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자료/유길준 [서유견문]

[서유견문]을 읽고..

묭롶 2008. 11. 24. 11:13

 

 유길준이 미국에 보빙사로 파견된 1800년대 말기는 우리나라가 여러 열강들의 개항압력을 받고 있던 시기였다.  아직도 청나라에 조공을 보내는 처지에서 외부 열강들의 수호 요구에 대응할만한 사전지식을 갖춘 지식층이 없던 조정은 일본, 미국에 보빙사를 보내기에 이른다.  이러한 보빙사로 일본을 처음 방문한 유길준은 일본이 축적한 부가 서양의 법규와 제도 중 장점만을 받아들였음에 기인한다고 판단, 이러한 서양의 문물을 국내에 알려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 들은 지식이 전 무한 상태로 저술의 어려움을 겪던 중 그는 미국에 보빙사로 파견되어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서양의 문물과 제도를 본격적으로 교육받게 된다.  그는 미국에서 ‘만국공법’을 접하면서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면서도 부당하게 내정간섭을 (독립국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받는 조선의 현실에 울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그는 서양의 문물과 제도의 장점들을 조선에 알림으로써 조선의 개화의 발판으로 삼아야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서유견문」이라는 저술로 나타났다. 

 

  그는 미국에 유학하는 동안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교육을 받고 이러한 교육의 내용을 1편부터 20편에 나누어 적고 있는데, 이 안에는 세계의 지리, 인종, 국가, 제도 등의 내용들과 그 자신이 느꼈던 생각들이 적혀 있다.  그는 조선이 청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를 벗어나 하나의 독립국으로서 지위를 가지고 여러 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조선의 부를 이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혁의 주체로서 현 지배계급인 조정과 임금이 먼저 개화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다.  그가 영국의 입헌군주제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인식한 것은 이러한 생각에 기인한다.  그는 교육으로 개화되지 못한 계급(프랑스의 경우)들의 개화는 혼란만을 가져올 뿐이며, 지배계급이 먼저 개화되어 제도와 문물을 정비한 후 교육을 통해 일반 민중들을 개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부유한 서양의 여러 나라들이 공산품의 생산을 통한 교역을 통해 부를 형성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기계를 통한 공산품의 생산을 하기 위해 서구식의 문물을 받아들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공산품을 통한 교역이 나라의 부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서양문물에 대한 비판 없는 수용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서구의 열강들이 여러 나라를 속국으로 만들고 있으나 멸종에 가까운 인디언의 처지를 인디언 민족 자체의 무지로 인한 자멸로 표현함으로써, 제국 열강에 대한 위험성을 예견하지 못한 한계를 보인다. 

  나는 1편부터 20편의 내용 중에서 서양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저술 내용 중, 유길준이 생각하는 개화의식에 그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한다.


  유길준이 1895년 간행한 「서유견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혼용체 저서이자 최초의 서양 문물 계몽서라고 예전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다.  그가 국한문혼용체로 쓴 이유는 한문을 모르는 국민들까지 이 글을 두루 널리 읽고 계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또한 그는 ‘한글’을 우리글자라고 밝힘으로써 당시 지식인층과 다른 사상의 전환을 엿볼 수 있다.  유길준은 일본이 200년 동안 유럽과 거래하면서 부강해진 것이 아니라, 30년 동안 그들의 장점을 취하며 제도를 본받음으로써 부강해졌음을 알았다.  유길준은 일본에서 우리나라가 수교하는 나라를 알기 위한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저술을 시작했으나, 임오군란이 일어남으로 인해 처음 작성하려던 기행문과는 성격과 집필과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민영익을 보좌하여 보빙사로 미국에 40여 일을 머무른 후 그는 미국에 남아 유학하였다.  이후 1885년 귀국한 그는 수구파의 박해를 피해 우포장 한규설의 집에 연금된다.  연금되어 있는 4년 동안 「서유견문」을 집필한 유길준은 1890년에 한규설을 통해 초고를 고종에게 바쳤다.  그가 한글 전용을 하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을 나눠 주려고 생각한 독자층이 바로 사대부 양반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화의 주체가 조정과 임금이라고 생각했다.  1892년 연금에서 풀려나고, 1894년 7월 갑오개혁이 단행된 후, 유길준은 의화군을 정사로 하는 일본 파견 보빙사에 수행원으로 따라간다.  그는 일본에서 후쿠자와에게 출판을 부탁하여 출판사 교순사에서 「서유견문」은 출판된다.  이 책은 많은 국민들과 신문에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그가 일본의 후쿠자와 유키치에게 지도받을 때부터 이 책에는 한계가 예정되어 있었다.  1870년대에 문명개화론이자 자유민권사상가였던 후쿠자와는 1880년대 이미 자국의 국권 팽창을 위한 대외침략론자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 같은 그의 입장을 고려할 때 조선 유학생을 자신의 집에 기거시키면서 개인지도를 한 것도 결국은 조선 침략 수행의 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개항을 계기로 외국의 압력이 더해지는 시기에 「서유견문」을 저술했던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자주독립과 근대화 사회를 수립하기 위해, 자기가 먼저 보고 들었던 서양의 모습을 조정과 국민들에게 전달하려고 애썼던 개화 의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제1편에는 태양계의 여러 행성들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태양과의 거리로 인한 기후의 변화와 경도와 위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대한 내용이 있으며, 6대주와 세계의 산에 대한 내용이 있다.  <나라의 구별> 「이 가운데는 겨우 자주독립한 나라도 있고, 다른 나라에 소속된 나라도 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이지만 다른 여러 나라들과 한가지로 소개한 까닭은 영국에 소속된 인도 말고도 중립국으로 남은 곳들이 또한 있으므로 분간해서 말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제1편 49p 이 부분에서는 그가 나라를 독립국, 중립국, 속국으로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조선이 수교의 권한이 있음을 들어 독립국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청나라의 부당한 내정간섭에 심한 불만을 표시한다. 

