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비카스 스와루프의 <슬럼독 밀리어네어>

묭롶 2009. 7. 22. 11:07

 

  평소 원전이 있는 작품은 책을 읽고 영화를 봐왔는데, 이번엔 순서가 바뀌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우선 이야기 전개 방식은 영화와 책 모두 남자주인공이 경찰서에 구금된 상황에서 시작해서 풀려난 주인공이 퀴즈를 풀 수 있었던 단계별 과정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주인공의 이름(소설에서는 람 모하메드 토머스, 영화에서는 자말)과 주변인물들과의 상관관계 인물설정에는 큰 차이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어쩌면 퀴즈문제가 전부 주인공이 살아 온 삶과 연관이 있는 문제들만 나왔을까?  현실에서라면 과연 가능한 이야기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영화로 각색하면서 제작자도 그 부분을 얼만큼 설득력있게 관객에게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영화에서는 퀴즈와 주인공의 삶, 그리고 주변인물과의 관계가 좀 더 치밀한 연결고리로 얽혀질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그때문에 퀴즈에 참가한 주인공의 목적도 조금은 다르게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람은 영화와는 달리 어머니가 누군지 모르는 버려진 미혼모의 아이로 성당관리인의 집에 입양됐다가 파양된 후 성당 신부의 보살필을 받았다.  그러나 신부가 신임사제에 의해 살해당하자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보다 어린 살림을 만나 형제보다 끈끈한 정을 쌓는다.  이후 살림과 람은 바부 팔라이에게 입양되지만,  

고아들을 입양해 그들을 장애자로 만들어 구걸을 시키는 팔라이 일당의 마수를 피해 뭄바이로 도망을 쳤다.  뭄바이 집단주택에 살면서 람은 여배우 닐리마 쿠마리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했고, 배우를 꿈꾸는 살림은 도시락 배달부(다바왈라)가 되었다.  하지만 옆방에 거주하는 구디야 누나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 람은 술에 취해 계단을 오르는 구디야의 아버지를 밀쳐서 떨어뜨린 후 도주한다.  이후 그는 외교관 저택의 하인으로 일한 임금을 받아 살림에게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기차 안에서 열차 강도를 총으로 죽이고 도주하여  술집 웨이터로 일하던 중 신문에서 퀴즈쇼 광고를 보고 W3B퀴즈쇼에 출연하게 된다. 

 

 영화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책에서 발견했다.  영화에서 퀴즈쇼의 정답이 람이 살아온 삶 속에 있었다면, 책 속에서는 그에 더하여 람이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정답의 실마리가 숨어있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람이 만난 신부, 은퇴한 여배우, 살림, 외교관, 니타, 대학교수 등 그가 살아가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과 연결된 인연의 고리 속에 퀴즈의 정답은 존재했다.  특히 연인인 니타를 포주로부터 빼내오기 위해 구한 40만루피를 광견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달라고 애걸하는 대학교수를 주고서 닐리마와 니타에게 폭행을 가한 퀴즈쇼 진행자 플렘 쿠마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출연한 퀴즈쇼에서 뜻하지 않게 우승하게 되는 람의 이야기는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을 실감케 한다.  또한  보통사람들은 평생을 두고도 겪기 힘든 것 같은 곡절을 유년시절부터 겪고도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람의 인간애와 일루피짜리 행운의 동전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된 순간의 감동은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PS:  이 책을 읽고서 사람의 인연의 질긴 연결고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특히 어릴적 각종 범죄가 난무하는 집단주택에서도 옆집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했던 람의 마음이 오랜 시간이 지나 그에게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읽고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중에 어떤 인연으로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될지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