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자료/시나리오습작

시나리오 창작 [7층 정거장]

묭롶 2008. 10. 27. 10:55

 

1. 제    목 : 7층 정거장

2. 작품의도 : 갈수록 치열해지고 각박해지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남에게 받은 상처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독기처럼 뿜어내게 된다.

                  사람들은 그 독기를 정화하는 방법을 모른 채 누군가는 독기를 뿜고 다른

                  누군가는 독기에 적응해 살아가거나 독기로 인해 죽는다.

                  이 작품은 자신을 독기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 한다.

3. 등장인물 소개 : 정진주 (31세, 백화점 화장품 매장 매니저) 통통한 몸매에 순한 인상

                  반혜련 (26세, 정진주의 부하여직원) 키 크고 날씬한 여성

                  진대리 (33세, 백화점 관리과 남직원)

                  K (30대 초반 : 기혼, 학교선생님)

                  L (30대 초반 : 기혼, 가정주부)

                  S (20대 후반 : 미혼 에어로빅 강사)

                  헬스장 회원 10여명, 트레이너(남 20대 초반 한명)

                  K 와 L의 남편( 30대 중반), Y(20대 초반 재즈댄스 강사)

                  백화점 여직원 여러 명.

                  좌판 상인들 여러 명.

                  고객 여러 명.

                  청소원 1.2

                  운동하는 사람 여러 명.

                  볼펜 장수 아저씨 한 명.

                  L의 고등학교 여자후배 한 명.

                  

4. 줄거리


  정진주는 그랑프리백화점 1층 명품 화장품 매장 매니저이다.  백화점 1층 입점 여직원 중에 가장 뚱뚱하다.

하지만 철저한 고객관리와 섬세한 배려로 실적은 상위권이다.  매년 백화점 입점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문제로 요즘 관리과 남직원 진대리와 가끔 만나왔다. 매장 여직원으로 있는 혜련은 나이만큼이나

젊고 예쁘다.  진주는 요즘 헬스장을 등록해서 다니고 있지만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이트클럽안 요란한 댄스타임이 끝나고 모두들 진대리 옆자리에 앉으려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진대리는 매장 입점을 담당하는 관리과 직원이다.  진대리 옆자리에 앉은 혜련이 진대리에게 귓속말로뭔가를

애기하자, 진대리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헬스장 안, 창가에 배치된 30여대의 런닝머신은 빈자리가 없이 회원들로 꽉 차 있다.  먹고 살만한

동네여서인지 다들 운동복에도 한껏 멋을 낸 상태이다.  그 중 런닝머신에 부착된 TV화면 대신 창밖만을

뚫어져라 보면서 시속 10KM로 달리는 K회원이 보인다.  그 옆에선 L회원이 K회원이 달리는 10KM를 보면서

자신도 속도를 올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헬스장 대형 거울 앞에는 매트리스 위에서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자신의 몸매를 거울로 보며 흐뭇해하는 S가 있다. 

  K는 여자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다.  남들에겐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결혼을 하면서부터 직장생활을 2달

이상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여러 곳을 전전하다 직업을 가사로 정해버린 남편이 있다.  헬스장에 와 있는

시간만큼은 가슴이 트이는 것 같지만 선생님에게 계속 칭찬받기를 바라는 아이처럼 자신에게 계속해서

운동을 더 잘하라고 채찍질한다.

  L은 런닝머신을 하면서 시선은 런닝머신에 달린 TV에 주고 있지만 마음속은 좌불안석이다.  남편에게

들켜서 혼날 일이 생긴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 만났는데 어렵다며 도와달라고

사정을 하는 탓에 100만원짜리 정수기를 구매해버린 것이다.  매번 그렇게 우유부단하게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 싫다.

  S는 스트레칭을 하는 자신을 대형거울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한때는 S라인휘트니스에서 S가 하는

에어로빅 강좌의 회원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 그 자리를 재즈댄스 강사인 Y가 위협하고 있다.  S휘트니스에서

가장 주목받던 자신이 더 이상 타인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에 S는 몹시 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회원으로 다니고 있는 이 헬스장에서만큼은 S가 가장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다.  S는 자신을 거울로

보면서 S자신을 보는 다른 회원들의 시선을 즐긴다.

  진주가 8층에 있는 헬스장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진주 혼자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7층을 표시하자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덜컹거리며 지하철이 정거장

역내로 정차할 때 나는 소리가 난다.  진주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8층에서 내린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이상하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가

일어난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진주는 애써 맘을 달래며 헬스장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멍하게 있는 동안 엘리베이터는 1층..2층...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멍한 진주의 몸을 흔드는 덜컹거림,

엘리베이터는 7층이 표시된 상태이다. 덜컹이면서 들리는 규칙적인 �~~�~지하철이 선로를 탈 때 나는

소리이다.  잠시 후 칙~칙~취~~~~익! 멈추는 소리가 난다.  그 순간 진주는 어떤 예감에 사로잡힌 것처럼

손가락으로 꾸욱 열림 버튼을 누른다. 

  깜깜하다.  발을 한발 내딛어 본다.  깜깜하지만 희미한 안개 같은 것이 느껴진다.  조심조심 걷다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가 보인다.  앞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아  다가가는데  K가 거울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진주는 K가 들어간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방은 사 면이 거울로 되어 있다.  K와 마주선 벽면 거울에는 K와 K의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  K는 거울속의

남편에게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원망을 퍼 붇고 있다.  그들에게는 방에 들어온 진주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진주는 조심스럽게 뒤돌아 나온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L이 보인다.  L의 주변을

빙 둘러 있는 거울 속에는 평소 L이 거절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L은 그들에게 평소와는 다르게

단호하게 거절의 말을 던진다.  그것을 지켜보던 진주는 다시 뒤돌아서 문을 열고 나온다.  문을 열고 나오자

S가 보인다.  S앞에는 거울 속에 있는 Y가 보이고, S는 Y를 향해 칼을 들고 다가가고 있다.  진주는 겁에 질려

방을 빠져 나온다.

  진주는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그 방들이 평범한 얼굴로 살아가던 헬스장 회원들이 맘속에 감춰왔던

미움의 방이라는 것을.... 놀란 마음을 진정하지 못한 채 몇 걸음을 옮기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진주의

머리카락을 날린다.  진주는 바람이 불어오는 거울이 깨져서 뚫린 구멍 사이로 바람이 새어나오는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 방은 무척이나 어둡다.  어둠이 눈에 익을 때쯤 누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주는 다가가서 그 사람의 어깨를 흔들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진주는 그 사람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간 60층 빌딩에서 떨어져 바닥에 부딪힌 것과 같은 충격이 머리에 가해졌다.  그

사람은 진주였던 것이다. 

