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저>

<연극 클로저를 봤어요!>

묭롶 2010. 8. 21. 23:12

 

 2010.08.21(토) 광주에서 아침 8시30분에 버스로 출발해서 대학로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하는 3시프로를

보게 되었다.  뉴스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어서인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아트원씨어터를 찾아가는데 햇빛에 살이 익는것처럼 따가웠다.  오후 2시 25분 경에 도착해서 매표구에서 예약해놓은 티켓을 교부받고 공연장인 건물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저작권을 이유로 일체의 사진촬영 및 동영상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대신 연극 팸플릿과 근영양의 싸인이 들어있는 포토 엽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클로저에 근영양이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오매불망 근영양을 외치던 우리 신랑은 팸플릿을 판매하던 직원에게 멀리서 왔는데 어떻게 근영양 싸인 받을 방법이 없겠냐고 물었지만 따로 싸인 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말에 크게 실망을 했다.

 이미지 출처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0811120308194

  공연장에 2시30분에 입장했는데, 도대체 맨 앞자리는 어떻게 예매를 했는지 궁금해졌다.  맨 뒤에서 4번째 열인데도 VIP석인데 도대체 이 자리가 왜 VIP석이냐고 동거인은 계속 투덜거렸다.  맨 앞에서 근영양을 봐야한다는 투정과 함께 앞쪽 통로에 앉아서 보면 안되겠냐고 물어봐서 한대 때려줬다.  공연전, 기사를 통해 극중배역 앨리스에 대한 관객의 몰입도가 연극의 중반 이후부터 깊어진다는 점과 첫 연극무대에 선 근영양의 발성과 동선, 시선처리가 미흡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앨리스와 댄(엄기준)이 병원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엄기준의 첫 대사를 듣는 순간, 그 발성의 깊은 울림에 놀랐다.(TV와 영화만 보다가 소극장에 앉아 직접 육성으로 들리는 대사를 듣는건 처음이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참 좋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소극장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의 전달력과 감정을 표현하는 호흡과 목소리 톤 등에서 그의 연기력의 내공을 짐작하게 되었다.

안나 역을 연기한 진경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속 줄리아 로버츠의 표정과 호흡,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녀의 연기를 보며 연극을 보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진경이 영화속 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면, 엄기준과 문근영, 배성우(래리)는 자기의 색깔을 입힌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사실 연극 클로저는 다른 연극들과는 다르게 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인 연극이다.  동적 행동을 통해 사건이 일어나는 연극과 다르게 대사를 통해 전달되어지는 인물의 감정의 변화가 연극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 동력이 된다.  그래서인지 대사로 변화하는 감정을 드러내고 폭발적인 분노와 욕망을 표현하는 부분에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ㅜ.ㅡ 이 때문에 근영양의 색깔로 표현해낸 앨리스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세 명의 안정된 호흡과 감정을 실어내는 힘 있는 발성에 근영양의 앨리스는 조금은 융화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연극의 도중에 간혹 내 귀에 포착되던 신데렐라 언니의 은조 목소리에서 갑자기 앨리스가 아닌 근영양이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좀 불안했다.  물론, 댄에게 상처받은 자신의 사랑을 절규하는 장면과 댄을 빼앗아간 안나를 향한 분노를 표현하는 장면의 연기는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 동거인은 연극의 내용보다는 근영양을 보는데 온통 집중한 탓에 연극이 끝나고 나서도 근영양 정말 예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근영양이 연기하는 앨리스를 보면서, 나탈리 포트만이 어리지만 매혹적이고 비밀에 쌓인 앨리스를 연기했다면, 근영양은 상처받기 쉽고 보호받고 싶지만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버림받지 않기) 두려움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댄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어린아이(모습은 어른이지만)같은 모습을 그녀가 보여주려 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한 앨리스의 내면을 자기만의 앨리스로 재해석한 근영양의 표현력은 그녀가 앨리스로 사는 동안 계속해서 더 나은 앨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마지막 공연회차분을 또 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된다)

   이 연극의 장점을 꼽으라면 정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연극의 문제적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래리'일 것이다.  단순무식하게 감정표현에 솔직한 인물 래리를 이렇게까지 연기해낼 수 있을 사람이 있을지 궁금해질 정도로 그의 연기는 발군이었다.  연극을 보고 생소한 그의 이름 세 글자(배성우)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게 할 정도로 이만한 연기자가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는지가 의문이었다.  난중지추(주머니를 뚫고 나온 송곳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로 뛰어난 인물은 어느 곳에 있든지 그 빛을 발하게 된다는 뜻)라는 말처럼, 이런 멋진 연기를 공중파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의 지나치게 솔직한 대사는 관객의 폭소를 이끌어내고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http://newslink.media.daum.net/news/20100819075715080

   ㅎㅎㅎㅎ.. 검색해보니 SBS아나운서 '배성재'의 친형이란다.  <미스 홍당무>에도 출연을 했다고 하는데,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 영화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PS:  소극장 공연관람은 처음이었다.  누군가 연극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 성장하는 것처럼 공연회차가 쌓여갈수록 그 역할의 색깔이 다양해지고 그 내면이 풍성해진다는 말을 했었다.  문근영은 이 연극에 출연하면서 자신만의 앨리스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의 바램처럼 그녀만의 앨리스가 내면이 깊어지고 깊은 반향을 낼 수 있는 힘을 공연회차를 거듭할수록 커지기를 희망한다. 

 

PS2:  지역적 특색으로 인해 대형공연외에는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대학로 연극관람을 하고 보니 다른건 부럽지 않은 서울사람들이 부러워진다.  문화적 빈곤을 몸소 체험하고 보니, 자주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연극공연을 보러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PS3:  우리 동거인은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공연장 밖에서 혹시 근영양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무려 20분도 넘게 서 있었다.  내일모레면 마흔인데 어쩌면 이렇게도 좋아할 수가 있는지 나이는 숫자일뿐이라는 생각과 함께 남자는 나이먹어도 '애'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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