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조지오웰의 <1984>

조지오웰! 현재를 예견하다!

묭롶 2008. 12. 19. 22:30

 

   아침 출근길, 밤 사이 내린 눈으로 어느때보다도 복잡한 버스 안, 각자가 먹었던 아침이나

간밤의 냄새가 그대로 베어있는 코트들의 냄새와 사람들의 냄새가 뒤죽박죽으로 혼미한

사이로 라디오 소리만이 날카롭게 살아서 머리속을 찌르는 듯 하다.  내가 타는 버스만

유독히 내가 싫어하는 채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인지 항상 출근길 버스를 타면 내릴때까지

하나의 논제를 가지고 상반된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나와서 대담을 하는 것이다.

  오늘은 한미FTA를 상임위 의장이 직권상정한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국회의원이

서로 날치기 통과니, 명분없는 반대니 계속되는 실강이를 벌이는 그들을 보며 과연 저들이

아침부터 저렇게 날선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할 만큼의 소신이 있는 사람들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미 국민의 대다수가 한미FTA를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건만, 언론을 통해 백억 가까운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FTA를 성사해야 한다고 외쳐대는 그들이 과연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말이다.

  버스 안에서 들리는 정치적인 음성을 듣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애쓰는 나를 보며

『1984』의 '이중사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중사고'는 '죄중단'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말로 책 속에 등장하는 오세아니아의 '신어'이다.  '이중사고'는 당의 신념체계에 어긋나는 상황에 처하거나

그러한 사고를 하게 될 경우 의식적으로 (실제로는 의식하지 않은 것처럼) 사고를 차단하는 행위를 뜻한다.

또한 '죄중단'도 사상죄를 범할 위험이 있는 상황을 미연에 차단하는 것을 뜻하는 '신어'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정치라는 말만 나와도 환멸을 느끼며

다른 생각을 해버리는 국민들은 이미 '이중사고'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과, 무지한 국민들일 것이다. 

「~노동자들이 강한 정치의식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배급량을 줄이는 데 대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호응하도록 당이 필요할 때마다 이용해 먹을

수 있는 원시적인 애국심뿐이다.  그들은 불만이 있어도 일반적인 사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

해소할 방법을 못 찾는다.」P101

 

 인간사회는 아주 오래전부터 상·중·하의 구조로 고착되었다.  원시시대 부족간 전쟁에서부터 시작된

지배구조는 사회적 계급을 낳게 했고, 이는 중세 봉건시대의 신분제로 이어졌다.  근대에 이르러 중간계급

이었던 자본가들에 의해 봉건시대의 신분제는 전복되게 되고 그들은 새로이 얻게된 사회적 신분을 유지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 나갔다.  1차와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세계는 전쟁을 통해 부를 축적한 미국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고, 그 당시 소련과 중국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상층부를 구성함으로써 세계는 냉전시대를

맞이한다.

  이러한 시기 조지오웰은 자본과 공산으로 나뉜 세계의 본질을 어떠한 이념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상층부의

권력추구와 권력지키기라는 개념에서 관찰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구별은 무의미한

것이다.  『1984』에서 재앙과도 전쟁을 겪은 세계는 작중 인물인 윈스턴이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동아시아의 세개의 나라로 나뉘어 있다.  이 세나라의 상층부 인물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지속시킨다.  그들에겐 경제발전이나 부의 재분배, 그리고 국민들의 불만 따위는 관심밖의 일이다.  오로지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목적만이 있을 뿐이다. 

 

  이 세 나라는 서로 인종과 문화가 다르지만 전쟁을 지속시키고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공유한다. 

바로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이중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텔레스크린'을 통한 전국민의 감시와 '사상

경찰'을 이용하여 사전 위험인물을 제거하는 일, 그리고 자신들의 지위체계를 위협할 수 있는 생각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학습시키는 일들이 그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나는 요즘  2MB집권 이후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왜 『1984』에서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했던

'텔레스크린'과 '이중사고' 그리고 '역사왜곡' 등과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지... 조지오웰은 이러한 세상을 예견하기라고 한 것일까?  『1984』에서 '당'은 당이 내세우는 모든 것을(설혹 그것 대다수가 거짓일지라도)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과거'를 새로 쓰고 새로 씌어진 '과거'는 다시 현재의 진실이 된다.  당의 목적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빅 브라더'는 영원히 존재하며,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을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된다.  '과거를 지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즉 과거는

현재의 권력을 가진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과거는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있어야만 될' 사실들이 기록되거나 '있어야 될 것'으로 변형된다. 

「~그리하여 매일 매순간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당이 예언한 모든 것들은 문서상을

증명되고, 그때그때의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P59

 

  또한 그들은 과거에 대한 변형이외에도 '언어'생활에 대해서도 '신어'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언어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으로 인해 무지몽매해야만 하는 중간층이나 하층의 계급들이

동요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극히 제한된 언어로 표현의 자유마저도 통제하는 것이다.  '신어'로 교육된 이후

세대들은 '상층부'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부모도 가족관계도, 친구도 사랑도 연민도 없는 존재들이 되어갈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최종목표가 바로 그곳에 있다.  하층부를  식물화하고 중간층에는 강력한

통제와 탄압을 통해 자신들의 지위를 영원히 지켜나가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1984』는 정말 잔인하리만치 현재의 대한민국을 예견한 소설이다.  2MB집권 이후 언론사 장악을 통한 

언론을 통제와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탄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새 역사 교육'등은 책 속의 '역사왜곡'과

'신어'를 통한 교육과 너무도 닮아 있다.  그들이 역사를 왜곡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미 지식인들은 체제에 저항할 생각을 버리고 그들에게 부합하여 상층부의 지위를 넘보며 중간층에서 지식

체계를 왜곡시키고 있고, 국민들은 이념으로 갈라진 채 실제로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당의 세계관은 그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받아들여진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납득하지 못할 뿐더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공적인 사건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장 악랄한 현실 파괴도 서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P222

  아래 그림은 오늘 아고라에서 본 '새 역사 교과서'의 일부분이라고 한다.  언제부터 명성황후는 일본인들이

부르는 호칭인 '민왕후(민비)'가 됐으며, 김구선생님은 테러범이 되었단 말인가!  장지연 선생님께서 보셨다면

저승에서 '시일야 방성대곡'보다도 더 큰 통곡을 하지 않으셨겠는가!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저들이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원하는 것을 지금이라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한 우리는 영원한 하층부로

또한 우리의 자손들은 왜곡된 교육으로 인한 상층부의 노예가 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