  그때서야 진주의 눈앞에서는 오늘 낮부터 있었던 일들이 슬라이드 쇼처럼 펼쳐진다.  진주가 자신을

짝사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진대리가 혜련의 계획을 눈 감아 주면서 매장이 재계약되면서 진주가

해고되고 혜련이 새로운 매니저가 된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진주는 충격으로 휘청거리며 넋이 나간

사람처럼 밖으로 나간다.  지하철정거장에서 멍하게 서있던 진주는 지하철이 환한 빛을 비추며 정거장으로

들어오는 순간 자신과 마주한 위치에 있는 거울에 비친 진주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진주는 거울 속의

 그 여자가 너무 미워서 견딜 수가 없어 거울을 향해 나가간다.   

그 때 지하철이 칙~칙~~취~~익하며 들어온다. 



S#1. 지하철 객차 안. 시간: 오전, 출근시간 대


출근시간 대 지하철 객차 내부에는 대부분 승객들이 좌석에 앉아 있고 몇몇은 손잡이를

잡고 서 있다.  지하철 내부의 불빛 때문에 유리창에는 객차 내부가 비친다.  진주는 손잡이를 잡고 선채로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유리창을 보는 진주의 표정은 무표정하게 굳은 채

유리창에 시선을 고정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객차 문을 열고 허름한 옷을 입은 볼펜 장사 아저씨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볼펜을 사라고

사정을 한다.  사람들이 모두 외면하는 가운데 아저씨가 다가옴에 따라 안절부절 못하며

좌석에 앉아있던 L이 5천원을 꺼내 볼펜 3자루를 (모나미 200짜리 볼펜이다.)구매한다.

진주는 서 있다가 L과 볼펜장수를 쳐다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려 유리창으로 향한다.


S#2. 그랑프리백화점 탈의실 내부 (오전)


다시 탈의실 옷장 거울을 응시하고 있는 진주.  백화점 유니폼으로 갈아입고서 무표정한 얼굴 표정으로

거울을 보다가 무표정을 털어버리듯이 활짝 웃어 보인다.  그 표정 그대로 하루를 버텨야한다.  뒤에서

바라본 진주 유니폼 위로 튀어 나온 등살이 볼록하다. 

탈의실 내부를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보이자 진주는 가방에서 요쿠르트를 꺼내 아주머니에게 건낸다. 


S#3. 엘리제 화장품 매장 (오전: 영업시작 전)


진주는 컴퓨터로 고객 명단을 조회해서 오늘 DM작업을 할 명단을 확인중이다.  혜련은 거울로 자신의 얼굴

화장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거울을 보다가 진주 쪽을 흘깃 보고는 앉아있는 진주의 접힌 뱃살을 보고서는..

혜련: 언니, 어제 헬스 등록한다고 하시던데 헬스장 가셨어요?

진주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진주: 응~ 어제 아파트 단지 앞에 새로 생긴 여성헬스에 등록했어.  수영을 할까 하다가

      물이 무서워서.   살 빼는 데는 헬스가  효과적이라고도 하고...여자만 회원으로

      받는다고 해서 갔는데, 나 같은 사람은 없고 다들 날씬하더라구..

혜련: 다들 몸매 유지하러 다니는 거죠.  요즘 누가 살쪄서 살 빼러 다니는 사람이 있겠

      어요?  아차! 언니 애기하는 건 아니구요.  먹는 걸 줄여야지 운동을 한다고 그 많은

      살이 빠지겠어요?

진주:  그러게~ 혜련씨는 좋겠어.  마음껏 먹어도 걱정 없고,

한숨을 쉬면서....

       아무래도 지방 흡입을 해야할까 싶어.


S#4.  엘리제 화장품 매장( 낮: 영업 중)


진주는 오늘 전화  할 고객 명단을 보고 고객과 통화중이다.  얼굴에 한껏 미소를 띤 채

밝은 음성으로 통화를 한다.  혜련은 옆에서 고객에게 보습제품을 설명중이다.

진주: 여보세요~ 김경희 사모님이세요? 아~네 엘리제 화장품 정매니저에요.  사모님 지난

      주에 골프부킹 때문에 싱가폴 다녀오셨다고 해서요.  그쪽이 자외선이 강한 곳이라서

      이번 주에 화이트닝 관리를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네~그럼요..  효과적인 제

      품이 있어서요.  괜찮으시다면 사모님 주소로 백화점 택배로 제품을 보내드릴게요.

      그럼요~ 물론이죠.  사모님 피부 예민 하신거 제가 잘 아는데요.  그럼 제가 또 연락

      드릴게요.  항상 감사해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전화를 끊고 선 전산에 김경희 고객이 구매한 제품 내용을 기재하고 백화점 택배 송장을

출력한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혜련 쪽을 보는데 혜련과 고객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진주 일어나서 혜련 쪽으로 움직인다.  진주 고객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혜련에게

무슨일이냐고 눈으로 묻는다.  눈치로 보니 보습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에센스 샘플을 달라고 하는데

혜련이 샘플이 없어서 못 드린다고 해서 다툼이 일어난 것 같다.

진주 웃으며 고객에게

진주: 고객님 우리 여직원이 미처 어제 들어온 샘플물량 체크를 못 한것 같습니다.  죄송합

      니다.  제가 조치해드릴게요.

혜련 일그러지며

혜련: 매니저님 그건 곤란하잖아요.

진주 혜련의 말을 막으며 뒷쪽 진열장 문을 열고 샘플을 몇 개 챙겨서 고객의 쇼핑백에

넣어드린다.  고객 혜련 쪽을 한번 쏘아보고는 매장을 나선다.

고객이 나가고나서

혜련: 언니.  그렇게 하시면 안되잖아요.  그럼 저는 뭐가 되요? 지난번 본사에서 공문에

      에센스 샘플 물량이 많이 부족하니까 우수 고객들에게만 증정하라고 했던 내용이잖

      아요.  회사 방침대로 해야죠.  그것도 달랑 스킨 하나 사는 뜨내기 고객인데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진주:  제품을 한 개를 사든 두 개를 사든 고객은 고객이에요.  사실 난 요즘 본사 지침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수익률 때문에 일반 고객 관리보다는 우수 고객 위주

      로만 정책 펴는 것도 그렇구요.  앞으로도 고객께는 그렇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요.  옷차림이나 제품 구매하는 걸로 고객에게 차등을 두지 말아주세요.

혜련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뒤돌아 화장실로 가버린다.  진주 한숨을 크게 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데

한 달 전에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했던 고객이 매장 앞을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밝게 인사를 건낸다.

진주:  안녕하세요!  박미진사모님~ 지난번에 사 가신 클렌징 제품은 잘 사용하고 계세요?

지나가던 박미진은 인사를 하는 진주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박미진: 아유~ 엄청 기억력도 좋으시네요.  어떻게 한 달 전에 들렸던 걸 다 기억하누~

        잘 쓰고 있어요.  내가 정매니저 때문에라도 다른 제품을 못 쓴다니까~

진주와 박미진이 애기를 하고 있는 뒤로 관리과 직원 진대리가 지나가며 대화 내용을 듣는다.