 

  제2편에는 세계의 바다와 세계의 강, 세계의 호수, 세계의 인종에 대한 내용들이 실려 있다.  먼저 세계의 바다에서는 경도와 위도의 도선으로 나뉜 오대양의 깊이와 해류로 인한 기후와 환경 형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강의 종류는 땅속으로 스며 흐르는 사막에 있는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강,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강으로 구별한다.  세계의 인종은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황색인, 백색인, 흑색인, 회색인, 적색인이다.  인종의 분류에 따른 특징과 거주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세계의 물산에서는 물품의 구분을 자연이 만들어 낸 것(천연자원)과 사람이 만들어 낸 것(생산품)으로 구별한다.  「자연이 만들어 낸 물품 가운데는 이 땅에서 잘되는 것이 저 땅에서는 안 되기도 하며, 저 땅에 있는 것이 이 땅에는 전혀 없기도 하다.」

「그래서 각국이 조약을 체결하고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하며, 무역상들과 백성들을 보호하기도 한다.  또는 미개한 나라를 권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넓히기도 한다.」제2편 88p 이 부분에서 교역의 일어나게 된 원인과 저마다 국가들이 부를 형성하는 원인이 교역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국민 가운데 놀고먹는 사람이 적은 나라는 천연자원이 비록 적더라도 가공품이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천연자원을 사들여 그들의 재주와 공력으로 가공한 물품에다 몇 배나 비싼 값을 덧붙여 다른 나라에 판다.~ 그러나 놀고먹는 사람이 많은 나라는 자기 나라에 물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그 재주와 지력이 부족하여, 자기 나라의 천연자원으로 다른 나라의 가공품을 사 들여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은 천연자원이 적기로 천하에 이름났지만, 가공품이 많기로도 만국의 으뜸이다.  그러므로 나라에 놀고먹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오늘날 서양 여러 나라가 세계의 상권을 잡고서 마음대로 흔드는 것도 이러한 진리에 기초하였을 뿐이다.」제 2편 100~101p중  6대주 여러 나라들의 물산과 교역물품에서 가공품을 판매하는 서구의 여러 나라(영국, 미국 등)들이 경제적인 부를 이룩했으며, 또 이들 나라들이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를 식민지로 삼음으로써 그 부를 확대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또는 미개한 나라를 권하여 시장을 개척하고 넓히기도 한다.’에서는 열강들의 자국의 부를 축척하는 수단으로 개화되지 못한 나라를 그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엿 볼 수 있다.  결국 조선도 개화되지 미개한 나라인데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여러 열강들의 수호조약 요청을 조선의 위기로 파악하고 경고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제3편에는 나라의 권리와 국민의 교육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나라의 권리는 두 가지로 이는 국내적인 주권과 국외적인 주권이다.  국외적인 주권은 독립과 평등의 원리에 따라 외국과 교섭하는 일에 해당되는데, 이것을 통해 그 나라의 대외적인 지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근본적인 힘을 입본이라 하는데 이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스스로 보호하는 권리, 독립하는 권리, 산업에 관한 권리, 입법하는 권리, 교섭하고 사신을 파견하며 통상하는 권리, 강화하거나 조약을 맺는 권리, 중립하는 권리이다.  「(외국과)교섭하거나 사신을 파견하고 통상하는 권리는 나라 사이에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인민의 이익이 되는 근본을 세우며, 자기 나라가 편 한가 불편한가에 따라 그 시기를 정하는 것이다.  그러니(교섭이나 통상에 대하여) 다른 나라가 지휘하거나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제3편 106p 이 부분에서 그가 조선과 타국간의 교역에 청나라가 개입하는 것의 부당함을 애기하고 있다.  그는 국가를 중립국, 수호국, 증공국으로 나누며 공법에 의거하여 국내외의 정치와 외교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외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 나라가 진정한 독립국이라고 말한다. 그는 조선을 청나라의 증공국이기는 하나 대외적으로 독립된 주권국임을 강조하는데 「또 다른 나라에 공물을 보내어, 또는 예전에 맺었던 조약이나 새로 「나라끼리 교제하는 것도 또한 공법으로 규제하여 천지에 공평무사한 이치로 한결같이 행해 나간다.  ~다른 나라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기 나라의 권리도 스스로 파괴하는 결과가 된다.」107~108p 이 부분에서는 청나라가 조선에 행하는 내정간섭이 부당하며 그러한 내정간섭이 결국은 청나라 스스로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고 있다.  또한 「대개 국내외의 정치와 외교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외국의 지휘를 받지 않는 나라가 정당한 독립국이다.~ 독립 주권의 뚜렷한 증거는 다른 주권 독립국과 동등한 수호조약과 통상조약을 체결하거나 사신을 주고받으며, 강화나 교전에 관한 선언을 자주적으로 행하는 것이다.」109p에서 보듯이 조선이 미국과 일본에 사신을 보내고 받는 것에서 조선이 타국과 대외적으로 동등한 위치의 독립국임을 강조한다.  「이따금 시세에 익숙지 못하거나 공법에 어두운 사람이 증공국과 속국을 구별하지 못하고, 공물을 바치는 관계를 예로 들어서 속국의 지위를 자처하는 경우도 있지만」110p  그는 청나라에 맹목적인 사대를 하며 조선을 청의 속국으로 전락시키는 수구파에게 불만을 나타낸다. 

