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스키여행

아지가사와 프린스호텔에서의 2박 3일 스키여행!

묭롶 2008. 10. 29. 16:23

  시즌마다 국내 스키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점

      첫번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슬로프 대기 시간이 길다.  또 사람이 많아서

                  부상 위험도 높다.(충돌 가능성이 높으니까...스키를 타고 내려가는데

                  뒤에서 제어가 안되서 미끄러지는 초보의 쐐~~~~에에엑!  소리가

                  들리면 정말 식은땀이 난다.-물론 내가 고급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으나 나도 겨우 중급인데...ㄷㄷㄷ)

      두번째:  설질... ㄷㄷㄷ(얼음 위에 살짝 뿌려져 있는 얼음가루, 아니면 녹아서

                  슬러시 상태로 죽이 되어서 이 상태를 보드 초보가 쏴~~~아아아!

                  밀어 놓으면 동산이 생겨서 스키가 꽂히는 불상사도 생긴다.  (이 경우

                  제어가 안되는 초보의 경우는 꽂혀서 앞으로 팍 !!! 넘어진다.)

     세번째:  넘어지면 너무 아프다.  넘어져서 그 인공눈에 얼굴 쓸려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키 강습하시는 분들은 무조건 넘어지라고 하는데 아파서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슬로프 중간에 넘어지면 너무 위험하다.  특히

                 구부러진 경사면에서 넘어지면 일어나려고 시도하다가 바로 충돌사고로

                 직행이다.

     네번째:  리프트 사고가 많다.  리프트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리프트에 채여서 넘어지거나 우물쭈물하다가 돌아가는 리프트에 헤딩당하기도

                 한다.  앞에서 폭탄이 터지면 리프트에 탄 사람들은 출렁 출렁 파도타기를

                 하게 된다. 

     다섯번째:  슬로프의 길이가 너무 짧다.  제대로 스키를 타는 재미가 나는 듯 싶으면

                    끝이거나 경사의 기복이 너무 큰 경우도 많다.

 

암튼...너무나 많지만 대략 이렇다..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스키 타러 가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하니... (잘 타지도 못하면서)...종일권 티켓팅하는 시간(사람들

티켓하우스 오픈 전부터 득실득실)이 아까워서 시즌권(한 시즌 40만원)도 끊어봤지만

자주 가지 못하니 그닥 경제적이지 못한 것 같고,,,, 고민하던 차에 2007년 설 연휴

일본 스키 상품에 필이 확~~~ 꽂혔다...특히 평균 적설량 2M 넘어져도 푹신한 파우더

스노우...가격은 북해도 쪽은 80~100만원 선이었고, 그 바로 밑에 동네 가장 저렴한 곳이

바로 아오모리에 있는 아지가사와 스키장이었다.  비용은 62만원(렌탈비용 포함)숙소는

스키장에 있는 프린스호텔(아침 조식 포함)이었다. 

 

호텔은 정말 깨끗했다.  스키장 공용화장실에도 변기 위에 깔 수 있는 일회용 종이가 비치되어 있었고 객실에는 녹차 다기가 준비되어 있어 언제든 따뜻한 녹차나...ㅎㅎㅎ..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1층에는 조그마한 슈퍼가 있어서 맥주를 종류별로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아마 청소 아주머니 맥주캔 치우면서 이것들이 스키를 타러 온 건지...술을 마시러 온건지...라며 혀를 차셨을 수도),

 

  인천공항에서 아오모리 공항까지는 대략 1시간 20분 정도가 걸렸다.  가면서 엄청나게

차고 딱딱한 샌드위치를 먹었다.  아오모리 공항은 정말 코딱지만했다.  그날 스키를 위해

프린스호텔로 가는 손님들은 대략 25명 정도(버스 한대 분량)였고 공항을 나서자 프린스

호텔의 로고가 새겨진 버스가 대기중이었다.  버스를 타고도 약 2시간 가량을 이동하고

저녁때쯤 호텔에 도착했다.  야간스키는 9시까지 가능했지만 이동시간이 길어서 힘들었으므로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  온천은 정말 우리 동네 목욕탕 사우나실만 했다.  실내 욕탕 앞쪽에는

사진에서의 노천탕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바로 스키장 슬로프가 보인다.  (물론 스키장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앞에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물 온도가 워낙 뜨거워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이튿날 스키를 빌리기 위해 렌트샵에 갔는데 역시 정말 쪼그마했다.  동네 구멍가게 만한 곳에서

스키를 빌려주는데 한 명, 한 명에게 스키를 꼼꼼하게 신겨주고 다시 벗겨서 스키에 정성스럽게

왁스먹여주고 불편하면 언제든지 오라고 애기한다.. 감동이었다.  무주나 성우리조트에서 아우성

치며 부츠 챙기랴...폴 챙기랴... 스키 챙기랴.. 정신 하나도 없이 쓸려 나와서 그나마 구석자리

찾아서 장비 챙기던 모습이....ㅜ.ㅡ 안습으로 뇌리를 스쳤다. 

