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자료/1970년대 전후문학

1970년대의 전후문학

묭롶 2008. 12. 23. 10:03

 

  1970년대에 발표된 6.25동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분단시대 삶의 역사성과 그 의미를 추적하는

 소설들로, 전쟁을 경험한 작가세대들이 주인공들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내면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의 극복의 방식에 대한 의문들을 담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비록 부분적이고

제한된 것이기는 하지만 직접체험을 바탕으로 한 6.25동란의 참모습을 그려내려 하고 있다.  6.25를

소재로 한 작가들은 개인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6.25동란을 단순한 과거사로 고착시키는

대신 현재까지 지속되는 문제로 직시하고 그것을 파악하려 하고 있다는데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6.25동란을 소재로 한 작품 중 홍성원의 「남과 북」, 이병주의 「지리산」, 윤흥길의

「장마」, 김원일의 「노을」,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을 대상으로 각기 다르게 표현된 전후

혼란의 표출상과 극복의 과정을 담는다.

  

   < 홍성원의 「남과 북」>

  홍성원의 「남과 북」은 군대사회를 무대로 벌어지는 현실에 대한 탐구와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조직의 비정함을 표현한다. 「남과 북」은 6.25를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다루기보다 전쟁 자체가 한국인과 아무런 상관없는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인물 설정을 통해 전쟁이 어떤 형태로든지 인간성을 상실시키는 죄악이라는

견해를 드러낸다. 「남과 북」은 작품 곳곳에서 카메라 앵글로 사물을 포착하듯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묘파하여 분단의 아픔과 이데올로기의 무위성을 주장하며, 다양한 인물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수난을 통해 한국전쟁의 폭력성과 민족 집단의 상처를 확인함으로써 평화와 사랑

그리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작품 속에 의미화 하고 있다.  홍성원의 소설의

특징으로는 그의 문학이 남성적인 문학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남성 문학’이라 함은 그의 문학이

미묘한 심리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굵직한 성격의 창조를 추구한다는 점, 이야기의

구성에 대담한 생략법을 사용한다는 점, 문체가 감상에 젖지 않고 메마르면서 핵심을 분명하게

드러내 애매하지 않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거의 소설에서는 여성에 대한 묘사가 풍부하지

않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우리의 분단현실과 그 질곡의 폭발에 해당하는 6.25동란을 전면적이고

총체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 이병주의 「지리산」>

  「지리산」은 1972년 9월 월간 「세대」에 연재되기 시작해 중간에 연재가 일시 중단된 이후,

1985년에서야 가까스로 완성된 대하소설로, 남한 내의 빨치산과 남로당 활동을 최초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에 항일의식을 지녔던 진보적 지식인이 해방 후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이 담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을

그려냈다.  「지리산」은 소설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갖는데, 역사적 격동기를 지식인의 관점에서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과 실록을 대량 수록하여 숨겨져 있던 지리산의 비밀의 실상을 느끼도록

해준 점, 우리 시대의 역사적 흐름을 흥미 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기교 등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소설사적 의의는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많은 민족사적 과업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 점과 역사의 행간에 묻혀 버린 숱한 비극의 주인공들이 감당하고 엮어낸 민족의 뼈저린

아픔을 형상화한 민족 대 서사시라는 점이다.   「지리산」에서 표출된 작가의 반공의식은

이데올로기로서의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한 객관적 의견이 아닌 주관을 작품 속에 반영함으로써

작품에 다음과 같은 한계를 낳게 하였다.

  작가가 극우적인 이념적 편견으로 전체의 좌익세력을 정세판단도 어둡고 전략전술도 서툰

망상주의자들로 몰아세우는 역사관으로 서술하였기에 작품을 읽는데 있어 세심한 비판력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리산 입산파들을 혁명주체 세력으로부터 철저히 비판

소외당한 집단으로 인식했다는 문제점과 역사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을 미․소의 강대국이

취하는 대한반도 정책이나 이승만․김일성․박헌영 등 소수의 정치인들의 지도력과 정치

역량만으로 국한시켜 고찰한 점 등이다.   

 

  < 윤흥길의 「장마」>

  「장마」에서는 일인칭 화자인 소년의 눈을 통해  6.25동란 전후의 괴기스러운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모순된 사회를 풍자한다.  여기에서 소년화자의 미성숙함과 주관성은

읽는 독자에게 작품에 객관적 의미를 판단하기 위해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전쟁으로 수반되는 비인간성이나 광폭함 등을 신랄하게 풍자하여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장마」는 최인훈의 「광장」이후 고착상태에 빠진 분단문학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과 이를 계기로 분단을 주체로 한 작품이 연이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분단소설사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 역사적 환경, 즉 국토와 민족의 분열을 낳은 6.25동란에 대해 지속적인

탐구를 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쟁의 상처가 뿌리 깊게 박힌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가능성을 토속적 샤머니즘의 추구를 통해 찾고자 한다.  여기에서 토속적 샤머니즘은

정서적 측면에서 우리 민족의 심층의식과 밀접한 부분이다.  이렇듯 윤흥길은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와 토속적 샤머니즘의 추구를 통해, 한편으로는 일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당대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 다른 한편으로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사대의 모순과 고민을 표출함으로써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이루고 있다. 