S#5. 그랑프리 백화점 화장실 안


거울 앞에 선 혜련. 분한 듯 거울을 노려보고 있다.  화장실 안쪽에서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청소원1:아유~ 정매니저는 어찌나 싹싹한가 몰라.  나만 보면 방싯 방싯 웃으면서 인사를 얼마나 잘한다고...

청소원2: 어디 매실댁한테만 그런가 나한테도 그래.. 살만 빠지만.. 예쁜 얼굴일텐데.. 요즘은 어~ 거 뭣이냐...

             몸짱인가 뭔가 해가지고 맘씨는 비단결인데.. 참 안타까워.

혜련 말소리를 들으며 거울을 뚫어지게 보면서 혼잣말로

혜련:  ‘저 혼자만 착한 척 다하고 .... 나만 나쁜 년 만들고.  나도 매장관리 잘 할 수 있는

       데 자기 방식데로만 하라고 하고.  다른 사람한테는 착하면서 나한테만 그러는거

       보면 분명히 나를 질투하는 거야.  자기가 뚱뚱하니까.. 생긴 건 비엔나 소세지 같은

       게‘


S#6 . 그랑프리 백화점 사내식당 (낮)


백화점 직원들 여럿이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다.  진주가 식판에 브로콜리 3개와 방울토마토, 감자 한 개를

담아가지고 테이블에 앉는다.  옆 자리에 앉은 옆 매장 여직원들이 진주의 식판을 보고서는 수군거린다. 

여직원1: 독하다. 독해.  그런다고 저 살이 다 빠질까?  요즘 제 연애하니? 사람이 안하던

         짓을 하니까 무섭다야~

여직원2: 그러게. 요새 헬스도 다닌다고 하더라고.  저녁도 안 먹는 것 같던데.  (진저리를

         치며) 그래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지방이 있으니 그나마 버티나 싶다.

식판을 들고 오던 진대리 혼자 점심을 먹는 진주를 발견하고는 진주 앞자리에 앉는다.  진주 묵묵히 먹다가

 진대리를 보고는 반갑게 웃는다. 

진주:  진대리님 점심 늦으셨네요

진대리:  네, 요즘 매장 재계약 때문에요.  진주씨도 재계약 신청서 제출하셨죠?  백화점이

         다음 시즌에 대폭으로 매장정리를 할 분위기라서요.  업무가 많네요. 

진대리: (씨~익) 웃으며. 진주씨..저한테 잘 보여야 하는 거 아시죠? 제가 매장 재계약

        접수 담당이잖아요. 

진주: (웃으며) 아무렴요.  알아서 모셔야죠.. 진..대..리..님!

진대리: (밥을 먹으면서)  그나저나 진주씨는 통통한 볼 살이 매력인데 요즘 왜 이리

        수척해졌을까요?  아주..사람이 반쪽이 됐네요..

진주: (무안해하며) 에이~ 사람 놀리지 마세요..

진대리: (정색하며) 아니에요.. 진짠데..그래도 진주씨도 살이 좀 빠지니까 왠지 여성스러움

       이 느껴지는데요.

진대리와 진주를 쳐다보던 옆 테이블 여직원들 다시 수군덴다.

여직원2: 야~~ 저거 봐라.. 저거저거..저래서 살 뺀 거 아냐?  매장 재계약 합네 하고

         저도 여자라고 진대리한테 눈웃음치는 거 봐라.

여직원3: 에구~ 넵둬라.. 설마하니 천하의 진대리가 젤 여자로 보겠냐?  저 혼자 쇼하다

         말겠지.


S#7. 그랑프리 백화점 지하 주차장 (영업종료 후) 진대리의 차 안


조수석에 앉은 진주가 수줍게 예쁘게 포장된 상자를 진대리에게 건낸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진대리는

상자를 받으며

진대리: 진주씨! 이게 뭐에요?

진주:  이런거 처음 사봤어요.  백화점 사람들이 알면 좀 그럴것 같아서 제가 쉬는날 옆 백

      화점에서 샀어요.  지난번에 보니까 이걸 눈여겨 보시길래.

       고마워요! 누군가에게 선물 한다는게 이렇게 설래고 기쁜일인줄 몰랐어요.

진대리 상자를 열어보면 구두가 있다.  명품에 꽤 비싼 구두이다.  진대리 의아해하며

진대리:  진주씨 그런데 내 발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어요?

진주 신이나면서도 부끄럽다는 듯이

진주:  구두 닦으시는 송씨 아저씨에게 살짝 여쭤봤죠!

진대리 진주의 얼굴을 보고는 기분 좋게 씩~하곤 웃는다.

진대리:  고마워요.  잘 신을게요.

진주:  그런데요.  진대리님 전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진대리님을 만난다는게요

       꿈만 같아요. 


S#8. 그랑프리 백화점 관리과 안 (낮)-회상


서류를 들고 관리과에 들른 진주는 종이에 열에 떠서 눈이 빨간 채 콜록거리며 일하고 있는 진대리를 보고는

서류를 전해주고는 돌아 나와서 밖에 나가 약과 죽을 사가지고 다시 관리과로 온다.  진주 진대리에게 죽과

약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건네며 염려스런 눈길로

진주:  진대리님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눈에 열이 떴어요.  이거 녹두죽이에요.  열

       가라앉히는데 좋을 거에요.  드시고 약 먹고 좀 쉬시면 나을 거에요.

진대리 쇼핑백을 받고는 진주의 얼굴을 열에 뜬 눈으로 쳐다본다.


S#9. 진주 집 앞 (저녁) 진대리 차 안


진주 안전벨트를 풀고 있다.  차 문을 열고 내리면서 진대리를 보고는

진주: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그럼 가볼게요.

진대리 차에서 내리는 진주를 보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진대리: 미안해요. 저녁도 같이 못하고 급한 일이 있어서요.  다음번에 꼭 같이 저녁 먹어

        요.

차에서 내린 진주의 낡은 구두로 진대리의 시선이 향한다.

진주는 차 문을 닫고선 진대리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차 룸미러로 보이는 진주의 모습.  진대리는

 뒷자리 상자를 보고 선 착잡한 표정을 짓는다.  이어 차를 출발시킨다.


S#10. 아파트 단지 앞 (밤)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진주가 헬스장을 가기 위해 단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가기 위해

신호 대기 중에 호떡 노점상이 보인다.  노점상 앞에는 꼬마애들 몇 명이 어묵이며 호떡을 집어먹고 있다.

진주는 노점에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  겨우 신호를 건너자 또 다시 앞에는 꼬치구이 노점이 있다. 

소스를 듬뿍 발라 먹음직한 닭꼬치가 그릴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  진주는 굉장히 허기진 표정으로

닭꼬치를 응시한다.  그렇지만 침을 꿀꺽 삼키고는 헬스장 건물 쪽으로 향한다.  헬스장 건물 1층은 빵집이다.

