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어텀>

도시 속 마법공간 "아이엠어텀"을 소개합니다.

묭롶 2018. 1. 10. 15:31

 

  중학교 일학년 어느 봄날 모두가 졸음을 견딜 수 없던 오후 두시가 떠올라요.  창문으로 내리쪼이는

봄볕에 반 친구들은 선생님의 자장가 같은 목소리에 박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 있었죠. 

저는 뭘 하고 있었냐구요?  저는 점심시간에 무심코 교실 뒤편 학급문고에 꽂혀 있던 책 한권을

뽑아서 제 책상에 가져왔어요.  다들 졸던 그 시간에 그 책을 펼쳤답니다.  제목은 이상의 『날개』였죠.


   책을 펼쳐 그 유명한 『날개』의 에피그램을 읽는 순간, 저는 현실을 벗어난 다른 공간에 진입했어요.

제 몸은 교실에 있었지만, 저는 그곳에 있지 않았지요.  그날 이후 책은 읽는 순간 저를 다른 공간으로

데려갔어요. 


  직장생활이 힘들때면, 일요일 오후에 책 한권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내리쪼이는 햇빛 아래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답니다.  책을 읽다가 졸음에 겨워 몽롱해진 정신 사이로 "계란이 왔어요~~ 계란...."

계란장수의 확성기 소리가 들려오고 책의 내용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나를 둘러싼 가운데, 저물어가는

빠알간 해님의 배웅을 받으며 잠에서 깨어나면 또다시 출근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지요.

  이런 경험 때문일까요?  제겐 책을 읽을때 책을 읽는 공간도 중요해요.  책이 내게 펼쳐주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마법같은 공간, 제 중학교 시절 햇살이 내리쬐는 제 책상과 오후의 도서관

같은 그런 공간 말이죠.  아~~ 그런 곳을 만나고야 말았어요.  공주님을 찾아나선 왕자가 발견한 숲속의

궁전, 숲속을 헤매던 헨젤과 그레텔이 만난 과자의 집, 새엄마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던 백설공주가 발견한

일곱난장이의 집과 같은 그런 공간을 발견하고야 말았어요.

  이렇게 멋진 마법과 같은 공간을 저 혼자 전유하기보다는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어서 난생

처음 카페 리뷰를 합니다.  카페 이름도 동화 같은 이곳의 상호는 <아이엠어텀> 이랍니다.  영화

'아이엠샘' 도 아니고 영화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2'에 나오는 귀여운 꼬마 '아이엠그루트'도 아닌

<아이엠어텀>이에요.  가좌역에서 경의선 숲길쪽으로 15분 정도 걸어오셔도 되구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경의선 숲길 거의 끝부분까지 20여분 정도 걸으셔도 만날 수 있지요.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날, 책 한권 들고 <아이엠어텀>에 가고 싶어요.  창밖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발을 지켜보며, 진한 어텀 커피 한잔과 후르츠산도를 먹는다면 세상의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것 같아요.  치만 제 몸은 전라도에 있으니 책을 읽는 순간 저는 아이엠어텀에 있다고 상상을

해봅니다. 

  눈이 쌓인 경의선 숲길 산책로를 뽀드득 뽀드득 밟히는 눈을 맞으며 걸으면 볼은 차갑지만,

걸어서 몸에는 땀이 나기 시작할 거에요.  기분좋게 다가오는 찬바람의 입맞춤을 맞으며, 산책로의

풍경을 여유롭게 걷다보면 어느새 그 길의 한쪽 구석 길가에 놓인 <아이엠어텀> 표지판을

만나게 되죠. 

  이제 눈앞에 <아이엠어텀>이 보여요.  설레는 마음으로 어텀의 문을 열면, 웃는 모습이 너무나

따사로운 어텀 사장님의 눈인사를 받게 되요.  그리고 펼쳐지는 어텀의 풍경, 어텀에 깔린 음악,

그리고 햇빛....... 아~~ 지금도 당장 달려가고 싶어져요.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동행이 없어도

그냥 <아이엠어텀>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무언가가 차오름을 느끼시게

될거에요.

  마음이 춥거나 마음이 아프다면 <아이엠어텀>의 오미자레몬차를 드셔보세요.  진하고 달콤한

뜨거운 오미자차를 한모금 입에 머금는 순간, 입안에서부터 퍼지는 힐링이 느껴져요.  기분이

우울하신 분께는 달콤한 어텀 밀크를 추천드려요.  그리고 주문하신 차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텀의 구석구석을 장식한 다양한 소품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상상해보아요.

  저는 이 그림을 보고 로맹가리의 소설 『솔로몬 왕의 고뇌』의 한 대목이 떠올랐어요.


「아!  인생의 장미들!  꺾으시오, 꺾으란 말이오

모든 게 여기 있지 않소, 자노!  꺾으시오!

우리를 꺾어가는 죽음만 있는게 아니오.

장미를 꺾는 우리도 있다오!」 p220


  솔로몬 할아버지가 자신이 한때 사랑했던 여인 코라 할머니를 만나 사랑을 고백하는 대목에

쓰인 글인데요.  그림 속 상황이 소설 속 내용과 오버랩이 되더군요.  어텀에 놓인 아기자기한

장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소설 뿐 아니라 동화 속 요정들이 어느 한 구석에서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마 좋은 사람과 오시게 된다면 오랫동안 간직할 예쁜 추억을 만들 수 있겠지요.  공간에

담긴 기억이 시가 되고 추억이 되고 노래가 되고 또 동화가 되는 아름다운 상상력이 펼쳐지는

힐링공간 <아이엠어텀>에 좋아하는 책 친구와 함께 가게 될 날이 기다려집니다.  요즘은

주문한 책이 제 손에 들어오게 되면 이 친구와 어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오늘 이상의 시 <꽃나무>를 읽으니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하네요.  있지만 가지 못하는 어텀이

꼭 이상의 시 속 '꽃나무'인것만 같아서요.  하지만 제가 지금 가지 못하는 어텀이지만 어텀은

이상의 시 '꽃나무'처럼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을 테지요.  또 누군가는 눈 내리는 어텀에서의

행복한 선물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그래도 참 다행이에요.  제 마음에 간직할 마법의 공간이 또 하나 늘었으니까요.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아이엠어텀>을 꿈꿀 수 있어서 행복해요.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나의 어텀이여~

잘 지내시길..  눈 오는 날 전라도에서 어텀에 안부를 전합니다.


  ps:  그런데 궁금한게 있어요.  <아이엠어텀>의 테이블보의 자수는 누가 놓으신건가요? 

        누구 아시는 분 있으신가요?  암만 봐도 hand made 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