그는 공법에 의거하여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력으로 침략하거나 속국으로 만드는 행위가 위법이라고 말한다.  「~설령 약소국이 강대국의 사나운 위협과 난폭한 핍박을 못 이겨, 자기 나라를 스스로 보전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전에 없었던 속국의 체제를 한때 자인한 적이 있더라도 ~위협과 협박 아래서는 스스로 긍정하는 승인을 할 수가 없으며, 또 그러한 승인은 합법적인 조처가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백 번 승인하였다 하더라도 한 공법 조항으로 소멸되는 것이다.」113p 하지만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는 증공국의 처지였던 조선에게 서구의 여러 열강들이 서로 수호조약을 앞 다투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속국을 만들게 되면 공법에 위반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 국가의 부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으로 조선의 수호국이 되기를 서로 자처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유길준은 교육과 법률이 나라의 권리를 보전해 나가는 가장 큰 근본으로 본다.  외교하는 권리가 국내를 다스리는 제도를 바탕으로 마련이 된다고 했으며, 인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권리가 소중함을 느껴야 다른 나라로부터 나라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분노한다고 했다.  이렇듯 인민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지식의 획득이 필요하다.  또한 법률이 분명치 않으면 서로간의 권리에 침해가 일어나고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방어가기에도 어렵게 되기 때문에 빈부귀천을 따지지 않는 공정한 법률을 제정하여 권리의 용도를 정해야 한다.

  그는 교육의 필요성을 「~근세에 들어와 프랑스가 소란할 때에 고금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행을 저질렀던 무리들은 모두 배우지 못하고 직업도 없으며, 어리석고 방탕한 자들이었다.  훌륭한 정부 아래 살고 있어도 생계를 영위할 수 없는 자들이었던 것이다.」122p 프랑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법률이 정비가 되고 나라가 개화가 되더라도 법률을 지켜야 할 각 개개인이 교육으로 인해 개화되지 않는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인디언들의 멸종에 가까운 현실을 「북아메리카주의 적색인들은 대대로 게으름만 익혀온 종족이라서 공부하는 기력조차 스러져 버려, 미국인 백색인들이 학교를 세우고 교육할 길을 훌륭히 갖추어 놓았다.  농사짓는 방법이라든가 물건을 만드는 기술을 부지런히 가르쳤지만, 성공하는 자가 아주 드물었다.」123~124p 라고 함으로써 철저히 서구자본주의 국가의 시선으로 개화를 바라보는 한계를 보인다.  이는 그의 개화가 미국과 영국을 이상향으로 삼음으로써 그들의 시선으로 그 당시 조선이 처해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국가가 사람들을 교육하기 위해 비용을 들이는 이유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제하고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에서 그 효용을 찾는다. 그렇기에 의무적으로 국민교육을 권장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의 중요성은 「한 나라의 빈부, 강약, 치란, 존망은 그 나라 국민교육이 높은가 낮은가 있는가 없는 가에 달려 있다.」130p 를 결정짓는다.

 

  제4편에는 국민의 권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는 자유와 통의를 말하는데, 자유는 무슨 일이든지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여 통의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정리正理라고 할 수 있다.  자유와 통의의 권리는 타고 나면서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며 여기에서 통의는 인간에게 천연과 인위의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천연이라하는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며 인위는 인간의 지혜와 법률에 의해 세워지고 변화하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법률을 정하여 범법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은 전 인민들의 자유를 늘려주는 것이다.  법률을 통해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하여 모든 사람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때문이다.  통의와 자유의 조목은 다음과 같다.  신명의 자유, 재산의 자유와 통의, 영업의 자유와 통의, 집회의 자유, 종교의 자유와 통의, 언론의 자유, 명예의 통의이다.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권리에 전매권과, 특허권이 있다. 