밖에서는 가판으로 빵 시식행사를 하고 있다.  진주는 향기롭고 유혹적인 빵냄새를 물리치듯 입을 꼭

깨물고는 건물 1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간다.


S#11. 엘리베이터 안


진주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와서 8층 버튼을 누른다.  2층~3층~계속해서 바뀌는 층수를 진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보고 있다.  8층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진주는 내린다.


S#12. 헬스장 안 (밝은 불 빛 바깥은 깜깜한 밤)


쿵쾅거리는 음악 속에서 헬스장 안은 활기차다.  빙 둘러 통유리 창문으로 되어 있는 창가에는 런닝머신이

비치되어 있고 저마다 몸매를 드러낸 운동복을 입은 회원들이 음악에 맞춰 달리고 있다.  헬스장의 밝은 불빛

때문에 통유리 창문에는 운동을 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비친다.  어리둥절하게 헬스장에 들어선 진주를 남자

트레이너가 인사를 하며 맞는다.

트레이너: 아이구! 회원님 오셨군요. 여기 락커키 있구요.

트레이너는 진주에게 락커키를 건내며 진주를 위 아래로 보면서 애기한다.

트레이너:  회원님 일단 회원님께 중요한거는 체지방을 줄이는 거거든요.  그게 되야 다른

           운동도 시작을 할 수가 있어요.  일단 유산소 운동으로 3개월 정도 체지방을

           줄이는 운동을 해보게요.  지난번에 알려드렸듯이 런닝머신을 걷기로 1시간 정

           도 하세요...

트레이너는 애기를 하고는 곧바로 뒤에 들어오는 회원을 반가이 맞는다.

진주는 런닝머신으로 가서 속도를 6KM에 맞추고는 걷기 시작한다.  통유리로 살찐 진주의

모습이 비친다.  진주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흠칫하고는 런닝머신에 달린 TV를 켠다.

TV에서는 온통 음식 프로들이다.  통닭에 시원하게 들이키는 생맥주.  보쌈.  하다못해 오늘은 홈쇼핑까지도

갈비3종세트다.  지글지글 익는 갈비를 맛있게 뜯어 먹는 사람들.  진주는 침을 꿀꺽 삼킨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TV를 꺼버린 진주.  여전히 유리창에는 배고파보이는 진주가 비친다.  진주 그래도 땀을 뚝뚝

흘리며 열심히 런닝머신을 한다.  그 뒤쪽에는 신규회원인듯한 날씬한 젊은 여성을 트레이너가 열심히 기구

운동을 설명하는 것이 보인다.


S#13. 같은 헬스장 안 대형 유리거울 앞


대형 유리거울 앞에는 스트레칭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유연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S가 있다.  S는 연신

운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흡족한 듯 거울로 보고 있다.  오며 가며 지나가는 회원들 S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면, S는 그 모습을 유리거울로 보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긴다.  


S#14. S의 회상 : S휘트니스 안 프런트 앞 (오전)


프런트에 앉아 있는 S 컴퓨터를 보면서 표정이 굳어 있다.  컴퓨터에는 S의 에어로빅 강좌 회원 목록이 나와

있다.  그런데 벌써 이번 달에만 5명의 회원이 같은 휘트니스 Y강사의 재즈댄스로 수강을 변경한 이력이

조회가 되어 있다.  옆에서는 Y강사가 테이블에 앉아서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S는 그런 Y를

노려본다.  휘트니스 안으로 들어서던 회원 한 명이 S강사를 발견하고는 얼른 시선을 피한다.  S는 회원을

발견하고는 반기면서

S:  어머~ 회원님 원래 이 시간에 수강이 아니신데 어쩐 일이세요?  일 있으셔서 먼저

    운동하고 가시게요?

회원 머뭇거리다가..

회원: 미안해서 어떻하지?  나 재즈댄스가 나한테 더 맞는것 같아서. 수강 변경했어..

      미안해..좀 하다가 다시 에어로빅 할게.. 그럼 이만..

회원은 빠른 걸음으로 탈의실로 도망치듯이 사라진다.

화가 나서 허리에 양손을 올린 채 서 있는 S에게 Y가 커피를 들고 다가온다.

Y:  언니~어쩔 수 없잖우... 나도 지금 회원이 너무 많아서 감당이 안 되는 상태라  더

    받고 싶지 않은데 회원들이 저리 원하는걸요.  하긴 한 휘트니스에서 10년째면 언니가

   오래 있긴 했네요.. 그래서 그러나? 회원들이 뉴페이스를 원하는 거 같기도 하고..

   사장님께서도 젊은 남자 강사로 했으면 하던 눈치던데~ 요새 그게 대세잖우.


S#15. 여성전용헬스장 안 대형 유리거울 앞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분한 듯 유리거울을 노려본 S는 입술을 꼭 깨문다.  뒤로 들리는 사람들의 소리....

회원1: 어머~ 난 저런 몸매면.. 헬스장 안다니겠다.

회원2: 무슨 소리야~ 요샌 관리하러 다니는 거야.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잖아.

       하긴 부럽긴 하다.  저 정도 몸매면 완전 모델이구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긴 하다.

옆에서 싸이클을 땀을 뚝뚝 흘리며 돌리던 진주 혼잣말로 (나도 궁금해)하고는 헬스장 내부를 둘러본다. 

Y와 L이 왠지 낯이 익어 한 번씩 쳐다보고는 고개를 갸웃갸웃한다.


S#16. 나이트클럽 안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 그랑프리 백화점 여직원들과 진대리가

보인다.  음악이 끝나고 2층에 있는 룸으로 직원들과 진대리가 들어간다.

룸으로 들어온 여직원들 서로 진대리 옆자리에 앉으려고 애를 쓴다.  진대리 옆자리에 앉은 혜련과 다른

여직원들 서로 술잔에 맥주를 채운다.  진대리에게 혜련이 맥주를 따른다.

진대리:  그런데 같은 매장 있으면서 오늘 1층 명품 매장 식구들 회식 있다고 정매니저한테

         는 애기 안하셨어요?

혜련:  말해도 필요 없을거에요.  요즘 뭔 바람이 불었는지 그 몸매에 살을 빼시겠다고 밥

       도 안 먹고 저녁마다 헬스다닌다고 하더라구요.  그럼 뭐해 그래봤자 그 몸매가

       그런다고 빠질 몸인가요?  나이는 많아가지고 그렇게 하면 눈 밑에 다크써클이나

       짙어지지....

그 말을 들은 다른 여직원들... 와~하고 웃는다.

여직원1:  그러게.. 아주 착한 척 하는 것 정말 밥맛없더라구.  고객 관리하려면 자기나

          잘할 것이지 괜히 여기저기 참견해가지고.  일하는 아줌마들한테 버릇없다고

          야단이나 맞게 하고..