 

  < 김원일의 「노을」>

  「노을」은 40대 중반에 접어든 출판사 편집국장인 갑수가 삼촌의 부고를 받고 고향에 내려가

머무르면서 고통스러웠던 지난 시절을 떠올려 반주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른바 귀향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것은 역사에 대한 확인과 비판, 그리고 자기반성을, 다른말로 하면 반성적

탐구의 내용과 그 과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형식이다.  이렇듯 김원일의 소설에서 현실은 끊임

없이 과거를 반추하며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가 교차, 반복하여 출현한다.  그리고 그는 당대

민중들이 경험한 삶의 근원적 감각을 일깨움으로써 세계와 자아, 이념과 존재의 문제를  탐색

하고자 한다.  그는 작품에서 인간은 최고의 위치에 두고 이념이나 제도의 부조리성을 비난하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성향을 가미한다.  김원일은 1인칭 화자인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불행했던 유년기로 인해 좌절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극복의 희망을

표출한다. 

  「노을」에서 불행한 과거의 주범이었던 아버지를 내면적인 귀향을 통해 현재의 어른이 된

갑수가 상처를 극복하는 모습을 노을빛의 형상화를 통해 나타낸다. 

 

  <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

  「아베의 가족」에서 작가는 전쟁의 현장과 전후의 현실을 함께 살아온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극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현실로 이어지며, 그 뿌리를 찾음으로써 다시 화해로

나가고자 하는 작가의식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이복형 아베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작품에서 아베는 단순한 가족사적 상흔이 아닌 역사적 상처의 의미로 작용한다. 

과거의 상처를 떠나 행복해질 수 없었던 가족들이 상처의 근원이 되는 아베를 찾아

그 뿌리에서부터 그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아베는 미군에게

짓밟힌 민족의 비극을 의미하며, 외세에 의해 상처 입은 한반도 자체이며, 분단 현실이 나은

비극적 상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상국은 자신의 유년기 전쟁 체험을 바탕으로 그것이

삶의 여러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심도 있게 다루었으며, 또한 그러한 현실의

비극성과 화해의 모색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는 분단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감성적

화해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는 그가 분단의 문제를 현실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작가는 「아베의 가족」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망각이나 숨김으로써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그 근본의 뿌리로부터 다시 새로운 치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970년대에 발표된 소설들 중 홍성원의 「남과 북」, 이병주의 「지리산」, 윤흥길의 「장마」,

김원일의 「노을」, 전상국의 「아베의 가족」을 통해 이들 작품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쟁으로

인한 비극의 양상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살펴보았다.  홍성원은 6.25를 강대국들이

만들어 놓은 이데올로기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게 되는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전쟁 그 자체가 죄악이라는 견해를 드러낸다.  그 속에서 전쟁의 비인간성과

분단의 현실 문제는 현재까지 지속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통해 6.25동란의 민족사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탐구하여 분단 현실을 조망하였다.  홍성원은 전쟁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전쟁으로 인해 수난을 당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상이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민족 전체의 수난임을 확인하여 상대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부각시킨다. 

  이병주는 ‘지리산’이라는 격동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공간 속에서 혼란의 시기를 보냈던

인물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비록 작가의 반공의식으로 인해 강대국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 민족적 비극이 한쪽으로 기울은 시각으로 조망되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역사 속에 묻혀

있던 비극의 주인공들이 감당하고 엮어낸 민족의 뼈저린 아픔을 형상화함으로써, 6.25동란을

역사적 사실로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이데올로기로 인한 민족의 비극사의 원류를

찾게 한다. 

  윤흥길은 어린 소년화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공산당인 외삼촌과, 국군인 삼촌으로 인해 빚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통해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 이전에 평범하고 순수한 삶을 이어온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왜곡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 민족으로서 동질성을 갖고

살아가던 사람들을 갈라놓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하고, 토속적 샤머니즘을 통해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김원일의 「노을」에서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거의 상처를 주인공의 귀향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존재의 사상성 유무와는 상관없이 무관하게 연루되어 비극을 겪은

과거의 인물들과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대비시킴으로써 유년의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유년기 상처의 극복은 노을빛으로 형상화한다.  여기에서

작가는 전쟁을 사상의 문제가 아닌 민족사적 비극으로 보고 있으며 결국은 현재 우리가 극복해야할

민족성의 회복의 희망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전상국은 「아베의 가족」을 통해 과거의 상처는 피하고 묻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베’의 가족이 비극의 근원인 ‘아베’를 버리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이민을 가지만

결국 과거의 상처를 피한 가족의 삶은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결국 상처의 근원을

찾아 이를 치유하는 것만이 과거를 극복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분단의

문제도 근본적인 비극의 원류를 찾아 이를 극복함으로써 해결되는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