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신]1

인간이란?

묭롶 2008. 12. 17. 22:49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을 쓰게된 출발점 중의 하나를 일반적인 윤회사상에 대한 반문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불교의 윤회사상에 따르면 인간의 육신이 죽게 되면 영혼은  다른 존재로 환생을 하게 된다.  그는

'인간의 영혼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승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작품을 구상한 것 같다.  그래서 책 속의

존재들은 과거 자신들이 인간으로서 살았던 습성과 성격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신 후보생'이 된 것이 아닐까?

작가의 생각대로 보자면 영혼은 죽음을 끝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육신을 정거장처럼 지나쳐서

시간 속에 완성되어져 가는 현재진행형인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속 '신 후보생'들은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예술가,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작가는 이미 독자가 알고 있는 인물들을 통해 독자가 알고 있던 그 인물들이 작품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 그리고 그들이 인간으로 살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카르마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고 또 그로

인해 변화해 가는지를 지켜보게 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은 천사가 된 후 육체적인

카르마는 극복했으나 아직도 정신적인 외상을 극복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인채로 신 후보생이 된다.

 

「~처음엔 우리 모두가 놀라움을 느꼈다.  여기에서 쏜 것이 행성에 가서 떨어지는 게 마냥 신기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우리는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악스럽게 빙산을 공격해 나간다.  나 역시 파괴하는 데서

약간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우리 자신이 강력하다고 느낀다.

우리는 신이다.」P127

 

『신』에서 과거 인간이었던 천사들은 지금 '신 후보생'이 되어 자신이 관리하는 종족인 '인간'을 관찰하게

된다.  '신 후보생'들은 인간 시절 자신의 특성을 그대로 자신이 보호 육성하는 종족에 투영시킨다. 

 

「~그들은 자기의 카르마에서 비롯된 신경증을 이 새로운 생애에서 해결해야 한다. 」P152

 

 책 속의 책인 '백과사전'에 나오는 '숫자들의 상징체계'에 의하면 인간은 숫자 '4'에 해당된다.  <4>에는

시련과 선택의 갈림길을 뜻하는 교차점이 있다.  즉 인간은 동물인<3>과 깨달은 인간인 <5>의 교차로에

있는 존재이다.  <7>은 신의 후보생을 의미한다.  이는 <5>와 마찬가지로 이 숫자에는 하늘에 매여 있음을

나타내는 가로줄이 있지만 아래 쪽에는 곡선 대신 세로줄이 있다.  이는 아래쪽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또한 서양에서는 '7'에 가로획을 그어 <7>이라고 쓴다.  가운데 가로줄로 인해 신 후보생들은

인간<4>와 같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시련을 겪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 단계에 오른 존재는 더 높은 곳으로

계속 올라가기 위해 무언가를 이루어 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천사가 되어 인간이 겪는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났던 미카엘 팽송이 신 후보생이 되면서 다시 육체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존재인 인간과 같은 상태에 처해지게 된 이유를 숫자들의 상징체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어떤 점에서 보면 나는 인간으로 돌아간 셈이다.  나는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죽을 수도 있는

존재다.  신이 되고자 하면 왜 천사였을 적에 누리던 특권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P66

 

  <7>에 해당되는 신 후보생들은 신이 되기 위해 자신의 카르마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천사에서

다시 인간과 같은 상태가 되어 'Y게임'에 참여한다.  사실 천사였던 그들은 육체적인 카르마를 벗었기에

더 높은 세계로 향한 욕구가 없는 상태이다.  그들에게는 신 후보생들을 살해하는 살신자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산 정상에 대한 호기심만이 있을 뿐이다.  'Y게임'도중에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신 후보생들의 모험은 'Y게임'을 위한 의도된 장치이다.  그들은 'Y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들이 자의가 아닌

의도된 각본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눈치채게 되지만, 그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에 계속해서

그 게임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신 후보생들은 'Y게임'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자신들과는 다르게 자신들이 의도했던 모습과는 달리 변화해가는 인간들을 보며 새삼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신 후보생들처럼 신은 DNA조합을 통해

만든 피조물이 만들어내는 많은 우연성과 다양성과 변이를 지켜보며 호기심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호기심으로 인해 미카엘 팽송은 신이 인간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제 감히 말하거니와, 인간이 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인간들은 자기

들의 세계보다 높은 차원에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는 어떤 것의 무한한 복잡성을 감지하고 아찔한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신이라는 개념은 바로 그런 현기증에 맞서 안도감을 얻기 위한 한낱 외관이 아닐까?」p204

 

  어떻게 보면 <4>에 해당하는 인간이 갖는 수직 상승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신  후보생들이 <7>로 하늘에

묶인 존재인 반면 인간은 땅과 하늘 그 어디에도 메어있지 않다.  'Y게임'을 통해 각 종족을 맡아 원시문명

에서 시작하여 시간에 따라 진화해 나가는 인류를 관찰해 나가는 신 후보생들의 관찰이 갖는 의미와 그

속에 숨겨진 의도가 3권에 나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신 1, 2권은 이렇듯 무수한 의문을 남긴 채

3권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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