추적하다

옆 좌석임을 확인하시고 자고 있는 남학생을 깨우자 그제서야 알람을 끈다.  ㅜ.ㅡ 

아~~ 이제서야,, 잠을 자보자했는데 이번에는 또 차표 안내서 10분 늦게 만든 아저씨 알람이 꼬끼요

하고 크게도 운다.  마수리 2가 "정말 가지가지 한다"고 한마디했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서 산 요괴워치 사탕>

  우여곡절 끝에 버스는 인천공항에 오전 7시 40분에 도착했다.  서둘러 티웨이 항공 카운터로

가서 발권을 하고 짐을 부치고 나니 벌써 시간이 8시 20분, 출국수속이 엄청 밀려 있어서 셔틀트레인까지

타고 게이트까지 가야하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부랴부랴 121번 게이트에서 면세물품을 인도받고

혹시 몰라서 김밥까지 샀는데, 전날의 숙취로 해장을 해야했던 나 때문에 국물을 먹으러 갔는데 조리

시간이 15분이어서 모두 입천장이 홀라랑.. 다까져가며 십분만에 아침을 해결하고 양치를 한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홍콩 여행 때 비지니스석에 탑승했던 엄마는 비행기 좌석의 협소함에 놀라셨고, 이런 이코노미 타고

12시간씩도 이동한다는 내 말에 그런데는 안 갈란다고 답하셨다.  10월 9일은 황금연휴 답게 이륙하는

비행기가 많아서 한참을 줄을 서다가 이륙할 수 있었다.  티웨이는 기내식이 사전에 신청이 안되서

나눠주는 오렌지 주스 한잔을 먹고 나니 벌써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여권 사진이 영혼없는 눈동자로 찍힌 마수리2 때문에 혹시나 끌려가서 약물검사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마수리2는 일본 입국 신고서에 숙소 영문 이름을 안 적어서 영어로 getttouan이라고

여러번 얘기하는데도 일본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못 알아들어서 한참을 고전하다가 내가 뒤에서

유후인에 있는 겟토안이라고 크게 말해주고서야 통과가 되었다.  ㅜ.ㅡ

  짐을 찾고나니 오전 11시 30분 경, 후쿠오카 공항 내에 있는 버스 예약 센터에서 예약번호로

예약된 버스표를 찾고 편의점에 들러 버스에서 먹을 빵과 커피를 샀다.  버스 탑승 시간인 12시

50분까지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공항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탑승장인 2번 승차장 입구에서

마수리2와 엄마는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동남아 거지 컨셉을 연출하셨는데,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2분에 한번 씩 귀신 나올 것 같은 일본 노래로 횡단보도 통행안내 음악이 흘러나왔다.  통행 보도음이

귀에 쟁쟁하게 익을 때쯤 버스가 도착했고 짐을 부친 우린 버스에 탑승했다. 

 

 

  유후인까지 가는 버스는 직행이 아닌 완행버스여서 승강장에 멈출때마다 출발지와 경유지 도착지를

반복해서 안내방송했다.  두시간을 타고 가면서 유후인이라는 단어를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마수리2는

집에 돌아와서도 며칠동안 계속 '유후인'이 귀에서 맴돌았다고 한다.  얼마전 집에 오셨던 시어머님은

정관장을 진간장이라고 하셔서 큰 웃음을 주셨는데, 울 엄마는 유후인을 계속 '유아인'이라고 하셨다.

 

 

  유후인은 시골동네다.  버스는 후쿠오카 공항을 출발해서 시골동네 같은 곳만 지나더니 고속도로를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려서 유후인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약 오후 2시 40분경 도착해서 송영을

요청한 유후인 역으로 이동했다.  유후인 버스터미널에서 위로 몇발짝만 올라가면 바로 유후인 역이다.

그곳에는 예약된 숙소 손님을 태우기 위해 봉고들이 들락거렸다.  2시 55분에 봉고와 조그마한 소형차가

역 앞 주차장에 도착했고, 잠시후 겟토안이라고 적힌 종이를 든 직원이 차에서 내렸다. 우리가  다가가자

예약자명을 확인 후 소형차에는 짐을 싣고 우리를 태운 후 숙소로 이동했다. 

 

 

  새벽 3시 경부터 시작된 일정이 거의 12시간을 달리고 날아서 오후 3시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산 속 비포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봉고에서 내릴 때 발판을 대주고 내릴 때

머리가 부딛히지 않도록 손을 대어주는 세심함이 감동이었다. 전반적인 숙소에 대한 설명과 저녁 예약,

다음날 아침 시내까지의 송영 시간을 예약한 후 유명한 현수교를 지나 우리가 머물 쇼난테이 특별실로

이동했다.