  그는 국가가 법률을 통해 사유재산을 보호하면서 상거래를 육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재산의 권리는 나라의 법률과 어긋나지 않는 한 만승천자의 위엄으로도 이를 빼앗을 수 없으며, 천만인이 대적하더라도 이를 움직일 수 없다.  주고 빼앗을 권리가 모두 법에 있으며, 사람에게는 있지 않다.  이는 공권력으로 사유물을 보호해 주는 커다란 이치다.」145p 그는 국민의 권리를 평등하게 하는 데 교육이 우선과제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국민의 권리를 평등하게 하려면 먼저 교육에 힘써, 사람들로 하여금 저마다 지키는 지식이 있게 하는 것이 정치의 커다란 길이다.  나라를 굳게 지켜서 그 권리를 보유하려면 그 나라 국민들이 저마다 자기의 권리를 잘 보호하는 것이 가장 좋다.」153~154p  이 부분에서는 유길준의 고민이 보이는 듯하다.  봉건제 사회인 조선에서 사농공상 中 천시 받는 상인계층에게 평등의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 데 지배층인 수구파의 반발이 고민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는 선진국이 이른 경제적 부가 선진국들이 국민들 각자가 서로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잘 가르치고 교화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자유경쟁을 통해 서로의 공익을 추구하는 방향에서 사회가 선진국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제 5편에는 정부의 시초와 정부의 종류, 정부의 정치 제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국가는 문명 이전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오늘날 야만족의 모습을 미루어 그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야만인은 교육을 받지 못해 지식을 깨우치지 못 하여 사람의 도리를 행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오늘 야만인으로 불릴지라도 교육을 받는다면 내일은 개화한 사람으로 불릴 수 있다.  과거 약육강식이 지배하던 야만의 시대에서 이성으로 힘을 제어하는 시대에 이르러 일정한 제도를 시행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정부가 시작된 근본 의도이다.  이러한 정부는 오늘날에 이르러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세상에까지 이르게 된다.  정부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정부의 중대한 사업과 심원한 직책은 국민이 평화와 행복을 보장하고 도모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정부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구습의 폐단을 혁파하고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수구파가 오래된 구습의 폐해를 혁파하지 못하는 것을 「그러므로 기회를 잡고 시세에 응한 뒤에 나라를 보전하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선대의 임금들이 세웠던 제도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여, 시대적으로 이미 고쳐진 것을 고치지 않고 이미 바뀌어 진 일을 바꾸지 않는다면, 조그만 폐는 고사하고 종묘와 사직의 위태로움이 눈앞에 다가왔더라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169p 비난하고 있다.  정부의 종류에는 대략 다섯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정치체제, 임금이 명령하는 정치 체제, 귀족이 주장하는 정치 체제,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입헌 군주제), 국민들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체제이다.  먼저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 가운데 가장 불공평한 것이다.  임금이 명령하는 정치 체제는 그 나라의 법률과 정령을 임금 한사람의 독단에 따라 행하면서도, 신하들의 공론에 따라 결정하는 체제로 조선이 이에 해당한다.  귀족이 주장하는 정치 차제는 나라에 일정한 임금이 없고, 그 정치와 법령이 귀족들이 합의하는 권세 안에 있는 것으로 여러 정치 체제 가운데 국민들의 생활이 가장 처참하다.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는 그 나라의 법률과 정치에 관한 모든 권리를 임금 혼자서 마음대로 하지 않고 의정에 참여하는 여러 대신들이 반드시 먼저 작정한 것을 임금이 명령하여 시행하는 체제를 가리킨다.  이 경우 임금으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법률 앞에 평등하며, 정치 체제의 실상은 의정․행정․사법의 삼권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임금은 삼권을 통괄하는 원수다.  다섯 가지 정치 체제가 나라마다 각기 적용되는 바가 다르지만 정부의 제도와 규범에서 오는 차이로 인해 국가의 부강에 차이가 온다.

유길준은 입헌군주제를 가장 이상적인 정치 체제로 보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는 그 제도가 공평하여, 조그만 사심도 개입할 수가 없다.~국민들에게 진취적인 기상이 넉넉하면 그 나라가 아무리 작더라도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럽주의 스위스나 덴마크 같이 조그만 나라도 여러 커다란 나라 사이에서 자주적인 권세와 독립적인 영화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174~175p 유럽의 작은 나라들도 입헌 군주제를 통해 경제적 부를 이루었음을 설명하며 조선의 정치 체제의 한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국정을 행하여 공평한 도의를 힘써도, 그 덕화와 은택은 그 임금과 신하가 살아 있는 한때에 그친다.~그러므로 비록 태평한 시대를 맞는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의 성격이 활발치 못하게 되고, 정부를 남의 나라같이 역 나라를 걱정하는 성의가 없을뿐더러, 나라에 위급한 사태가 생겨도 알지 못하게 된다.  그들이 경영하는 것이라고는 일신의 정욕만 충족시킬 뿐이다.」175p  이상에서 보듯이 그는 임금과 국민이 함께 다스리는 정치 체제가 가장 훌륭한 규범이라고 보고 있으며, 정치 체제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습관을 갑자기 바꾸기 어려운 것은 언어를 바꾸기 어려운 것과 같다.  급격한 소견으로 헛된 이치를 숭상하고, 실정에 어두우면서도 개혁하자고만 주장하는 자들은 아이들이 장난하는 것과도 같다.」176p 라는 부분에서 유길준이 개화파의 갑신정변 같은 개혁을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개혁을 함에 있어서 개화되지 못한 국민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 또한 경계한다.  그래서 그는 당국자들이 국민들을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교육시킨 이후에야 나라를 개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문명이 개화된 정치의 요건은 여섯 가지로 국민들이 자유롭고 임의롭게 행동하도록 해준다, 종교를 믿게 해준다, 개술과 학문을 장려하여 새로운 문물을 발명하도록 길을 열어준다, 학교를 세워 국민을 교육한다, 정부를 믿게 하고 국민을 안정시킨다, 국민들의 굶주림과 추위, 질병과 괴로움을 구제한다이다. 

