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자료/1990년대 문학

90년대 이후 소설에 표현된 '개인의 욕망'

묭롶 2008. 12. 23. 10:16

 

  90년대 문학의 특징은 종전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일상에 내재한 허위성을 폭로하고 전복하는

미시 담론에 몰두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을 띤 작품들이 다수 발표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을

표방한 작품들은 인간의 본질을 욕망 또는 본능으로 본다.  90년대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개인’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90년대 문학은 개인의 일상세계와 내면성, 또는 자의식을 문학

내부에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80년대 문학과 대비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흐름들 속에서

다섯 작품들이 표현하고 있는 ‘개인의 욕망’의 모습들을 통해 이 시기를 살아가는 바람직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의 해답을 찾는다.  작품으로는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이승우의 「목련공원」,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를 대상으로 한다. 

 

 <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아담이 눈뜰 때」는 한 청년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환멸적인 이 세상에서 자기 각성에  이르는

성장의 과정을 서사화하고 있다.  욕망이 물질화되는 가짜 낙원에서 눈을 뜬 아담은 가속화된 사회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글쓰기를 선택한다.  「아담이 눈뜰 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공통분모는

동경과 불안으로 요약된다.  동경과 불안의 원인은 욕망에 있다.  등장인물들은 욕망이 있기 때문에

이루고자 하는 동경과 이루지 못하였을 때 다가올 상실감에 대해 불안한 심리 상태를 갖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욕망에 있다.  욕망의 허구성으로 인해 인물들은 방황하고 갈등한다.  작중에서

욕망의 문제에 있어, 아담과 현재는 쌍둥이다.

  이들의 욕망은 아담이 욕망의 대상을 얻는 순간, 대상을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장정일의 문학에서 기본의 가치 체계를 전복․해체시키고 억압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욕망은 위악적이거나

유희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됨으로써 그의 글쓰기 패턴은 ‘코드의 반복성’을 느끼게

한다. 

 

  <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안정효는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6.25동란이후 거대한 이데올로기와 변화된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 군상의 고뇌와 몸부림을 세밀한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소설은 시대적 상황을 잘 표현하여

그 현실 속에서 살기 위해 투쟁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쓰여 졌다. 

안정효 소설의 참다운 미학은 그러한 상처받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에 있다.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는 영화와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

임병석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문화부재의 시대에 영화의 환상에 몰입한 채 냉혹하고 힘든

현실로 돌아오기 못하고 끝내 죽음을 맞는, 문화부재의 시대를 사는 순수한 한 영혼의 몰락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윤명길을 통해서는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한 임병석과는

달리 대학을 나오고 군대에 입대하여 점점 영화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아름다운 모습들이 현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자각시키고 있다.  이렇듯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주인공의 삶의 모습은 외양적으로 다르지만,

그 이면에는 윤명길의 무의식적 충동이 임병석으로 형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작원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이곳의 삶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물신화된

자본주의 체제하에 진정 가치 있는 삶, 인간다운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 이승우의 「목련공원」>

  이승우의 「목련공원」은 기법 상에서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간의 근원적인

인간 본성을 ‘욕망’으로 파악하고, 인간의 자기 모순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수용하고 있으면서, 또한 욕망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거부한 작품이라고 해석된다.  이 소설은 신이 부재한 상황에서 인간의 욕망이 죽음의 문제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욕망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신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은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물육이고 다른 하나는 육욕이다.  

  이러한 욕망은 현실은 위협한다.  현실은 질서로 유지가 되는 세계인만큼 금지의 체계로 구성

되는데, 여기에서 금지란 것은 일종의 현실을 유지하기 위한 약속으로 기능한다.  욕망은 이러한

금기를 어김으로서 질서의 세계는 혼돈의 세계로 전락하게 된다.  소설 속에서 금기를 넘어서는

욕망은 타인에게 전염된다.  그럼으로써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의 진원지를 추적해나감으로써,

참된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한다.  결국 「목련공원」은 신이 부재한 현실에서 욕망의 허구성을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참된 욕망의 대상인 신을 요청해야 되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전경린의 작품 세계에는 상처받은 여성들이 보여주는 치유의 행위가 형상화되어 있다.  그것은

 절망의 끝에서 일어난 재생을 위한 몸부림이며, 억압에 대한 저항이다.  남편의 외도와 그로

인한 가정의 위기 또는 사랑을 주지 않는 남자에 대한 끝없는 기다림, 그로 인한 절망 속에서

여성들은 여지껏 자신들의 욕망이 무엇이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전경린 작품 속의 여성주인공들은 자의식을 발견하는 과정을 몸에 대한 성찰에서 찾는다. 