여직원2:  맞아.. 사실 1층 명품 이미지하고 정매니저는 너무 안 맞는 것 같아.  그 살찐

          몸매에 유니폼 입고 웃고 있으면.  아주 밥맛이야.  뚱뚱한 사람이 얼마나

          게을러보이는데 이건 1층 명품에 대한 모독이야.. 이번 재계약때는 관리과에서

          그런 면을 고려해야할 텐데. 안 그래요? 진대리님..

혜련 진대리의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진대리 잠자코 듣고 있다간 뭔가를 생각하는듯 하다가 앞에 있는 술잔을 한 번에 비운다.


S#17. 지하철 객차 안 (퇴근무렵)


피곤에 지친 듯 여기저기 졸고 있는 승객들 틈에서 서서 한 손은 손잡이를 꼭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중학교

2학년 국어과목 교사용 책자를 들고 있다.  K는 창문에 비친 자신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창문에 비친 K의

모습 옆으로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진 진주가 비친다.  시선을 창문에 고정시킨 K의 핸드폰이 울린다. 

K 주의 사람들을 의식하며 조용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다.  발신자 표시정보를 보니 여동생이다.

K :  너구나...

K의 여동생 : 응...언니 ..나유.. 요즘 통 연락 없길래.. 조카들 안보고 싶우... 한번 놀러

             오라구..

K : 제부도 잘 지내지?

K의 여동생 : 그럼.. 요새 맨날 힘들다고 오면 픽 쓰러져 자고. 픽 쓰러져 자고 그래.

             그래도 애들 때문이라 그런지 그만둔다고는 안 해.  그러고보면 형부

             맨날 회사 툭하면 그만두는게 애들이 없어서 그런것 같아.  아무래도     

             책임감이 덜하잖우.. 언니가 돈을 벌어서도 그렇겠지만.  그나저나

             형부 이번엔 아예 전업주부로 눌러 앉는거야?  엄마가 답답하다고

             나한테 물어보라고 하시더라고.

K : ......전화 끊자.. 여기 지하철이라서 사람들한테 방해 돼.. 내가 다음에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K 가방에 전화기를 넣고서. 한숨을 쉬곤 다시 창밖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로 시선을 못 박는다. 


S#18. 객차 안에서 K를 비추던 창문은 여성전용 헬스장 통유리에 비친 K의 모습으로

      오버랩된다.  여성전용 헬스 (밤)


통유리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무표정하게 하지만 �어지게 보는 K.  무테 안경에 묶은 머리, 운동복

상의로 쇄골이 드러날 정도로 깡마른 몸, 숨을 가쁘게 쉬면서 런닝머신을 뛰는 K. 창문에 비친 K의 얼굴 위로

남편의 순한 얼굴이 떠오른다. 


S#19. K의 집 현관 앞(저녁)


K 현관에서 구두를 벗으며 거실로 들어서면 앞치마를 입고 열심히 가계부에 영수증을 풀칠하던 남편이 눈을

들어 K를 발견하고는 현관으로 다가선다.  현관 신발장 옆 유리에 K와 K남편의 모습이 비친다.

K의 남편:  여보! 오늘도 고생했지?  내가 당신 좋아하는 오징어 국 끓여놨어.. 씻고 나와!

순간 K의 얼굴에 와락 무언가가 올라온듯한 표정으로 입은 K의 남편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하다가 다시

무표정해지고는 안방으로 들어간다.  K의 남편은 부엌으로 향한다. 


S#20. 여성전용헬스 런닝머신 앞 (밤)


K가 런닝머신 위에서 속도를 8KM에 맞춘 채 뛰고 있다.  통유리 창문으로 볼살이 출렁일 정도로 뛰고

있는 K가 보인다.  은테 안경에 쇄골이 도드라질 정도로 깡마른 K가 뛰고 있다.  K는 시선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고정하고 있다.  순간 자신의 얼굴 위로 순한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K는 서둘러 그 모습을

털어버리듯이 런닝머신의 속도를 10K로 올린다.  가슴이 터질 듯 숨이 가쁘지만 더 이상 남편의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

K의 옆 라인에서 런닝머신을 하던 L은 연신 K의 런닝머신 속도를 흘끔 흘끔 옆눈으로 보다가 K가 갑자기

속도를 10KM로 올리자 머뭇거린다.  L은 K를 훔쳐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런닝머신에 달려있는

TV로 향한다.  하지만 이내 한숨을 폭~하고 내쉰다.

L의 런닝머신 앞 통유리에 L의 남편의 화난 모습이 떠오른다. 


S#21. L의 집 거실 (저녁 식사 시간 무렵)


L의 거실 TV진열장 옆에 정수기가 설치가 되어 있는게 보인다. 한 눈에 보기에도 이제 설치한 제품이다. 

L은 거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윽고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삐~~

리리 삑삑! 경쾌한 새소리이다. 

L의 남편: 나야! 빨리 문 열어!

L 화들짝 놀라며 이내 현관으로 달려가서 문을 열고는 현관으로 들어서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부엌으로 도망치듯 빠르게 걸음을 한다.  식탁에는 저녁이 차려져 있고 L은 밥을 밥그릇에 푸고 있다.  식탁

맞은편 거실 유리창에 L의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L과 남편의 모습이 계속 거실 유리창의 시선에서 보인다. 

L의 남편: 애들은?

L 밥을 푸다가 깜짝 놀라는 뒷모습.  놀란 목소리로 대답한다.

L: 둘 다 학원갔죠.  오늘은 수요일이라 7시30분에나 집에 와요.  아까 간단히 요기해서

   학원 보냈어요.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L의 남편 거실로 나오다가 정수기를 발견하고는 얼굴에 화가

더럭 실린다.  여전히 뒷모습으로 비치는 (찌개를 뜨고 있는) L에게로 다가가는 L의 남편

L의 남편:  말해!(많이 눌러서 참는 목소리로)

L 뒤로 돌아서며, 여전히 남편과 눈을 못 마주친 채 손에는 국자를 든 채로

L: 뭘요?(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L의 남편: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화가 폭발해버렸다)  저 정수기 뭐냔 말야?

L 고개를 들고서

L: 그제 고등학교 친구 미선이가 오랜만에 연락을 해서요.  간만에 얼굴 보자고 집에

   오라고 했는데, 여보 그게 미선이가 너무 딱하게 됐더라구요.

L의 남편 말을 자르며

L의 남편: 왜? 이번에는 남편은 죽고 애가 셋이라디?

L: (깜짝 놀라며)  여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L의 남편: 으이그 그럼 그렇지.  이 웬수야.  너 같은 바보가 세상에 또 어딨겠니?

          카드랑 통장이랑 다 압수야~ 알았어?

L의 남편 L을 부엌에 남겨둔 채 거실로 들어가 점퍼를 가지고 나선 현관문을 쾅! 하고 닫고는 나가버린다. 