 

 

  겟토안 직원을 따라 대욕장을 지나서 특별실 입구에 일반실 투숙객 출입제한 팻말을 지나 특별실

투숙객들이 식사를 하는 건물 바로 옆에 쇼난테이 특별실이 있었고 숙소에서 아랫쪽 계단을 내려가면

특별실 전용 노천온천장이 두 개 있었다.  일본 닌자들이나 야쿠자들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사면이

여닫이 문으로 되어 있고 여닫이 문을 열면 또 방이 있고 그 방에서 또 문을 열면 방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특별실도 마찬가지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각 여닫이 문으로 분리된 공간들이 나온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통로 마저도 문으로 분리가 되어 있다.  참 숨바꼭질 하기 좋은 구조다.

 

 

  무려 12시간 이상을 이동해 온 우리는 직원이 주는 녹차라떼(말차)와 양갱을 먹고 객실에 딸린

전용 노천탕에서 반신욕을 했다.  좁긴 하지만 여자 네 명이 들어가기엔 넉넉했다.  몸을 담그자마자

온 몸의 피로가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여세를 몰아 저녁을 먹기 전 특별실 전용 노천 온천도

가봤는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해저물녁에 몰려온 날벌레 들이 머리 위에서 엥엥대는 통에

일찌감치 철수했다. 

 

 

  드뎌.. 저녁을 먹기 위해 식사를 제공하는 별채 동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얼쩡거렸더니 직원이

반갑게 다가와서 쇼난테이 명패가 있는 방으로 안내 한 후, 저녁 식사 메뉴의 구성과 다음날 아침

식사 시간, 내일 유후인 시내로의 픽업 요청 시간을 여러번 다시 물어 확인한 후 식사 준비를

해오겠다며 주방으로 이동했다.  우리 식사 담당 서버의 이름은 이리나 였고, 한국어를 잘은 못하지만

주의 깊게 듣고 밝게 웃는 좋은 분이셨다.  일본어로 적어진 저녁식사 메뉴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식사가 진행될때마다, 재료가 무언지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세심하게 알려주는

직원의 배려에 동생들과 엄마는 처음에는 생소해하셨다.  겟토안 인근의 나무와 풀,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과 식기와 밥 공기, 그리고 너무 예쁜 그릇들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서 일본식 정찬은

맛보다는 멋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자고추를 얹은 두부완자>

<고등어 초밥(위에 얹힌 녹색 조각이 바로 유자)과 돼지고기, 드레싱을 얹은 밤>

<새우완자와 버섯>

<유자가 얹어진 고등어, 오른쪽 소스는 유자소스>

<유자고추를 곁들어 먹으면 쪼큼 맵다는 연근, 두부탕>

<유후인 산 소고기(분고규): 뜨겁게 달궈진 소금덩이 위에 역시 뜨거운 돌덩이에 직접 구워먹어요>

<역시 유자 셔벗>

<간장 육수에 말은 밥>

                  <유후인 산물인 고지차와 팥을 얹은 카스테라>                                                                      

  겟토안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유자'였다. 유자절임과 유자 양갱이 웰컴

어매니티로 제공될 정도로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게 유자였다.  대신 고춧가루라고는

한 점도 구경할 수 없었고, 일본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스시와 초밥 종류와는 다른 구성의 메뉴였다.

 

 

생선도 바다 생선이 아닌 민물 생선 종류 같았고, 스시도 고등어나 정어리 종류인지 기름기가

많은 식감이었다.  심지어는 분고규라는 소고기도 처음에 먹었을때는 녹아 없어지는 듯 했지만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는 느끼했다.  원래는 숙소로 오기 전 편의점에 들려서 먹을 것을

몽땅 사온다는 계획이었는데 2010년에 일본에 왔을 때 그렇게도 많던 편의점과 식당이 

유후인에서는 구글맵을 아무리 켜도 보이질 않았다.  ㅜ.ㅡ

 

 <저녁 식사에 곁들었던 사케, 저 작은병이 24,000 정도 했다, 와인은 너무 비싸서 PASS!!!>

저녁을 먹은 후 객실에서 노천 온천을 한번 더 했더니 마수리2는 배고프다고 컵라면이 먹고

싶다는데 먹을 건 없고 피곤했던 우리는 일찍 자기로 했다.  TV도 지역방송이 나오는지 영화도

안나오고 드라마도 안 나오고 정말 완벽하게 휴식을 취했다.

 

 

<너무 너무 폭신했던 이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