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고백>

<고백>을 통해 본 21세기 인간

묭롶 2011. 4. 10. 22:01

 

  성선설과 성악설로 대표되는 인간 본성에 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논쟁은 비단 철학 뿐 아니라 예술의 장르를 빌어 그 구체성이 표현되어지기도 하는데 대부분 인간의 '악마성'을 실체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술장르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전형을 그 표현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 결과 그 인물이 갖는 전형성이 어떠한 언론보도나 사실보다 더 많은 시대적 구체성을 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보여지게 된다. 

 

  최근 영화<고백>이 독특한 미장센과 스토리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상영관이 없어서 영화로는 보지 못하고 원작을 찾게 되었다. 

 

『고백』은 딸 아이를 잃은 여교사의 '고백<성직자>'으로 시작하여 사건 이후 교직을 떠난 여교사<전도자>가 살인을 저지른 아이에게 전화로 '고백'을 하는 내용으로 끝이 나는 소설이다.  그 시작과 끝의 중간에는 각각 살인범인 슈아<신봉자>와 나오키<구도자>, 나오키의 어머니<자애자>, 가족을 연쇄살해한 루나시를 신봉하는 미즈키<순교자>의 '고백'이 자리잡는다. 

 

   이 소설에서 특이한 점은 소설의 진행이 각각의 인물들의 '고백'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대화나 삼인칭 화자의 관찰이 아닌 사건 당사자들의 '고백'으로 진행된다는 특이점은 21세기 인간의 전형적 구체성을 드러내는 장치로 보여진다.  그렇기에 가장 가까운 관계인 모자(나오키와 그 어머니)간에도 대화가 이뤄지지 못한 채, 서로의 판단에 의해 비극을 맞는 극중 장면은 어느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단절을 단적으로 표현한다고 볼 수 있겠다.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법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어린 지능범(슈야)의 모습을 보며 인물의 전형성이 일본만의 특수한 현실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믿고 싶어지는 바램은 나만의 것일까. 

 

  하지만 유코의 고백처럼 비뚤어지고 이기적인 자아를 가진 채 성장할 것이 예견되는 슈야에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장치가 과연 교정의 효과를 볼 수 있을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이는 끝도 없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한의 고리(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과 이병헌의 관계처럼)를 양산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과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백>이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소설속 인물들의 전형성이 현 시대의 비뚤어진 자아와 병폐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기에, 현실에서 얼마든지 그 구체성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인간이게 하는 인성의 존재와 그 인성을 길러줄 수 있는 사회적 기반, 그리고 비뚤어진 자아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 등을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