 

  제 6편에는 정부의 직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정부의 직분은 본국의 정치를 안정시켜 국민의 평안을 보장하고, 법률을 굳건히 하여 국민의 억울함이 없게 하며 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와 신의를 두텁게 하여 평화를 유지하는데 있다.  정부의 큰 직분은 그들이 소유한 직업을 보호해 주는 데 있다.  가난을 구제하는 일은 나라의 중요한 사업이지만 그 한계를 정확히 구분지어 구제받는 사람으로서의 분수에 지나침이 없어야 한다.  정부의 직분 중 국민과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세금 징수이다.  이 중 국민을 교육하는 것은 나라의 커다란 근본이니 정부에서 힘써야 할 일이며, 위생에 관한 규칙도 정부에서 할 중요한 조목이다.  정부는 또한 전매권을 주어 학자들의 저술활동을 독려하며, 국민의 복지를 위해 수도 사업을 관장한다.  이러한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법률 조항이 있다면 폐지하여 국민이 편리한 쪽으로 개정해야한다.

 

  제 7편에는 세금 거두는 법규와 납세의 의무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영국의 세법을 예로 들 때 세금이 종류는 해관세, 물산세, 관허세, 증인세, 토지세, 가옥세, 가산세 등이 있다.  서양각국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금은 크게 나누면 직접세와 간접세로 나뉜다.  이 중 간접세는 인구가 번성하고 나라가 부유할수록 그 액수가 따라서 증가한다.  이는 간접세가 상거래가 많이 일어날수록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부유한 나라일수록 상거래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책정하기에 앞서 정부에서 유념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민의 재산에서 세금을 거두는 기준을 마련하여, 그 기준 이하의 재산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둘째, 일상품과 생활필수품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 좋다.  셋째, 사치품과 기호품에는 세금을 과하게 매겨도 좋다.  여러 나라의 일인당 세금징수액을 놓고 비교해 볼 때 그 나라 의 빈부를 측정해 볼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내는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부유함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세금을 내는 것에 연유한다. 

 

  제 8편에는 세금이 쓰이는 일들과 정부에서 국채를 모집하여 사용하는 까닭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집행하는 조목은 정부를 유지하는 일, 국민을 교육하는 일, 나라에서 공사하는 일, 종교를 도와주는 일, 가난한 국민을 구제한 일, 나라를 지키는 일, 외국과 교섭하는 일 등이다.  정부를 유지하는 일은 정부 관리들의 봉급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를 나누어 주는 데 있어서는 직급에 따른 금액이 공평해야 하며 포상에 있어서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  국민교육에는 일상적인 교육과 학문적인 교육이 있다.  일상적인 교육은 생계를 경영하는 데 필수적인 교육이며 이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국가에서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학문을 위한 교육의 경우에는 교육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구는 정부가 마련하고, 교사의 봉급은 학생들의 학비로 충당하여 배우는 사람의 나태를 경계해야 한다.  학교의 등급은 상․중․하 세 등급으로 하여 기준에 충족한 학생을 그 다음 등급으로 올려준다.  국채라는 것은 재정이 모자랄 때에 국민들의 돈을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서양 여러 나라를 살펴보면 국채가 없는 나라는 없다.  국채는 국민들 사이에 상품처럼 서로 환매가 가능하며 은행의 지폐처럼 통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환매하거나 통용할 때에 결정되는 가격의 높낮이는 그 나라 정부의 신용 여하에 달려 있다.  만약 외국에서 돈을 빌려올 경우 이를 갚지 못하면 국가의 신용도가 하락하게 되고 심지어는 나라가 속국의 처지로 전락하기도 한다. 

 

  제 9편에는 교육하는 제도와 군대를 양성하는 제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서양의 여러 강대국들은 교육하는 방법에 힘을 쓰고 있다.  대개 학교는 시작하는 학교, 문법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로 나뉜다.  시작하는 학교는 공부를 시작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문법학교는 자기 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법과 또 그 언어로 문장을 구성하는 격식을 가르치는 곳이다.  고등학교는 문법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자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공부하는 연한도 정해져 있는 데 이 네 단계의 학교에서 각기 상례로 되어 있는 수업 연한은 4년씩이다.  그래서 총 16년을 수학하게 된다.  정부에서는 사범학교를 세워서 선생을 육성하며, 어떠한 단계의 학교든지 운영위원을 두고 있다.  유길준은 사서삼경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실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옛사람의 찌꺼기를 주워 모으기만 하고 실용적인 효과가 없다면, 비록 공부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도리어 인간에게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실용을 주로 하는 학문이 인생의 대도다.」257~258p 

군사를 모집하는 방법에는 자원하는 법과 징병하는 법이 있다.  영국과 미국은 자원하는 제도를 위주로 하는데 국민들이 한가한 시간에 군사훈련을 받기 때문에 국민 중에 군사 아닌 자가 없다.  군사에는 기병과 포병이 있으며, 평상시 군사들의 행실을 교육하여 비상시에 민간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쟁의 승부는 기계가 결정한다.  그래서 서양의 여러 나라들은 새로운 무기를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에 일어날 전쟁에 대비하여 국민들은 빈부귀천을 가리지 말고 군사훈련에 통달해야 하며,  나라 안에 국민마다 군사 아닌 자가 없어야 한다. 

