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여성문학과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전면 수정해야했다. 과거 나에게 페미니즘은 과격한 방법론으로
다가왔다. 무조건 남성과 동등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의 과격함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술, 담배, 자유연애 등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모든 것들에 대한
도전이 나에겐 페미니즘의 대표적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며 남성과의 동일선상에 놓이는 것만이 진정한 여성해방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여성의 자존감 회복은 남성과의 동일시에서 얻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은 후 페미니즘운동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그럴수록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거부감의 원인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여성을 해방하자는 운동에 여성이 거부감을 느끼는 건 왜일까?
그 의문의 해답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3기니」를 읽으며 찾을 수 있었다. 버지니아는 여성의
자존감 상실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 첫번째는 경제적 빈곤이고, 두번째는 정서적 빈곤이다. 버지니아는 여성이 처한 종속성의 세계(혈연, 결혼, 자녀 등)가 여성의 자존감을 상실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며, 자신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보수가 없는 무급의 희생이 자존감을 말살하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버지니아가 지적하는 두 가지 원인 모두 개인이 스스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페미니즘운동은 그 모든
원인을 극복하라고 개인을 다그친다는 점이다.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성에게 왜 맞고 사냐고 되묻는게 페미니즘
운동이었다면(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주관적 입장입니다) 왜 맞고 사는 상황을 지속할 수 밖에 없는지 살펴보는
입장이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3기니」에 담겨있다.
그녀는 이 작품들을 통해 말한다. 여성은 결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남성이 필요목적하에 그 역할을 부여했고,
사회의 합리적이해가 이를 허가함으로써 여성은 기회를 박탈당한 선수일 뿐이다. 우리는 삶의 동일한 출발선에
대기하고서 출발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