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어텀>

나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아이엠어텀"에서의 특별한 시간!

묭롶 2018. 2. 4. 16:20

  저에겐 한때 커피숍을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돈이면 쏘주를 사먹겠다고

제입으로 주변에 말하고 다녔던 시절이죠.  그땐 몰랐어요.  술을 마실때의 시간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 버리지만 분위기 좋은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느리고 달콤하게 흐른다는 사실을요. 

  잠깐의 낮잠이 가져다 주는 피로가 풀리는 기분 좋은 상쾌함처럼, "아이엠어텀"에서의 시간은 제게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힐링타임이에요.  그래서인지 새책이 제 손에 들어올 때마다 책한테 얘길해요. 

'너 나랑 어텀갈래?'  물론 책은 대답이 없지만 친한 친구와 손잡고 맛있는 걸 먹으러 갈때 처럼,

책을 들고 "어텀"에 가는 일은 언제나 기쁘고 설레는 일이지요.


  용산역KTX 에서 내려 경의중앙선을 타고 경의선 숲길에 있는 "아이엠어텀"에 갈때면 발은 걷지만

마음은 어텀 앞으로 달리기를 합니다.  마음속 달리기를 한 탓에 흥분에 얼굴이 달아오른 저를 반갑게

맞이하는 듯한 어텀의 <COFFEE>라고 쓰인 표지물이 보여요.  반가운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저는 어텀의

외관을 감상합니다.  요즘 들어 보기 힘든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이 한가롭게 오후의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네요.  저 빨래들처럼 내 마음의 축축한 습기도 같이 널어 뽀송뽀송하게 말리고 싶어져요.

  표지판에 이어 보이는 반가운 친구 어텀 인형이네요.  오늘은 푸르른 하늘을 감상하는 중인지 조금은

느긋하게 누워있는 모습이에요. 저 옆에 같이 누워 유유자적한 삶을 논해보는 것도 좋을테지요.

  색분필로 한글자 한글자 적어가는 어텀지기의 모습이 연상되는 OPEN 표지판마저도 감성 돋네요.

  이렇게 이곳저곳 어텀의 곳곳에 안부를 전한 다음 아이엠어텀의 전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오늘은 눈부신 햇살 아래 화사하게 빛나는 어텀이네요.  매번 올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의 외관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솔하지요.

  어텀지기의 고급스러운 미적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실내 소품들,  어텀에 들어오는 순간 어텀 내부를

채우는 그 모든 것들의 환대를 받는 기분이 들어요.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그들의 환대를 받으며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창가에 자리를 잡아봅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라고 묻고 싶어지는 백설공주 새엄마의 거울 같은 거울 앞에서

제 자신을 도촬해봅니다.  카메라 다루는게 초보라 미숙해서 조금은 얼빵해보이는 표정이지만 마음가짐은

세상 진지하답니다.  티슈를 눌러놓은 동그란 조약돌 하나에도 그림을 그려놓은 어텀지기의 센스가 돋보이네요.

  오늘 데려온 친구는 도시 속 마법공간 "아이엠어텀"에 너무 잘 어울리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상상동물』이랍니다.  이 책에는 기원전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문헌에 기록된 각종 동물들이 수록되어

있지요.  그 동물 중 어느 하나가 어텀의 한쪽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아요.

실은 어텀에 앉아서 햇빛을 쪼이고 있노라면 노곤노곤해지는 눈꺼풀 사이로 무언가를 보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화창한 햇살 아래 강제로 투명해지고 있는 나의 책, 『나의 미카엘』!!!

  요즘은 공연을 보러 서울을 가는게 즐거운 건지, 아니면 공연 덕분에 어텀을 가는 것이 즐거운건지 우선순위를

정하는게 조금은 어려워졌어요.  한가지 분명한 건 공연을 보기 전 어텀을 가는게 즐겁다는 점이죠. 

물론 제가 "아이엠어텀"의 분위기만 가지고 어텀에 반한 건 아니에요.  실은 "아이엠어텀"의 가장 큰 매력은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맛이랍니다. 


  제가 귀는 막귀지만 음식을 만들고 먹는 미각에서는 주변에 인정을 받는 편이지요.  전 맛없는 집은

두번 다시 가지 않아요.  맛이 없으면 요식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제 평소 지론이지요. 

이날 어텀에서 만난 인친분이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분이셔서 커피맛의 우선 순위를 논하는 대화를

나눴지요.  저도 커피 정말 오래 마셔왔지만 어텀 커피의 맛과 향은 그중 으뜸입니다.  커피맛으로

시상식을 한다면 어텀 커피는 금메달감이에요.  식어도 맛있는 어텀 아메리카노 강추해요.

  리뷰고 뭐고 이제 먹방입니다.  어텀 케이크 맛있어서 혼자 다섯개 풀셋 시켜서 드시는 분들도 있지요.

(실명은 보호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그분 정말 날씬하고 예쁘세요.)  제가 단 음식을 정말 싫어하는데,

어텀의 케이크는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이 느껴져요.  포크로 떠서 조금씩 음미하며 먹는 초코파운드 케익의

맛은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요즘은 사무실에서도 가끔씩 어텀의 케이크가 떠올라서 혼자 침을 흘리기도

하지요.  이건 뭐 파블로프의 멍멍이도 아니고 어텀만 떠올리면 침이 나오는 조건반사랍니다.

  꺄아아아아아앙!!! 어텀의 아메리카노도 좋지만 아인슈패너 아이스는 진정 예술입니다.  위에 얹어진

크림을 한스푼 떠서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겨울왕국> 엘사가 부르는 '렛잇고'가 울려 퍼집니다. 

진하고 부드럽고 농밀하게 달콤한 맛이 입안을 마구 축복하는 통에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는걸

애써 참아 보아요. 

  아무래도 카페 아이엠어텀의 크림에는 뭔가 마법의 비법이 있나봐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크게 달지

않으면서 진하고 신선할 수가 있을까요?  어텀의 파티쉐는 진정 생크림의 연금술사에요.  먹을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어텀의 후르츠산도는 두손 가득 받아들고 크게 베어 물고 그 풍성한 맛을 입안 가득 느껴봅니다.

  오늘은 아메리카노를 마신 후 카푸치노를 시켜봤어요.  보통 커피숍의 카푸치노는 거품이 금방 죽어버려서

커피를 삼분의 일도 다 마시기 전에 거품이 없어져서 많이 아쉬웠죠.  그런데 어텀의 카푸치노는 커피를

다 마시는 동안 거품이 유지돼요.  비법이 뭔지 마구 궁금해지는 건 뒤에 일이고 우선은 마지막 한모금까지

우유크림을 맛볼 수 있어 행복하답니다.

  인친님이 시키신 홍차얼그레이케이크도 찍어봅니다.  다음번 아이엠어텀에 갈때는 어떤 책친구를 데려갈까?

이번에는 뭘 먹어볼까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어텀입니다.  지역은 서울과 광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제 마음 속에 아이엠어텀은 항상 열려 있어요.  다음에 가는 그날까지 나의 어텀이여!  잘지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