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세부세관에서 털린 사연>

<세부 여행기 : 11월 4일 ~ 11월 8일 : 샹그릴라 리조트>

묭롶 2014. 12. 7. 13:00

 

  네살박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건 힘든 일이다.  사람 나름이긴 하겠지만 나로선 세부여행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먼저 남자아이는 이동시 빈 물병 하나면 소변 걱정 OK 이지만 여자아이는 그것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쉬야를

하는 딸램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고속버스는 탈 수가 없다.  그나마 광주에서 인천공항으로

직행KTX노선이 생겨서 다행이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인천공항은 가깝지만 지방에서 인천공항을 가는 건 직행 노선이

있어도 꽤 장거리다.  세부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이지만, 광주에서 인천까지 이동을 생각하면 하루의 대부분을 이동에

사용한 셈이다. 

  세부패키지 여행 자녀동반 호핑투어 후기도 봤지만 나로선 엄두가 안 났다.  나부터가 패키지 여행을 싫어하고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영어도 안되는 나 지만 체코 신혼여행때 써먹은 바디랭귀지를 믿고

세부발 아시아나항공과 샹그릴라 리조트를 미리 티켓팅했다.  나보다 육개월 먼저 세부를 다녀온 직원의 조언대로

아이의 물갈이를 대비하기 위해 캐리어 하나는 생수와 부식으로 채웠고, 세부세관 피하는 요령도 들었지만 세부세관에는

걸려서 털렀다.  다행이 생수를 준비해서 아이가 여행 중 열이 나거나 배앓이를 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여행기를 정리할 시간도 없었지만 나중에 이 글을 읽을 딸래미를 위해 느낀바를 적어놓는다.

 

   세부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린 리조트에서 하는 물놀이 외에는 호핑이나 옵션 투어를 안하기로 했다.  모험을 하기엔

딸램이 까실한 탓도 있었지만 둘 다 모험을 감내하기엔 체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신랑은 체코로 가는 여정(인천

공항에서 KLM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체코항공으로 체코 까지 거의 16시간)에 호되게 데인 후로 장거리

비행이라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11월 4일 아침에 KTX를 타고 인천공항에 오후 2시가 못 되어 도착했다.

물론 성수기가 아니라 인천공항은 여유로웠고 문제의 면세물품 인도 후 마티나 라운지에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밤 8시 35분 비행기에 탑승했다.  사실 비행기가 너무 작아서 놀랐다.  내가 타왔던 비행기 중 가장 작았다.

 

  비행기가 작으니 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착륙시 기압변화로 인해 귀에 통증을 느낀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울 딸램도 귀가 아프다고 해서 물을 조금씩 자주 먹여서 겨우 달랬다.  비행기는 11월 4일 자정이 다되어 세부막탄 공항에

착륙했다.  우기도 아닌데 뭔가를 예고하는 듯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ㅎㅎㅎ 비행기 내리자마자 쉬야가 마렵다는

딸램과 화장실 (ㅜ.ㅡ)을 다녀와서 입국 수속을 하고 수속과 동시에 세부 세관원들의 열렬한 관심 속에 들킨 면세품의

세금을 상납한 후 공항을 나올 수 있었다.  그땐 이미 11월 5일 새벽 1시 30분이 넘은 시간, 그나마 샹그릴라 호텔에

사전 픽업을 요청한 상태여서 호텔까지는 마중나온 봉고를 타고 무사히 갈 수 있었다.  아니었음 비오는데 택시승강장

까지 그 많은 짐을 들고 딸램이랑 걸어갈 뻔 했다는 ㅜ.ㅡ

 

  난 세부세관 때문에 멘붕이었는데, 남편은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충격이 커다고 말했다.  착륙하는 비행기

속에서 난 귀가 아프다는 딸램 때문에 정신이 없었는데 남편은 비행기 창문 아래로 펼쳐진 광경 때문에 놀랐다고 했다.

활주로 철책 바로  옆까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저기서 어떻게 사나 싶었다고 한다.  호텔로 가는 봉고 안에서도

내리는 비 속에서 새벽 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비를 철철 맞으며 뒤에 여친을 오토바이에 태운 채 봉고에 부딪힐 듯

달리면서도 좋다고 웃는 청춘을 보고 황당하기까지 하더란다.  비는 내리지 새벽 두시에 멍멍이는 비 철철 맞으며 돌아다니지

여기저기 시꺼먼 남자들이 모여서 아무 할일 없이 여기저기 앉아있지, 비철철 맞으며 좋다고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지...