S#22. 여성전용헬스 1층 엘리베이터 앞 (밤)


운동복을 입은 진주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3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중이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띵동! 소리를 내며 멈추고 진주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서 버튼을 누를 생각도 못한 채 멍하게 생각에 잠긴 진주.


S#23. 그랑프리 백화점 후문(퇴근 무렵)-S#21회상


진주가 후문에서 쇼핑백을 든 채로 후문을 통해 퇴근하는 직원들을 연신 살핀다.  이리 저리 발자국을 옮겼다

떼었다 하며 기다리는 진주.  원피스 차림에 한껏 예쁘게 화장을 했다.  이윽고 저 안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진대리의 모습이 보인다.  진대리 나오다가 진주를 보고는 표정이 굳는다. 

진주:  (머뭇거리다가) 진대리님 저~ 할 애기가 있어서요.  시간 괜찮으세요?  아까 전화드

       렸을 때 바쁘시다고 해서요.

진대리:  (마지못해서) 무슨 일이신데요?

퇴근하는 백화점 직원들이 지나가며 진주와 진대리를 흘끔 흘끔 쳐다본다.  진대리 직원들이 걸리는지

진대리:  여기서 말고 자리를 옮겨서 애기하죠!

진대리 곧바로 앞서서 걷기 시작한다.  진주 그 뒤를 종종거리며 쫓아간다.


S#24. 카페 안-S#21회상


진대리와 진주가 마주보며 앉아있다.  진주 앞에는 녹차가 진대리 앞에는 커피잔이 놓여있다.  진대리는

시선을 창 밖으로 향하고 있다.  진주는 애꿎은 치마 주름만 손바닥으로 펴다가 고개를 들고는 옆에 놓여있던

쇼핑백을 탁자 위에 올려서 진대리에게 건넨다. 

진대리 탁자 위의 쇼핑백을 쳐다본다.  쇼핑백을 열어보지도 않고서..

진대리: 이게 뭐에요?

진주:  요즘 업무가 많아서 힘드셨는지 얼굴이 까칠해지셔서요.  홍삼을 좀 사봤어요.

       환으로 되어있으니까 아침저녁으로 3알씩만 드시면 피로가 말끔히 가신데요.

진대리: (답답하다는 듯이 진주를 보면서) 내가 피곤한게 진주씨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이러면 저 정말 부담되요.  그렇잖아도 백화점 사람들 눈치도 있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진주:  (무안해하며) 저 부담 드리려고 이런 거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제가 진대리님하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그냥 저 혼자만이라도 좋아하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해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데

       부담 줄까봐 참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줄 몰랐어요.  

진대리: (쇼파에서 일어나면서) 그냥. 그러지 마세요.  그것도 부담이니까요.  그리고 무리해

        서 살 빼느라고 진주씨가 더 힘들테니까 홍삼 먹고 힘내서 다이어트 성공하세요.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가는 진대리. 탁자위에는 쇼핑백이 덩그렇게 놓여 있다.  고개를 숙인 채 있는

 꼭 쥔 주먹만 쳐다보는 진주.


S#21연결: 엘리베이터 안 (밤)


진주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엘리베이터의 8층 버튼을 누른다.  여전히 2층~3층~4층 올라가는

숫자를 바라보고 있다.  층수가 7층으로 바뀌면서 진주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덜컹~덜컹~칙~칙! 소리가 나면서 엘리베이터가 간간이 흔들리기도 한다.  진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층수가 8층으로

바뀌고 문이 열리자 내린다.


S#25. 여성전용헬스 (밤)


헬스장 입구에 들어서자 오늘도 어김없이 빠지지 않고 나와 있는 K, L, S의 모습이 보인다.

K는 여전히 런닝머신을 뛰고 있고 L은 K를 습관적으로 흘끔 흘끔 거리고 있으며, S는 대형 유리거울 앞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회원들을 둘러 본 진주, 운동복 위로 도드라진 자신의 뱃살을

내려다보고는 한숨을 내쉰다. 


S#26. 엘리제 백화점 매장 (오전)


진주는 밝은 표정으로 서서 앞에 앉은 고객에게 미백 세럼을 설명하다가 지나가는 진대리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표정이 굳는다.  다시 표정을 고치고는 고객에게 다시 설명의 이어나가는 진주.  그 모습을 옆에서

혜련이 지켜본다.  혜련 지나가는 진대리에게 의미심장한 눈길을 보낸다. 


S#27. 그랑프리 백화점 관리과(업무 시간 중)


매장 재계약 서류를 접수하러 간 진주, 결재서류를 들고 관리과 문을 열고 들어가자 관리과 직원들 다들

업무에 분주하다.  진주 태연하게 걸어가서 진대리에게 사무적으로 결재서류를

넘긴다. 진대리의 책상 위에는 1층 다른 매장 재계약 결재서류들이 쌓여있다.  진대리는 여전히 고개를 서류에

박은 채 들지 않고 있다.  진주는 무안해서 얼굴이 빨개진다.  뒤돌아 서서 나가는 진주.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진주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진대리. 

그때 뒤에서 들리는 과장이 진대리를 부른다.

과장: 진대리 1층 엘리제 매장 재계약 서류 어떻게 됐어?

진대리 진주가 방금 가져온 결재서류 대신 밑에 결재판에 있던 서류를 들고서 과장에게

다가간다.

진대리:  과장님 서류 여기 있습니다.


S#28. 여성헬스 1층 엘리베이터 앞(밤)


지쳐 보이는 진주가 멍하게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층으로 내려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 안으로 들어가는 진주.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자신의 낡은 구두를 본다.  잠시 후 8층 버튼을

누르고는 층수가 변하는 것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다.  2층~3층~엘리베이터 층수가 7층이 표시되는 순간

진주의 귀에는 예전에 들었던 덜컹~덜컹~칙~칙~치~~~익 하는 소리가 들리며 엘리베이터는 덜컹거리며

흔들린다.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든 진주.  눈빛이 반짝 한다.  그 순간 손가락은 열림버튼을 눌렀다. 

그때 더욱 덜컹거리던 엘리베이터 흔들리다가 전원이 꺼지면 진주 목소리도 못 내고 겁에 질린다.  잠시 후

깜깜한 가운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바깥은 파리한 형광 불빛이 희미한 어둑신한 내부가 보인다. 

진주 어둑어둑한 바깥을 향해 손을 앞으로 더듬듯이 내밀며 한발 한발 나선다.


S#29. 어둠 속


아주 깜깜하진 않지만 파리한 불빛의 안개가 실내를 덮고 있는 것 같이 1M앞이 식별이 되지 않는다. 

진주는 손을 앞으로 내밀고는 더듬더듬 앞으로 걸어간다.  조금 걷다보니 파리한 불빛이 조금 더 강해져서

내부가 약간 더 보이기 시작한다.  진주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가 있다.  저만치서 사람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진주는 사람이 보이자 반가우면서도 한편 두려워 부르지도 못하고 걸음을

재촉하여 그 사람에게 다가간다.

