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2008년 여름휴가

제주도 도보여행

묭롶 2009. 1. 4. 13:56

2009년의 시작을 영하 10。의 설원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유독 따사로운 햇살과 금방 한 압력밥솥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군고구마 연통의 연기가 그리운 밤입니다.  빨래가 세탁기 속에서 돌아가는 동안 전자렌지에 따끈하게 데운 우유를 마시다가 작년 여름휴가때 제주도 해안도로를 이글거리는 햇빛에 익어가며 걸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걷는 것을 워낙에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그냥 한 바퀴 빙 돌면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돌아 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제주도는 그리 생각만큼 작은 섬이 아니었죠.  )  그렇게 성읍민속마을에서 시작된 길이 중문에서 주상절리를 거쳐 성산 일출봉에 이르렀습니다.  정확하게는 절반은 걷고 절반은 버스를 탄 셈이죠.  택시를 탔으면 얼마나 나왔을지 모르는 거리를 하루 버스비 10,000도 들지 않고 이동했어요.(해안도로 버스비가 3,000정도 했어요)  

  정말 걷는데 무지막지하게 뜨거워서 살이 다 익어버려서(미련스럽게 긴팔을 입어야하는데 개폼낸다고

나시를 입고 다녀서) 아직까지도 씻을 때마다 그 흔적을 확인하며 영광의 훈장을 보듯이 씩~하고 웃는

답니다.  (ㅎㅎㅎ.. 짜식...그래..무지하게 싸돌아다녔지..이렇게요.)  얼음물병을 천원에 사서 하나 달랑 달랑 들고 걷다보면 뒤에서 지나가던 택시들이 타라고 성화였어요.  (8월 뙤약볕에 그것도 한 낮에

10km도 넘게 걷고 있으니 이해불능일만도 하지만요)  바쁠 일도 없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걷다가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귤도 6,000원어치 사서 검정비닐봉투에 담아 달리는 시외버스 안에서 먹었답니다. 

  그렇게 길을 걸으며 찬찬히 그전에 보지 못했던 제주도를 눈에 담았습니다.  내 발자국으로 그 땅을 밟으며 본 풍경이라서 그런지 예전과는 다르게 더 정겹고 가슴뿌듯하더군요.  아직은 마음먹은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내 열정이 자신감을 더욱 불태워서 ㅎㅎㅎ.. 어려운 일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죠.

물론 휴가를 다녀와서는 변함없이 삶에 지치고 투정부리고 엄한 사람한테 성질내는 도로아미타불 '제'가

되었지만요.  하지만 그 여름날의 무모했던 나의 휴가가 내 살에 남긴 흔적은 차츰 옅어지겠지만 가슴 속에 타올랐던 불꽃은 맘 속 어디엔가 잉걸불을 피워올리고 있을거라 믿어요.

  그러고보니 아마 올 해 여름쯤에는 또 스키장 사진을 뒤져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을 제가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사람은 왜 이리 간사한 동물인지... 짧은 생을 살면서 달궈진 철판 위를 튀어 오르는 새우들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결국 철판의 온도를 높이는 것도 사람인데요.  자신이 사는 곳을 지옥으로 만드는

능력을 사람은 가지고 있는 존재니까요. 

  제주도를 가서는 걷고 점심때도 반주로 한 잔하고 저녁때도 한 잔했더니.. 메모를 해 둔게 없네요.

그 당시에는 머릿속에 다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과신이 들었는데요. ^^  무게가 제법 나가서 맛있을 줄

알고 산 수박이 속이 빈 것처럼, 제 미욱함이 머릿속을 꽉 채웠나봐요^^

   이곳은 성산 일출봉 분지의 모습이에요.  예전엔 이곳도 화산이었을텐데.. 지금은 온통 푸른 조금 조금한 풀들로 덮여 있네요.  성산 일출봉이라고 암각된 부석물에서 이곳까지 약 40분가량 걸렸는데... 올라오는 사람마다

땀으로 뒤범벅이 되서는 죽을려고 했어요.  뙤약볕에 무덥기까지 하고 올라오는 길에 모기들의 공격이 어찌나 사나운지 사람의 기운을 쏙 빼놓았죠.  하지만 분지를 내려덮은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에 피곤이 풀리는 것 같았아요.  내려와선 편의점(중국 관광객들이 왁시글벅시글했죠.  원두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하루에 커피

4잔이상 꼭 먹어야하는 못된 버릇 때문에)에서 산 캔커피(원두커피가 애석하게도 없어서 아쉬운데로)가 너무

달아서 가는 길에 온통 목이 말랐다는....ㅎㅎㅎ

 성산 일출봉에서 내려가는 길에 찍은 해변 마을이에요.  내려가는 마을 길가에 어망이 아무렇게나 이곳저곳에

널려있었는데..길가에 미역줄기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죠.

 성산일출봉에서 바라 본 우도의 모습이랍니다.  일출봉에서 배로 20분 정로 걸렸어요.

 이것이 바로 걸어다니는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일출봉에서 내려오던 길에 해변마을의 빈 공터에 메어져 풀을 뜯던 망아지랍니다.  짜식이 너무 순하게 생겨가지고 예쁜데 너무 말라서 안쓰러웠어요.  빨리 무럭무럭커서 우람한 몸체를 뽐내며 해안도로를 질주하렴!  이 엉아가 응원할게^^

 우도에 있는 해수욕장인데요.  검은 돌이 뒤덮여 있어서 백사장이 온통 까맣게 보였어요.  무슨 해수욕장이라고 했는데 안 적어놓아서 잊어버렸어요.ㅎㅎㅎ

 다른 사람들은 비싼 숙박비(하루 숙박 평균 60만원이상.ㅎㅎㅎ)를 내고 이용하는 중문단지 호텔들 앞에서 뚜벅이인 난....사진만 찍힐 뿐이고.... 저 우람한 팔뚝은 편집되지 않을 뿐이고.... ㅎㅎㅎ....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저 뜨거운 뙤약볕의 열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역시 다른 사람들은 비싼 돈을 내고 이용하는 신라호텔의 야외 수영장을 지나서 해안으로 나 있는 길????

사실은 길이 아니다... 롯데호텔 앞 백사장까지 보시다시피 저 무시무시한 파도를 견디는 바위들이 있을

뿐이다.  무려 30분도 넘게 낑낑대며 바위를 타서 건너편 백사장까지 넘어가는데 표정은 담담하다만..

(ㅎㅎㅎ...거의 다 건너온 상황이라) -난 이러한 모험을 시도한데 대해서 속으로 거짓말 보태서 백 번쯤

후회했다.  (ㅎㅎㅎ..팔뚝이 아주 맛있게 잘 탔다...빠알갛게..)

 성읍민속마을에서 만난 식당 아저씨(제주도 토박이)의 말에 의하면 제주도가 예전같지 않다고 하다.  개발로 인한 자연 생태계 파괴로 어종이 변하고 수온이 2~3도 정도 올라서 제주도 물도 그 본래의 차가움을 잃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오염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걱정을 하셨다.  이 맑은 옥 빛의 바닷물을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는 최악의 상황은 없어야 하는데....

 주상절리다.  손으로 빚으라고 해도 만들기 어려운 풍경을 자연은 억만겁의 시간 동안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온갖 예술작품에 찬사를 보내며 작품 한 점에 몇 백억씩에 경매가 되고 보존에 호들갑을 떨고 있을 때 정말로 중요한 자연의 예술품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파괴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