문화적인 차이(생활 형편의 차이가 아닌 정서적 차이)를 느꼈을 만 하다.

 

  우리는 마약탐지견과 폭발물 수색조의 삼엄한 경계를 거친 후 드뎌 숙소에 도착했다.  거의 졸도에 가까운 나에게 웰컴티로

망고주스를 주었다.  한국인 직원이 호텔내에 상근한다는 말만  믿고 도착한 나에게 프런트 직원은 친철하게 빠른 영어로

체크인을 설명했다.  ㅎㅎㅎㅎㅎㅎ 3G인 나의 스마트폰 번역기는 무용지물... 난 무식하게 알아들을 건 알아듣고 못 알아듣는 건

냅두고 체크인했다.  요금 정산 관련 크레딧 카드와 여권을 요구해서 번호 등록 후 건네 받고 드디어 방에 들어오니 새벽 2시

30분..ㅜ.ㅡ 4일 아침 7시30분부터 서둘러서 거의 17시간을 활동한 셈이라 완전 메롱이었지만 피곤한데 잠이 안 와서 남편님과

쐬를 한잔하고 잤다.

 

잠깐 잔듯 만듯 하고 일어나니 그새 아침이었다.  전날 폭우가 내린 터라 날씨를 걱정했는데 날씨가 거짓말처럼 화창했다. 

부랴부랴 조식을 먹고 물놀이를 나갈 준비를 했다.  우리의 목적은 오직 물놀이였으므로....

  사실 샹그릴라 리조트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실상 제주도의 콘도보다 시설은 못하다.  여타의 특급호텔들이 내 눈만

높인 탓도 있지만 그닥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참고로 여긴 청소를 중년이 넘은 남자분이 하시는데 침구에서 먼지가 너무

많이 나왔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지켜보니 팁이 생기는 일은(청소, 포터, 스텝 등) 대부분 남자들이 하고 리조트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참 젊고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리조트 바깥, 보통 세부사람들의 삶은 우리나라 60년대에 머물고 있는데 리조트에

출근하면 2014년도의 모습이니 리조트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괴리감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뷔페로 아침을 먹고(불포함일 경우 일인 35,000 이라니 이곳 물가도 ㅎㄷㄷ하다) 물놀이를 하려고 보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딸램이 손톱이 너무 길다.  다행이 그 시간에는 데스크에 한인 상주 직원이 있어서 네일샵을 안내 받아서

찾아갔다.  ㅜ.ㅡ

문제는 네일샵에서 아이손톱을 깎는다는 걸 영어로 설명하는데 힘이 들었다는 ㅜ.ㅡ 어케어케 설명해서 손톱을 깎았는데

나중에보니 비용을 청구를 안했드라는....(팁은 따로 100페소 줬으니 다행이지 싶다)필리핀 사람들이 아이들을 너무

예뻐해서 솔직히 울 딸램 예쁜 얼굴 아닌데 너무 예뻐해주셔서 감사했다. 

 

   우여곡절 끝에 물놀이를 하기 위해 머리를 묶는 딸램.  이때부터는 계속 물놀이의 연속이다.

  우리 딸이 삼일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미끄럼틀,  사실 네 살은 액티비티한 놀이기구는 불가능해서 미끄럼틀이면

만사 OK였다.  좀 큰 애들이라면 심심했을 미끄럼틀.

  우린 삼일 내내 딸램 옆에서 한시도 안 떨어지고 지켜보고 안아주고 놀아주는데, 외국 아짐들은 정말 아이들을 대범하게

풀어두었다.  혼자 놀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져도 내가 놀래서 달려가서 일으켜주는 동안에도 부모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냥 두면 살이 벗겨질 정도로 햇빛이 강한데도 썬크림도 안 발라주고 래쉬가드도 안 입히고 맨살로 그냥 혼자 돌아다니는

애들은 전부 외국애들이었다. ㅜ.ㅡ

  그래도 물놀이의 보람은 있었다.  삼일내내 물에서 아빠랑 놀더니 수영을 곧잘 한다.  돈주고도 배우는 수영이니 돈 굳었다.