 

  제 10편에서는 화폐의 근본과 법률의 공도, 경찰제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화폐는 나라의 명맥이며, 국민들의 원기와 피다.  모든 물건의 표준을 세워 주고 팔고 사는 매개를 해 주니, 그 공덕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화폐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물건 중에 금과 은이 가장 적합한데 그 이유는 일곱 가지가 있다.  1)그 품질이 보배롭고 소중하다.  2)옮기거나 싣기가 쉽다.  3)소모되지 않는다.  4)품질이 균일하다.  5)세분하기가 쉽다.  6)가치가 심히 오르내리지 않는다.  7)인식하기가 어렵지 않다.  화폐를 주조함에 있어 일정한 무게를 가지게 하고 값어치를 정하며 그 모양은 반드시 둥글게 하되 가장자리 윤곽은 약간 높게 하였다.  톱니 모양을 둘러서 닳아 없어지는 폐단을 방지하고, 앞 뒤 양면에는 정교한 무늬와 그 나라 이름 및 정해진 액수를 주조하여 위조할 염려가 없게 하였다.  지폐는 금화 대신에 종이를 이용한 돈으로 그 종이에다 정교한 무늬와 일정한 액수를 인쇄하여, 위조하는 폐단을 막고 있다.  그는 화폐에 대해 말하면서 국가별 화폐가치에 따른 신용도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발행하는 표나 지폐의 원금은 은행국에 비치해 두는 것이 정당한 이치인데, 혹시 정부의 신용이 널리 퍼져 있지 않으면 그 가치가 뒤따라 떨어지기 때문에, 나라의 빈부 상태를 이것으로 엿볼 수 있다.」278p  또한 통화 과다 발행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역사책을 살펴보면 독립 전쟁 때에 정부가 원금을 비치하지도 않고 지폐만 너무 많이 발행하여 국민들이 신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값이 나날이 떨어져 지폐 40에 금화1을 바꾸기도 어려운 지경까지 되었다.」278p 

법률의 근본적인 의도는 국민들에게 정직한 생활을 권장하고 국민의 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다.  인간 세상의 풍속을 바로잡는 방법은 법률을 엄격하게 정하는 것보다 교화를 힘쓰는 데 있다.  정부의 법률은 두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변천법이고, 둘째는 항구법이다.  변천법은 시속의 변천과 사물의 변이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것이며, 항구법은 나라의 규범과 전장을 지켜서 영구히 바꾸지 않는 것이다.  서양 여러 나라에서 법률이 완성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그 기원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 시초는 로마가 사절을 보내 그리스에서 고대 12조 법률을 가져온 것이라고도 전해진다.  정비된 법률의 모습은 서기 500년대에 와서야 그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법률은 옛 풍습이나 조례를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것을 전체를 없애고 새로 제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영국 정부가 국민들을 보호하여 자주적인 권리를 획득하게 한 연유는 전 국민 마음에 젖어 든 누대의 구습에 따라 정령과 제도를 개정했기 때문이다. 

경찰 제도를 두는 근본 의도는 나라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힘써, 개명한 사회로 진보하는 것을 지키는 데 있다.  이는 국민들의 복지와 평안에 관계하는 일을 목적으로 한다.  경찰 제도는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나뉜다.  행정경찰은 범죄의 예방 업무에 복무하며 사법경찰은 범법자를 수색하거나 체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제 11편에서는 당파를 만드는 버릇과 생계를 구하는 방법, 건강을 돌보는 방법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취향이 서로 같은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니, 이것이 당의 시초이다.  또한 이 당과 다른 의견을 가진 당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편당의 시초다.  당이 개진하는 주장에 국민들이 호응을 하게 되면, 그 당이 정부의 권력을 잡고 나라의 정령을 집행하게 된다.  집권하는 연한이 정해져 있어, 그 기간 동안 국민의 신임을 잃지 않는다면 그 당은 계속 정권을 잡게 되고 만약 그렇지 못하면 나라의 공론이 일어나 집권당은 정권을 잃게 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이다.  서양 사람들이 생업을 구하는 방법에는 분명한 규칙이 있는데 이는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직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데 저술가와 연설가, 의원, 변호사, 항해사, 발명가 등을 들 수 있다. 

건강을 돌보는 방법에는 위생을 지키는 것과 지체 운동을 통해 근력을 키우는 방법이 있다. 

