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묭롶 2009. 3. 2. 00:05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 흉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은행에 빚을 지게 되어, 자작농에서 은행과 지주회사의 소작농으로 전락했다가 그마저도 기계경작으로 바뀌게되자 땅을 빼앗기고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조드일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1930년 1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고, 그 과정에서 큰 부를 얻게 된 사람들에게 부가 집중되면서 소외된 계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들의 할아버지가 총(힘, 무력)으로 인디언으로부터 뺏은 그 땅은 생활터전이자 자식을 양육하게 해주는 가족구성원과도 같았다.   땅은 사물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자신의 피와 땀이 베어든 또 다른 육체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나는 작물들은 모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고, 생명을 이어가게 해 주는 땅은 신성하게 여겨졌다.  땅은 그 자체가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과 공유되고 함께 살아가는 유기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가들에게 땅은 소유물일 뿐이었고, 극대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그들은 그 땅에서 사람들을 몰아내기에 이른다.

 

트랙터가 도로를 넘어 밭으로 들어왔다.  벌레처럼 움직이지만,

벌레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힘이 센 거대한 생물이었다. 

~은행이 땅을 사랑하지 않듯, 그도 땅을 사랑하지 않았다. 

~트랙터 뒤에서는 반짝이는 원반들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땅을 잘라 내고 있었다. 

그것은 쟁기질이 아니라 수술이었다. 

~써레 뒤에서는 파종기(주물 공장에서 발기한 음경처럼 다듬어진 열두 개의 쇠몽둥이)가

기어의 움직임에 따라 오르가슴을 느끼며 기계적으로 땅을 강간했다.」1권 p73~75

「트랙터는 죽어 있으므로, 너무 쉽고 효율적이다.  일에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쉽고,

땅을 경작하면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효율적이다. 

경이가 사라지면 땅과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정함도 사라진다.」1권 p240

 

  인간의 노동에 의해 경작되던 땅은 트렉터와 같은 기계문명에 유린당했고, 사람들은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게 되어 일자리를 찾아 머나 먼 캘리포니아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더욱 비참한 현실 뿐이었다.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기 위해 대지주들이 미국전역으로 뿌린 전단지를 보고 10만여명의 이주민들이 캘리포니아로 밀려들었고, 이로 인한 인력과잉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져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실제 캘리포니아는 경작지로서는 최고의 환경이었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처절한 것이었다.  오렌지와 포도, 자두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대로 썩어가고, 그 한편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주민의 아이들이 굶어 죽어갔다.  당장 가족들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은 한끼니의 식량이나 빵 한덩어리를 얻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가격에 노동력을 착취당해야 했고, 그들의 분노는 풍요의 땅 캘리포니아가 아닌 그들 가슴 속에서 분노의 포도로 알알이 그리고 무수히 익어갔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그 분노를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항의를 하는 사람은 빨갱이로 몰아서 감옥에 쳐 넣거나 몰래 죽여버리기에 급급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난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존 스타인벡은 작품 속에서 톰이 굶주린 자들을 어떻게조직하여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작가는 작품 속 톰의 어머니의 입을 빌어 이 세상의 유일한 희망이 인간애에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에 인간을 구원하는 희망이 곧 사람, 그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 결말로 인해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그는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보다는 감상적 결말에 그치고 말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은 작가가 문학이 갖는 본질적 상상력의 세계에 집중했기 때문인 것 같다.  결말에 대한 상상력을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걱정하지 마라.  로지샨.  그냥 숨을 들이쉬어야 할 때 들이쉬고, 내쉬어야 할 때 내쉬면 돼."」1권 p439

「"진정해.  인내심을 가져.  톰, 저놈들이 모두 없어지더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계속 살아갈 거야. "

~"우린 항상 얻어맞기만 하잖아요."

어머니가 쿡쿡 웃었다.

"그렇지.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강해진 건지도 몰라. 

부자들은 조금 있으면 죽어 버리고, 그 자식들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절대 불안해하지 마라,  톰.  다른 시대가 오고 있어."」2권 p114

「"좋은 걸 한 가지 배웠네요. 

~사람이 곤란해지거나 다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땐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라는 것. 

남을 도와주는 사람은 그런 사람들뿐이니까.」2권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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