  외국아짐들처럼 쏘~~쿨 하지 못한 대한민국 아짐은 딸램이 물놀이 몸종, 한 시간에 한 번씩 쉬야를 하겠다고 해서 그것도

걸어서 안간다고 업어달라고 안아달라고ㅜ.ㅡ 나중에는 화장실을 하도 들락거려서 창피했다는 ㅜ.ㅡ

   물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어야 하고 화장실에 가려면 신어야해서 하루에 수십 번 벗었다 신은 똥꾸씨의 신발 ㅜ.ㅡ

  오호.. 이제야 V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된 딸램.  자신도 해놓고 자랑스러운지 V를 한 손가락을 보는 중, 보라카이에서

모래를 공수해서 만든 인공 해변, 모래도 좋고 다 좋은데 딸램이 모래를 만진 손으로 자꾸 눈을 만져서 고운 모랫가루가

눈에 들어가서 난리가 났다는 ㅜ.ㅡ   바닷물이 너무 맑아서 그대로 다 비치는데 고기들이 많아서 물에 들어가면 물고기가

다리에 스쳐서 따끔따끔했다.

  모래파서 애랑 놀아주느라 고생한 울 남편 ㅜ.ㅡ

 

  사람들이 네살 딸램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할때 말렸다.  기억도 못한다고 더 크면 가라고, 하지만 가족이 온전히

함께 시간을 보낸 기억은 기억을 하진 못하겠지만 오래오래 남을거라 믿는다.

   그래도 할 건 다 했다.  남편님이 CHI(치)스파에서 두시간 16만원짜리 맛사지를 받았다.  그런데 마지막날 정산을 보니 정상

요금외에도 맛사지사에게 가는 팁이 요금에 별도로 청구되어 있었다.  결론은 20만원짜리라는 ㅜ.ㅡ

  조식만 포함이었던 우리는 점심은 물놀이를 하면서(전반적으로 음식이 짜다, 맥주도 비싸다 우리 국내가격과 동일)먹고

물놀이를 마저 하다 해가 있을 때 방에 들어가서 씻고 수영복을 빨아서 널었다(다음날 또 입어야 하니까, 한꺼번에 수영복

세 명것을 삼일 동안 빠느라 힘들었다) 그런 후 낮잠을 좀 자고 일어나 저녁은 햇반에 컵라면 쏘주로 먹고 잤다.  (전자렌지에

햇반 데워달라는 걸 영어로 스텝에게 설명하기 힘들었다)

  열심히 수영 특훈 중인 딸램이!

  비수기에 갔던 탓인지 리조트가 전체적으로 한산했는데, 떠나는 금요일 저녁이 되니 갖가지 공연이 시작되는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현대 프리비아에서 리조트를 예약할때 레이트 체크아웃이 안된다고 해서 금요일 밤 10시에

공항으로 가는 셔틀을 예약해놓고 OCEAN 쪽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사실 조식뷔페 메뉴보다 레스토랑에서

먹은 단품(파스타, 왕새우볶음밥 등)이 더 맛있고 저렴했다.  진즉 알았다면 자주 이용했을텐데, 아쉬웠다. 

특이한 점은 맥주를 시키니 얼음컵에 맥주를 담아줬다는...ㅎㅎㅎ 맥주를 양주처럼 얼음에 타 먹는건 처음 봤다.

 

  레이트 체크아웃이 안된데서 그 다음날 포함된 조식이 아까워서 대체품을 얘기했더니 도시락을 준비해준다고했다.

밤 9시에 찾은 도시락에는 조식때 남은 빵으로 보이는 빵 대여섯개와 요거트1개, 망고캔음료1개, 생수 1병, 과일 약간이

담겨있었다.  ㅜ.ㅡ 받지말걸 그랬다고 후회하며 과일은 먹고 음료는 남겨두고 빵만 들고왔다^^

 

  밤 9시 30분 체크아웃시 계산서를 보니 공항 왕복 셔틀비에 치스파 서비스 차지까지 빠짐없이 정산되어 있었다.

문제는 15인승으로 보이는 봉고셔틀에 탑승시는 짐을 들어주는 리조트 직원이 있었지만, 공항에서 내릴때는 그 짐을

내려주는 직원이 없어서 연세가 많은 운전수 할아버지 혼자 끙끙대고 계셔서 울 남편이 그 많은 짐을 다 내려줬는데,

한국사람들도 많은데 얌체같이 거들지도 않고 자기들 짐만 받아선 잽싸게 사라졌다는......

새벽 1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여섯시,... 문을 연 식당도 없고 인천공항에서 광주를 가는 직행은

9시30분.. 도저히 시간을 버틸 수가 없어서 캐리어3개, 쇼핑봉투 2개에 잠든 딸래미를 안고 수도권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용산역으로 전철을 갈아타고 다시 KTX로 광주를 내려오니 오후 2시가 되었다.ㅜ.ㅡ

고생과 사건사고의 연속이 바로 금번 세부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딸램은 지금도 호텡(호텔)에 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