복도에 서 있는 그 사람의 옆모습이 보인다.  같은 헬스장에 다니는 K이다.  그제서야 진주의 눈에 일직선으로

끝도 없이 뚫려 있는 복도의 옆에 거울로 되어 있는 문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K는 지금 그 거울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문고리를 돌리고 있는 중이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K는 진주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듯 무표정한 얼굴이다. 

진주는 K를 놓칠세라 K가 들어간 방 안으로 문고리를 열고 들어간다.


S#30. K의 거울 방 내부 (파리한 조명, 시간은 알 수 없음)


진주가 뒤따라 들어간 방의 중앙에는 K가 서 있고 방의 사면은 거울로 되어 있다.  사면의 거울 속에는

K와 K의 남편의 갖가지 다른 모습들이 들어 있다. 

K가 마주서고 보고 있는 거울에 S#18에서 현관거울에 비쳐졌던 K와 K의 남편의 모습이

있다.  거울 속의 장면은 바로 퇴근한 K가 현관 앞에서 K의 남편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았던 장면에

멈춰져 있다.  거울 속 K의 남편은 순하고 착하게 생긴 얼굴이다.

그 장면과 마주선 K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거울 속의 남편에게 절규한다.

K:  내 앞에서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렇게 착한 표정 짓지 말란 말 야.  당신의 착한 얼굴을 보고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그래 착한 남편 두셔서 얼마나 좋으세요?  퇴근하면 남편이

    차려주는 따뜻한 밥 먹고.  선생님이 너무 부러워요...

    그 말 들으면서 내가 어떨 것 같아?  차라리 당신이 나쁜 사람이면 좋겠어.  내가 당신

    을 버려도 다른 사람들한테 내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게..

    난 처음 받아쓰기를 했던 그날부터 지금까지 정답만 써왔어.. 당신은 내 인생의 유일한

    오답이야..

K의 말을 듣는 거울 속의 K의 남편의 얼굴이 이지러지며 괴로워한다.  다른 면에 위치한 거울 속에서도 

K는 화를 내기 시작하고 각각 거울 속의 K의 남편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괴로운 표정으로 일그러진다.

뒤에서 조용히 놀란 눈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던 진주는 K를 뒤로한 채 뒤돌아서서 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S#31.  복도


문을 열고 나온 진주는 거울로 된 문을 등지고(문에는 진주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진주.  잠시 후 앞쪽에서 다른 거울 문 앞에 서 있는 역시 같은 헬스장 회원인

L을 발견한다.  L은 문고리를 열고 막 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진주는 다시 L을 뒤따라 문을 열고 들어간다.


S#32. L의 거울 방 내부 (부옇게 노란 조명, 역시 시간은 알 수 없음)


진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L을 중앙에 위치하여 보다 많은 수의 거울의 면이 보인다.  거울 속에는 지하철

객차 안에서 L에게 볼펜을 팔던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고, 다른 거울 속에는 K가 런닝머신을 뛰는 모습이 보이며, L이 남편에게 혼날 때 거실 창문에 비춰졌던 장면도 나타나 있거, 다른 면에는 스트레칭을 하는 S의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  L은 평소의 머뭇머뭇하는 모습이 아니다.  눈에서는 빛이 나고 주먹을 꼭 쥔 채 거울들에게

말한다. 

볼펜은 파는 아저씨에게 L:(단호하게) 안사요.. 안 산다니까요.  제가 그렇게 쉬운 사람처럼

                                   보여요.  전 한번 안산다면 안사요.

    (거울 속 아저씨 풀 죽은 모습으로 옆 승객의 자리로 주춤주춤 움직인다.)

헬스장 통유리 창에 비춰진 K의 모습 거울에게 L: 뭔 생각을 하면서 기를 쓰고 달리는지

                                                모르겠지만 두고 봐요.  내가 더 빨리

                                                뛸거에요.  앞으로 내가 뛰는 속도로

                                                못 따라 뛸걸요.

    (거울 속 K 놀란 눈으로 L을 보고는 런닝머신에서 떨어질 뻔 한다.)

스트레칭을 하는 S의 모습 거울에게 L: 나는 당신이 정말 미스터리야.  도대체 헬스는

                                    왜 다녀?  당신 몸 자랑하러 다니는 거지?

                                    어지간하면 딴 데 가서 해.  나 있는 데서

                                    쇼하지 말고..

    (거울 속 S 스트레칭을 하다가 무안해져서 얼굴이 새 빨게 진다.)

남편에게 혼나는 모습이 비춰진 거실 유리창에게 L: (남편에게 손가락질하며) 야! 너

                                     앞으로 나한테 뭐라고 소리 지르지 마.  그리고

                                     한번만 현관문 쾅! 닫고 나가봐 아예 가방 싸서

                                     내보내 버릴거야!  알았어?  나이도 나보다 두 살

                                     이나 어린게.  까불고 있어.(확~ 손으로 때리면)

    (거울 속 남편 화를 내던 모습에서 움찔하면서 두 팔로 머리를 감싼 모습으로 바뀐다.)


뒤에서 L의 이런 모습을 눈이 똥그래져서 지켜보던 진주는 L을 뒤로 한 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S#33.  복도


밖으로 나온 진주 L의 거울 방문에 기대어 있다.  혼잣말로 (헬스장 안에서 얼굴만 볼 때는 몰랐는데......)

조용히 애기한다.  중얼거린 후 고개를 들면 이번에는 저쪽에서 헬스장 회원인 S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진주 홀린 듯 다시 S가 들어간 문으로 따라 들어간다.


S#34. S의 거울방 내부(선홍빛 조명, 시간은 알 수 없음)


진주 조심조심 앞으로 걸음을 옮기면 앞에 있는 S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방에는 한 면을 가득 채운

거울 속에 S휘트니스에서 재즈댄스를 추고 있는 Y강사의 모습이 있다.  거울 속의 Y강사를 보며 무서운

웃음을 흐리는 S.  자세히 보니 손에 칼을 들고 있다.  거울을 향해 다가가는 S. 

S: (거울속의 Y강사를 향해 음산한 목소리로) 그래.. 나도 너처럼 젊고 예쁜 시절이 있었어.

   하지만 난 선배강사의 회원은 안 뺐었어.  너 같은 애는 다시는 춤출 수 없게 해야 해.

S가 다가오자 거울 속의 Y강사 공포에 질려 계속 뒷걸음친다.


그 모습을 뒤에서 겁에 질려 지켜본 진주.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다.  간신히 뒤로 돌아 문쪽을 향해

살금살금 S에게 행여 들킬세라 뒤를 흘끔흘끔 살피면서 문고리를 조심히 돌려서 밖으로 나온다.