 

  제 12편에는 애국하는 충성과 어린이를 양육하는 방법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는 애국하는 방법을 민족적 자긍심을 지키는 일이라 말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조선인이라 불리는 공적인 이름을 다 같이 기니고 강약의 구분이 엇게 된다.  그 목숨은 빼앗을 수 있지만 조선인이라는 이름은 빼앗을 수 없고, 그 생업은 못하게 할 수 있지만 조선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외국 사람을 대할 때에는 행실을 단정히 하고 몸가짐을 의젓하게 하여, 조선 사람이라는 이름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  만약 조그만 수치를 남기거나 모욕을 당하여 조선 사람이라는 이름을 훼손시키면, 그 한사람의 부끄러움에 그치지 않고 온 나라의 죄인이 되는 것을 면치 못 할 것이다.」322p  또한 애국하는 방법은 국민들에게 교육을 통해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데 있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수구파의 맹목적인 사대가 애국의 길이 아님에 분개한다.  「만약 학자가 옛사람의 찌꺼기나 즐기며 썩은 선비의 행실로 게으르게 놀고먹는다면, 그들은 나라의 쥐이고 좀이며 국민의 도둑이다.」328p  나라를 위해는 일은 비단 공직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 모두가 함께 행해야 할 일이다. 

어린이를 양육하는데 있어 부모가 지식이 많아야 올바른 양육을 할 수 있다.  어린이는 나라의 근본이기에 그 근본을 병들지 않게 교육함이 가장 중요하다.  서양 사람들의 육아법을 살펴보면 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어린이를 양생하며 의복을 기후에 맞게 입혀야 한다.  대소변도 규칙을 정해서 일정하게 해야 하여 어린이의 성질을 순하고 거슬림이 없이 양육해야 한다.  어린이가 자라남에 있어 양육의 방법을 달리 해야 하며 14세부터 15세 무렵에 교육하는 방법을 가장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제 13편에서는 서양 학문의 내력과 서양 군제의 내력, 유럽종교의 내력, 학문의 갈래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서양식 학문의 주된 의도는 만물의 원리를 연구하고 그 효용을 발명하여,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돕는데 있다.  유럽 종교의 내력에서는 영국에서의 청교도의 종교 갈등으로 인한 미국 이민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는 학문에 있어 이용후생이 우선이라고 여기며 학업을 닦는 일이 허명과 실상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학업을 허명이라고 하는가?  이치를 캐지 않고 문자만 숭상하여, 청춘부터 백발이 다 되도록 시와 문장 공부만, 혼자 즐기되, 그 학업을 이용하고 후생하는 방법을 강구하지 못하는 경우다.」367p  서양 사람들이 학문하는 갈래는 농학, 의학, 신학, 정치학, 법률학, 물리학, 화학, 철학, 광물학, 식물학, 동물학, 천문학, 지리학, 인체학, 고고학, 언어학, 군사학, 기계학, 종교학 등이 있다. 

 

  제 14편에서는 상인의 대도와 개화의 등급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상업은 나라의 커다란 근본이며, 정부의 부유함과 국민의 번성함도 실상 상업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다.  정부에서 상인을 보호하는 방법은 국민들이 재물을 주고받는 제도를 신실케 하는 것과, 물류의 편리함을 도모하는 데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하는 상인의 독과점의 폐해는 엄정히 단속해야 한다.  그는 개화를 이루는 데 상인의 역할이 크다고 말한다.  「~상인이 실상은 개화의 큰 조력자다.  사람의 재주를 권장하고 물품의 제작을 격려하여, 세계의 학식과 사람들의 복록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383p  상거래는 국내거래와 대외무역이 있는데 대외무역의 경우 반드시 두 나라가 협의하여 각기 통상하는 법을 작정하는 것이 옳다.  그는 서구 열강들의 미개화국에 대한 통상 요구를 비판 없이 좋은 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미개한 나라가 자기들의 항구를 닫고 있을 때에는 선진국 정부가 권고하고 설득하여 통상하는 조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그 토지와 국민을 탐내어 넘겨다보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384p  하지만 그 당시 조선에 개항을 요구하는 여러 열강들의 의도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전쟁이 난시의 상업이라면, 상업은 평시의 전쟁이다.」385p  바로 뒷 페이지에서 이 부분은 역설이 된다. 

개화의 등급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개화하는 나라, 반쯤 개화한 나라, 아직 개화하지 않은 나라다.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개화한 자는 천만 가지 사물을 연구하고 경영하여,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기약한다. ~ 반쯤 개화한 자는 사물을 연구하지 않고 경영하지도 않으며, 구차한 계획과 고식적인 의사로써 조금 성공한 경지에 안주하고, 장기적인 대책이 없는 자다.  ~아직 개화하지 않은 자는 즉 야만스러운 종족이다.」394~395p 

또한 개화를 행하는 주체를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다.  「~개화하는 일을 주장하고 힘써 행하는 자는 개화의 주인이고, 개화하는 자를 부러워하여 배우기를 즐거워하고 가지기를 좋아하는 자는 개화의 손님이며, 개화하는 자를 두려워하고 미워하면서도 마지못하여 따르는 자는 개화의 노예다.」396p  여기에서 유길준이 보는 개화의 노예는 수구파가 되는 것일까?