여성주인공들의 자의식은 섹스를 통해 내 몸의 주인이 ‘나’임을 확인하게 되고, 그러한 ‘나’를

찾아서 과감히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떠나기도 한다.  이렇듯 여성주인공들은 삶의 상처와

절망을 스스로 치유하는 길은 선택한다.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주인공 미흔의

믿음과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찾아온 육욕의 사랑과, 그 사랑의 과정을 통해 자의식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관념적 사랑의 종말을 확인한 미흔에게 가정은 개인인 상실된

공동체일 뿐이다.  작가는 행복은 무지한 것과 같다는 영우의 말을 빌어 여성들의 자아에 대한

무자각을 애기하고 있다.

 

  <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는 ‘나’라는 여주인공의 시각을 통해서 1980년대의 정치적 신념과

자본주의화된 중국 현실의 문제가 등장인물들의 삶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 특히 여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갈등과 생활을

담아내고 있다.  「바다와 나비」는 대조적인 두 가족의 이야기가 얽혀서 하나로 엮어진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온 한국인 여성과 그 가족의 이야기,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가려는

조선족 여성과 그 가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들의 고통스런 삶의 모습을 ‘한국의 나비’라는

다큐멘타리에 나오는 나비로 환치되는데, 여기에서 ‘나비’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행복을

찾기 위해 새로운 나라로 날아가는데 날개가 젖고, 젖다 못해 갈기갈기 찟겨진 상태의 ‘나비’로

희망을 찾기 위한 두 가족의 처절한 몸부림을 형상화 한다.   작품에서 ‘바다’는 삶과 죽음 자체를

의미한다.  바다를 건너온 다큐멘터리 속의 나비도 거짓이고 중국 어느 거리에서 본 나비 문신도

거짓이지만 날개가 떨어져 나가도 바다를 건너려고 떠나는 나비는 인간의 보편적 진실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작가는 이들이 찾으려는 행복은 바다 건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건너는

그 고통스러운 삶 자체에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90년대에 들어 발표된 작품 중 장정일의 「아담이 눈뜰 때」,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이승우의 「목련공원」,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를

통해 이들 작품 속에 다양하게 형상화된 ‘개인의 욕망’을 살펴보고, 거대담론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할 보편적인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장정일은 아담이 눈뜰 때」를 통해 주인공이 현실에서 절실하게 추구하는 욕망이 헛된 것임을

보여주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가 가짜 낙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 세계가 ‘가짜

낙원’임을 인식함으로써 과거에 가졌던 욕망이 헛된 것임을 깨닫게 되고 ‘가짜 낙원’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하지만 결국 그마저도 주인공을 옥죄는 굴레가 될 뿐이다.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편적이라고 말하며 살아가는 현실의 이면을 바라보게 된다.  타인에게

보편적인 가치가 나에게도 적용되지 않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효는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두 주인공을 통해 현실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윤명길과 영화의

환상 속에서 현실로의 귀환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임병석을 통해 이상적인 세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힘들었던 시절 도피처로 기능했던 영화 속의 환상들을 안고 현실세계를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지만 끝까지 환상 속에 도피하고자 했던 임병석을 단순하게 사회부적응자라고 판단하기에는

씁쓸함이 남는다.  임병석의 모습은 견디기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외면의 그 이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면의 모습들은 현실 세계에 편입해 살아가기 위해 또는

금기를 넘지 않기 위해 제도 안에 살아가는 ‘개인들의 욕망’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승우는 「목련공원」에서 ‘신’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가 부재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욕망’의 실체를 찾고자 한다.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자리는 욕망이 차지하는데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추구하는 ‘욕망’은 금기를 넘어선 욕망이다.  금기를 넘어선 욕망은 현실을 위협하기에

소설 속 인물들은 파멸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결국 파멸을 벗어나는 길은 ‘욕망’의 실체를

파악하여 자신만의 절대가치로서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다.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의 주인공은 과거 가족 공동체로서 살아왔던 내가

‘나’라는 자의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를 찾기 위해서는 과거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울타리를 벗어나 춥고 험한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 중에 ‘사랑에 대한 욕망’은 자아의

자존감을 찾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는 기재로써 작용한다.  ‘무지는 행복의 다른 말’이라는 소설 속

대사처럼 내가 아닌 단순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삶은 ‘나의 욕망’을 찾고 찾아낼 수 없는 삶이다. 

그래서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이라는 제목은 ‘내가 진정한 나로 살아가길 원하는 특별한

하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는 날개가 젖고 종국에는 갈래갈래 찢기면서까지 바다를 건너는 나비를

통해 행복을 찾기 위해 상처투성이의 삶을 살아가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희망이 없는 현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묻고 있다.  빛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서도 끊임없이 출구를 찾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한줄기 희망일 것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희망을 품기를 소망하면서 하루하루를 극복하는 삶 자체에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