S#35. 복도


아직도 맘이 진정이 되지 않는 듯 공포에 질려 문에 기대어 있는 진주.  몸과 손이 계속 떨리고 고개를

간간히 흔든다.  잠시 후 몸을 돌려 자신이 기댔던 거울을 보는 진주.  거울에 진주가 비치지 않는다. 

진주는 흠칫 놀라며 얼른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는 옆 걸음으로 몸을 돌린 후 다시 앞의 복도를

향해 몇 발짝을 걷는다.  잠시 걷던 진주의 머리카락이 어딘가에서 불어 온지 모르는 바람에 한 쪽으로 날린다.  진주는 바람이 불어온 것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날린 머리카락을 수습하고 바라본 곳에는

원래는 거울로 된 문이었으나 뻥하게 깨져서 가운데가 뚫리고 균열이 가 있는 문이 보인다.  그 뚫린 구멍

속에서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진주는 새어 나오는 바람에 손을 내밀어 대어 보다가 뚫린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S#36. 어둠의 방 (어둡다.  어둠에 눈이 익으면 차차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은 알 수 없음)

 

진주가 들어간 구멍 속은 어둡다.  진주는 손을 더듬어서 벽을 찾으려 하지만 아직 헛손질일 뿐이다. 

손을 앞으로 내밀고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가는 진주.  어둠이 눈에 익어가는 듯 어둡지만 뿌연 공간이 보인다.  앞에 누군가가 서 있는 듯하다.  진주는 그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어둠에 쌓여있는 누군가가 고개를

숙인 채 있다.  여자다.  진주는 눈이 커지면서 그 누군가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그 여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조심스레 손으로 흔들면서

진주:(떨리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누~구~~세~~요?

그 여자 고개를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진주는 그 여자의 어깨에 올려놓은 손을 놓치고는 큰 충격을 받은 듯 뒤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 순간

진주의 뇌리를 스치는 화면~~~


S#37. 그랑프리 백화점 관리과 (오전)


유니폼을 입은 진주가 관리과의 문을 다급하게 열고 들어온다.  몹시 흥분한 듯 상기된 얼굴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진대리를 발견한 진주 급히 다가가 진대리에게 묻는다.  관리과 직원들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듯이 시선이 모아진다. 


진주:  진대리님 우리 매장 재계약 어떻게 된 거에요?

진대리: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정상적으로 재계약 되었잖습니까?

진주: (목소리 약간 떨리면서) 정상적이라뇨?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매니저인

      내가 올린 계약서가 아니고 직원인 혜련씨가 올린 계약서로 재계약을 하다니요?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진대리:(답답하다는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전 그랑프리 백화점 직원입니다.  당연히 경영

       자의 지시대로 수익률이 최우선이죠.  같은 1층 명품 엘리제 화장품 매장에서 정매

       니저는 백화점 수수료를 종전대로 2%로 명시했고, 혜련씨는 4%로 명시를 했는데

       백화점에서 누구와 계약을 할 것 같으세요? 

진주 큰 충격을 받은 듯 휘청거리며 몸을 돌려서 관리과를 나온다. 

그러한 진주의 뒷모습을 보는 진대리 털썩 의자에 앉는다. (진대리의 얼굴 위로

회상 장면이 오버랩 된다.)


S#38. 그랑프리 백화점 옥상( 점심시간 )


햇살이 화창하게 내리쬐는 한 낮의 옥상, 옥상에 기대어 바람에 간간히 머리가 날리는 혜련, 반팔 유니폼이

늘씬하게 긴 팔로 인해 시원해 보인다.  진대리는 반대편 건물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혜련이

옥상에 난간에 기대어 있다가 진대리에게 다가가 뭔가를 말하면 진대리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혜련의 얼굴을 쳐다본다.

진대리:  그게 무슨 소리야? 백화점 내에 내가 정진주매니저랑 사귄다고 소문이 났다고?

         몇 번 만나기는 했어도,,,,아니아니..(정색을 하며) 정매니저가 나를 좋아한 거라고..

        서로 좋아하는게 아니구.  사람이 선하고 나한테 잘해주니까 고마워서 몇 번

         만났을 뿐이야.  그게 그렇게 소문이 나나.....

혜련: (웃으면서) 그러니까 처음엔 잘해주니까 고마워서 몇 번 만나줬는데. 지금은 부담스럽

        다는 애기로 들리네요!

진대리: (표정 어두워지며 고개를 다시 반대편 건물 쪽을 바라보면서) 사실 그래. 요즘은 부

        담스러워. 나한테 일방적으로 감정을 주는 게, 괜히 이렇게 말하면 그런데, 똥개

        착하게 생겨서 쓰다듬어 줬더니.  핥겠다고 달라드는 것 같아서. 영 찜찜해..

혜련: (진대리의 어깨 위에 손을 슬며시 얹고서는) 그럼 정매니저만 없어지면 되는 거네요.

      (어깨 위에 올린 손으로 등을 다독이면서) 다~ 저한테 맡기시고, 진대리님은 모른 척

      하세요..(혜련 얼굴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웃는다)        


S#39. 그랑프리 백화점 탈의실 안 (낮)


몹시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진주 앞에 키가 10CM쯤 큰 혜련이 당당하게 서 있다. 


진주: (억지로 흥분을 참는 목소리로) 혜련씨, 어떻게 된 거야.  설명을 해봐.

혜련: (눈을 내리 깔아서 진주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언니가 아시는 그대로에요.

     제가 그랬었잖아요.  본사 마인드가 고객관리 우선이 아니고 우수고객 관리 우선이라

     고 그래서 본사에서 판단하기로 우수고객들의 프라이드에 맞추려면 언니가 너무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나 봐요.  (진주의 볼록 나온 배에 시선을 주면서) 그러게

     제가 여러 번 눈치 줬잖아요.  물론 언니한테 입장 곤란해서 애기안한 본사가 잘못

     한 것 같긴 하네요.  전 당연히 애기한 줄 알았거든요.


혜련 충격에 망연자실한 진주를 뒤로 하고 탈의실을 나가버린다.


S#40. 지하철 정거장 (낮, 대체로 한산하다.  정거장 안은 어스름한 조명이 비치고 있다.)


눈이 멍하고 충격으로 머리가 산발이 된 진주가 정거장 앞에 서 있다.  몸이 떨려서 인지

계속 앞뒤로 끄덕끄덕 흔들린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멀리서 덜컹~덜컹~칙~치~익 하고 들려온다.  곧 열차가 도착합니다.  라는

안내 멘트가 들려오고. 앞뒤로 끄덕이며 고개를 숙이던 진주가 고개를 들자 정거장 앞 기둥에 있는 거울에

머리는 산발하고 눈은 빨간 살찐 진주가 보인다.  진주는 빨갛게 충혈된 눈을 한 채 거울을 향해

다가간다.  역 내를 조명으로 환하게 밝히며 들어오는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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