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묭롶 2009. 2. 17. 08:04

 

「 은 예술가의 초상은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주인공의 정치적·종교적·지적 편력을다룰 뿐만 아니라, 가정과 종교와 국가를 초탈한 그가 예술가로서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에는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과정까지를 그리고 있다. 

  제 1장에서 작가는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뇌리에 살아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파헤침으로써 소설을 시작한다. 

  제 2장은 스티븐의 부친이 파산한 어느 해 여름의 얘기에서 시작된다.  그 시절 스티븐은 자신이 다른 애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자기 영혼의 실체적 이미지를 실세계에서 마주쳐 보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제 3장에서 스티븐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 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학생 신심회(信心會)의 회장직까지 맡게 된 그는 동료 학생들 앞에서 거짓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고뇌는 그만큼 더 커진다.  그는 자신의 죄악을 고해성사를 통해 고백하고, 그 이후 경건한 신앙의 나날을 보내던 중 교장으로부터 성소(聖召)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이에 그는 자신이 예수회의 신부가 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으나, 그러한 삶이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고 인식했던 삶에 위배된다는 판단 하에 그 길이 자신이 갈 길이 아님을 확인한다.  오히려 그는 삶의 죄악 속에 깊이 빠져듬으로써 삶의 진정성을 파악하리라 마음 먹는다. 

  대학에 진학하게 된 그는 자신이 아직까지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삶의 목표가 다름아닌 자신이 예술가로 입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 5장은 스티븐이 대학 생활을 통해 서 부단히 현실 거부의 몸짓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국을 거부하는 그의 자세는 아일랜드 민족 문화 부흥 운동의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던 모국어 학습을 그가 단호히 거절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정치와 종교와 가정을 모두 떨쳐버린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을 근거로 한 자기의 예술가적 신념을 이론적으로 확립한 후 이를 실천하려는 결의를 다진다. 

  조이스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자기 자신을 스티븐 디덜러스라는 가명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할 때 작가가 자칫 범하기 쉬운 감정적 개입을 성공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조이스는 자기와 자기의 소재 사이에 적당한 미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 소설의 서술 방법에 있어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다른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이 조잡하게나마 여기서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이스를 현대적인 작가로 만드는 동시에 이 소설을 현대적인 소설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이 소설에서의 현실 파악 방법이다.  스티븐은 현실 파악에서 종래의 소설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그가 감각 기관을 통해 경험적으로 현실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감각적 현실 파악을 바탕으로 한 조이스의 산문에서 우리는 현대 문학에 있어서의 감수성(感受性)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새로운 취향의 스타일을 볼 수가 있다.  P391~400 작품해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