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을 쓰다> 잘 익은 김장김치 한 통 같은 책을 선물받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p317
<작가의 말>에서 진형순 작가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이라는 시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위의 시처럼 『내 인생의
책을 쓰다』를 통해 나는 진형순이라는 한 사람의 일생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듣고 접하게 된다. 그러한 여행처럼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그전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삶이라는
접혀진 페이지를 한 장 또 한 장 넘기게 된 것이다.
「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작가가 되려는 소중한 꿈이 있다.
그 꿈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그 꿈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터벅터벅 걷고 있다.
비록 느릴지라도 그 발걸음은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꿈꾸는 아내> p145
기존까지 내가 알던 진형순 작가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진 작가님이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그리고 왜 그토록 열심이었어야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진 작가님을 처음 만난 건 내가 살던 동네 헬스장에서였다. 그시절 인생 자체가 불량품에 루저와 같았던 나와는 다르게
진 작가님은 성실함 그 자체였다. 뭘 하든 대충하는 법이 없었고 안되는 일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진 작가님을 보며 나는
나와는 정말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매사에 불만과 변명으로 가득했던 나와는 달리 모든 것을 앞서 해결하고자
두 팔을 걷어붙이는 진 작가님을 보며 내심 감탄을 하면서도 나는 끝내 그렇게는 살기 힘들것 같다며 알콜홀릭의 일상을
살던 나였다.
우연한 기회에 헬스장에서 진 작가님과 친해져서 얘기를 나눠보니 책을 읽고 블로그 활동을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서로의 블로그 글을 읽고 댓글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글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내가 결혼을 한 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서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어제 만난 사이처럼 얘길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나에게 진 작가님은 막역한 존재였다.
그런데 며칠 전 진 작가님에게서 핸드폰 메세지가 왔다. 수필집을 출간했으니 한 권을 보내주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고
블로그 활동을 한 시간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자신의 글로만 된 '책'을 출판하게 된 진 작가님에게 또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아~~~ 끝내 해내셨구나...... 싶은 생각에 내 가슴이 감격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책은 문자를 받고 이틀 뒤에 내게 도착되었다. 기다렸던 책을 펼치니 앞 장에 친히 진 작가님이 써주신 싸인과 격려글이
실려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 전에 읽고 있던 책을 미뤄두고 책장을 조심히 넘겼다. 하필 주중에 복잡한 일이
많았던지라 진 작가님의 글을 빨리 읽고 싶어서 저녁마다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진 작가님을 만나는 시간은
너무나 행복했다. 그리고 우리가 사람을 안다는 건 정말 그 사람의 극히 일부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진 작가님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다.
「 가슴에 미움을 품고 거짓말로 글을 쓸 수는 없다. 세심한 관찰력과 배려 속에
뜨거운 사랑을 가슴에 품었을 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정직한 글이 나온다.
그런 글을 쓰려고 한다. 진솔하고 정직한 글을 쓰기 위해 오늘도 모난 돌을
조약돌로 만드는 힘겨운 작업을 하고 있다. 」
<내 마음의 무늬를 비단결로 만들자> p49
사실 나는 독서편식이 심한 편이라 소설을 주로 읽는다. 특히 수필은 왠지 부담스러워서 꺼리는 편이었는데 진 작가님의
글은 가뭄에 땅이 물을 빨아들이 듯이 쑥쑥 읽혔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본 사람의 꾸미지 않은 솔직함이
그대로 담긴 글이어서 더 부담이 없었다. 나 잘났다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
보이는 글에서 나는 향기는 곡우에 딴 녹차에서 우려낸 바로 그 향이었다. 와인 감별사는 보르도 산 와인을
마시며 그 원료인 포도를 키워낸 기후와 햇살과 토질까지 감별해낸다는데, 진 작가님의 글에서는 그 글이 쓰여진 그때의
감정과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책 속에서 진 작가님은 자신이 김치를 잘 담그지 못하고 음식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글로써
담그는 김장에서 단언컨데 최고의 요리사이다. 속이 차지 못한 배추로 김장을 담글 수 없는 것처럼 속이 꽉 찬 배추처럼
내실이 꽉 찬 진 작가님의 삶에서 길어올린 글들로 담근 김장같은 『내 인생의 책을 쓰다』를 읽고 나는 계속해서 박수를
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시작으로 또 맛깔난 글솜씨로 담궈진 진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