그는 조선이 이용후생을 근간으로 하는 교육을 통해 개화의 노예를 탈피하여 주인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조선이 개화해야하는 필요성을 외국의 압력에 의한 수동적인 개화로 인해 조선이 개화의 노예로 전락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므로 외국이 새롭게 개화된 것을 처음 보는 자들이 처음에는 두려워하고 싫어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개화하게 되니, 마지못하여 취하는 모습은 개화의 노예를 벗어날 수가 없다.」397p  하지만 타국의 개화상을 그저 본받는 것을 개화의 손님이라며 그 또한 경계한다.  「~아아, 개화하는 일은 남의 장기를 취하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전하는 데에도 있다.  ~남의 재주를 취하더라도 실용적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자기의 재주가 되는 것이다.~그러나 지나친 자는 아무런 분별도 없이 외국의 것이라면 모두 다 좋다고 생각하고, 자기 나라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외국 모습을 칭찬하는 나머지 자기 나라를 업신여기는 폐단까지도 있다.  이들을 개화당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어찌 개화당이랴.  사실은 개화의 죄인이다.」399p  이 부분을 살펴보면 그가 일본식 개화를 등에 업은 갑신정변을 개화의 죄인으로 비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수구파를 개화의 원수로 규정한다.  「한편 모자라는 자는 완고한 성품으로 사물을 분별치 못하여, 외국 사람이면 모두 오랑캐라 하고 외국 물건이면 모두 쓸데없는 물건이라 하며, 외국 문자는 천주학이라고 하여 가까이하지도 않는다.  자기 자신만이 천하제일이라고 여기며, 심지어는 피해 사는 자까지도 있다.  이들을 수구당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어찌 수구당이랴.  사실은 개화의 원수다.」399~400p  그는 개화를 하는 데 있어 지나친 자의 폐래가 모자라는 자보다 저 심하다며, 개화의 죄인과 원수보다 경계해야 할 것이 개화의 병신이라고 말한다. 

 

  제 15편에는 결혼하는 절차와 친구를 사귀는 법, 장사 지내는 예절, 여자를 대접하는 예절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서양 각국의 풍속에 남자의 나이가 20세가 넘으면 그 부모가 성인이라고 인정하여, 모든 행위가 정직하면 자주적인 권리를 준다.  남자가 장성하여 자신의 능력으로 한 집안의 생계를 지탱할 만한 뒤에야 결혼할 생각을 하게 된다.  유길준은 이러한 서양의 풍속으로 인해 개개인이 근면함을 필수적으로 가지게 되며, 이러한 개인의 근면함을 바탕으로 서양이 부를 이루었다고 보고 있다.  친구를 사귀는 방법에 있어 서양 풍속의 커다란 특징은 친구간의 신의를 철저히 여긴다는 점이다.  이러한 신의는 확대되어 상거래의 신용으로 정착했다고 보는 것이다. 

 

  제 16편에는 옷․음식․집의 제도와 농작과 목축의 현황, 놀고 즐기는 모습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서양 사람들의 복색에 대한 특징과 음식을 먹는 도구, 집의 특징에 대해 적고 있다.  그는 서양의 농작과 목축에 있어 실제 경작을 하는 사람은 노동하는 자이나 그 경작함에 있어 효율을 높이도록 궁리하고 모색하는 역할은 선비의 것이라고 말한다.  서양 사람들의 경작에 있어 특징적인 것은 증기를 이용한 기계를 이용하여 경작의 효율을 높이는 데 있다.  놀고 즐기는 모습에는 다회, 무도회, 음악회, 야유회, 눈 오는 밤의 놀이, 일기회, 유치회, 여러 가지 작은 모임, 연극, 서커스 등이 있다.

 

  제 17편에는 빈민 수용소와 병원, 정신박약아 학교, 정신 병원, 맹아원, 농아원, 교도소, 박람회, 박물관과 동․식물원, 도서관, 강연회, 신문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신문은 개화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하는데, 이는 신문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합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 18편에는 증기기관과 와트의 약전, 기차, 기선, 전신기, 전화기, 회사, 도시의 배치데 대해 기록하고 있다.  증기기관은 팽창된 증기를 밀폐된 그릇 속에 봉한 뒤에, 그 폭발하는 힘을 빌려서 기관을 움직이는 것으로 서구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발판으로 이룩된 것이다.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 필요한 자본을 충당하는 방법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주식을 공모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설립된 회사는 영업이익이 창출되면 주식소유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주식은 그 회사의 영업이익에 따라 그 액면 가치가 변동된다. 

 

  제 19편에는 미국의 여러 대도시, 영국의 여러 대도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유길준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독립대회당을 보면서 청나라의 내정간섭 아래 있는 조선의 처지에 비감을 표한다.  「이 건물의 높은 처마와 고담한 채색이 숙연한 의기를 지녀, 사람으로 하여금 경건한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분발하는 기개를 생기게 한다.  ~사람으로 하여금 격양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게 하며 저절로 감동이 솟아오른다.  어느 누가 이 건물에 들어와 찬탄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다른 나라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자들은 다른 사람에 비하여 그 마음이 더할 듯하다.」523p 

 

  제 20편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의 여러 대도시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도시 라이덴에 있는 대학교에 관련된 미담을 전하며 후대를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당시로부터 200여 년 전 예수교의 신․구교 싸움으로 인한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내전 시 용감히 싸운 라이덴 시민의 희생을 포상하기 위해 세운 대학교에 대한 미담이었다.  「정부가 시민들의 뛰어난 무훈을 표창하기 위하여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모두들, “학교를 세워 다음 세대에게 혜택주기를 원한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정부가 시민들의 희망에 따라 이 대학을 세워 주었다.」5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