  장비를 챙기고 바로 문 앞이 바로 스키장 시작이다.  리프트기 2대와 곤돌라가 있었는데 사람도

없고 한적했다.  리프트에 앉자 위에 이상하게 생긴 덮개가 있어서 있는 힘껏 밑으로 내렸는데

ㅜ.ㅡ 알고보니 자동이었다... 리프트 박스 안에 있는 직원이 나를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난 부끄러워서 바로 증발되고 싶었다.  그 덮개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눈,비 혹은

바람이 들어오지 않게 막아주는데, 또 국내 스키장에서 얼굴 땡땡 얼어서 콧물이 고드름이 되서

올라가던 내 모습이 생각나서...우우웅...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그리고 이곳 리프트는 내릴 때가

되면 속도가 느려져서( 아마 리프트 박스 안에서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을 하는 것 같다) 안전하게

빠져 나갈때까지 리프트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거의 나만을 위해 리프트가 움직이는게 아닐까

싶게 사람이 없었다.  정상에 올라가자 앞에 탁 트인 전망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데 우리나라 동해

란다.  지금도 후회한다.  그곳에서 짜샤~~들아!!! 독도는 우리땅이여... 이렇게 소리소리 지르지

못한게 두고두고 한이 된다.  그저 푹신푹신한 눈에(정말 적설량이 2M였다)완전 감동 받아서

난 빨리 스키를 타고 싶어서 광분 상태였다.

 

 

 생각보다 스키에 속도가 붙질 않는다.  눈이 압축이 돼 있어야 잘 나가는데, 푹신한 상태라 몸을 구부리고

힘을 줘도 잘 나가질 않는다.  그리고 슬로프를 깍아서 그 위에 눈이 내린 게 아닌 산 그 자체의 지형 위에

슬로프가 있어서 울퉁 불퉁 모글스키를 타는 느낌도 난다.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보이질 않아서 중간에

한 번 쉬고 내려가니 한 시간 정도 걸린다.  그 다음에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는데 곤돌라는 우리나라와

별로 차이가 없다.  비록 국내 스키로 한 시즌 비용이 한 번에 들었지만 맘 편하게 스키만 실컷 탈 수 있어

좋았다.  그나마 그때는 환율이 낮아서 가능한 애기지 ...지금 같은 환율이면 가지 힘들지 싶다. 

  슬로프 밑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었는데(돈까스 비슷한거) 가격은 국내 스키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 8천~1만원선이었다.  2박 3일이었지만 첫 날은 늦게 도착했고 둘째날만 신나게 타고 마지막 3일째는

아침에 일찍 공항으로 출발했다.  (왜냐면 올 때는 비행시간이 1시간 20여분이었지만 일본에서 국내로는

역풍이 불기 때문에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만약 다음에 온다면 3박 4일로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일본의 스키장은 거의 산골짜기에 있는 경우가 (북해도의 유명 스키장 몇 곳을

제외하고)많기 때문에 주간 스키가 끝나면 저녁부터 밤에는 심심하다.  택시 타고 시내 나가려면 택시비가

몇십만원 나오고,,, 야간스키는 너무 위험해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워낙에 스키어가 드문데다가 이곳은

그냥 있는 산에 슬로프를 만든 곳이라 (슬로프 경계선인 펜스도 없다) 혹여 길을 잃게 된다면 얼어죽기

십상이다.  (적설량이 2m이므로 밤에도 거의 1m이상은 내리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난 밤에 맥주

홀짝이면서 TV를 이러저리 트는데 마침 '대장금'이 하더라...일본에서 보는 대장금이라니..참 기분이

묘했다.  아무튼 일본 스키여행을 가신다면 밤에 즐길거리(책이라든가)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참... 이쯤에서 아지가사와 스키장이 있는 아오모리 현에 대해 애기해보자.  아오모리 현은 사과농사를

짓는 아주 조그만 군 단위 지역이다.  스키장을 가면서 보는데 역시 자판기의 천국 답게 일반 가정집 앞에도

자판기가 있는 것이 신기하다.  마트에서도 초밥세트를 파는데 가격은 8천원에서 1만원 안짝으로 어떻게

보면 초밥은 한국보다 더 싼 것 같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계란 요리들은 짭짤한 맛 보다는 굉장히 달다는

느낌이 들며 초밥은 가격 대비 정말 맛있다.  괜히 밖에 나가서 사먹을 필요 없이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파는 음식으로도 충분히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ㅎㅎㅎ.  다시 아오모리 현의 특산물인 사과에

대해 알아보자.  사과가 꼭 모형 사과처럼 지나치리만큼 반짝 반짝 광이 난다.  씹으면 껍질의 단단함이

아삭하는 소리와 함께 당도 높은 노란 속살을 맛 볼 수 있다.  이렇게 사과농사를 짓는 아오모리 현에

어느해인가 엄청난 태풍이 몰려와서 수확 전의 사과가 거의 대부분 낙과가 된 일이 있었다.  그때 상심하던

농민들에게 어느 누군가가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여러분 우리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수험

기간때 높은 가격에 팔면 어떨까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 드시면 분명히 시험에도 떨어지지

않을겁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적중해서 그해 태풍으로 농사를 망친 아오모리현의 농부들은 평년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얻었다는 애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과로 유명한 곳이라 아오모리 공항의 쬐끄만

면세점에도 사과쨈, 사과파이, 사과과자 등등..굉장히 많은 사과 가공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공항에서

사먹은 사과파이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혹시 아지가사와 스키장을 가신다면 공항에서 꼭 사과

파이 사드시길 강추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일본 사람들에게 스키는 그리 흥미로운 스포츠가 아니라고 한다.  왜냐면 일본내에만

400여개가 넘는 스키장이 있고 눈이 5월까지도 녹지 않기 때문에 그냥 스키는 동네 마실가서 아무나

타는 거라 희소성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